박근혜 대통령의 직권남용·강요 등 비위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오전 8시40분께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검사와 수사관을 10여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검찰은 이 건물 5∼10층에 있는 기금운용본부장실, 운용전략실 등에 들어가 작년 삼성물산 합병 관련 문건, 관련자들의 업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휴대전화 등을 확보 중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작년 5월26일 합병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당시 시가를 기준으로 결정된 합병 비율이 제일모직 최대 주주인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총수 일가에게 유리하고 삼성물산 일반 주주들에게는 불리하다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 반대 세력 결집에 나서면서 삼성은 그룹 지배구조 재편 과정의 일대 고비를 맞았다.
작년부터 자본시장에서는 삼성물산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과정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왔다.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여러 시장 참여자들의 예상을 깨고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전문위원회를 경유하지 않고 직접 찬성표를 던졌다.
ISS,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의 의결권 자문사들이 모두 삼성물산 합병 반대를 권고했음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의결권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그 직전 국민연금은 SK C&C와 SK의 합병 안건을 판단이 곤란한 중대 안건으로 분류, 의결권전문위원회에 넘겼다. 여기서 '반대' 의견이 나오자 실제 그대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와 관련해 최 광 당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홍 전 이사장을 경질하려 했으나 정부 고위 관계자의 압력이 들어왔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법조계에서는 국민연금 수사가 삼성의 최씨 모녀 지원 의혹과 관련한 대가성 규명 차원일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탄생으로 이어진 작년 합병은 그룹의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이벤트였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 외에도 승마협회 지원 프로그램 형식으로 최씨 측에 35억원의 돈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별도로 삼성은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실소유주로 의심되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5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검찰은 최씨를 20일 구속기소하면서 삼성의 최씨 모녀 지원 의혹 부분 내용은 공소장에 넣지 않고 계속 수사 중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