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 보복'이 전방위로 확대되는 분위기이다. 한류와 여행 제한에서부터 반덤핑 관세 부과, 비자 발급 제한 조치, 사드 부지를 제공키로 한 롯데에 대한 전수 조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보복 조치들이 한중 언론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로 인해 관련 업체들의 매출과 주가가 폭락하는 등 경제적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의 이러한 보복 조치는 부적절하고도 부당하다. 나는 중국이 한국 내 사드 배치 결정에 강한 우려를 갖고 있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사드 배치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저해하고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미국이 얼마든지 중국용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보복 조치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은 사드 배치 결정과 무관한, 그래서 무고한 사람들이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가 부당한 결정적인 이유도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당국자들은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다. 이는 곧 사드 배치 결정의 주체는 미국이고 이를 번복할 수 있는 1차적인 주체도 미국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중국은 미국에는 이렇다 할 보복을 가하지 않고 있다. 미-중 관계가 다방면에 걸쳐 얽혀 있기 때문에, 중국이 미국에 보복하면 미국의 맞대응을 초래해 중국이 말하는 '신형대국관계'가 더욱 꼬일 것을 걱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지적이 중국이 미국에 보복을 가해야 한다는 취지는 결코 아니다. 중국이 사드 문제와 관련해 가장 큰 당사국인 미국에게는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서 2차적인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한국에는 보복의 수위를 높이는 게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중국의 오랜 외교 전통인 "민주적이고 평등한 국가 간의 관계를 추구한다"는 것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중국의 차별적인 대응이 한국인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줄 수 있고, 이는 사드 문제를 포함한 한중 관계의 미래 지향적인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중국 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사드 배치는 결코 끝난 게임이 아니다. 한국에 사드 배치를 요구한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의 임기는 한 달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다. 오바마 행정부의 요구를 수용한 박근혜 정부의 임기도 '시한부'이다. 성주 군민과 김천 시민이 밝히고 있는 사드 반대 촛불은 이 결정이 번복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타오를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사드 배치 결정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한국에 대한 일체의 보복 조치를 철회하고 중국 인민들에게도 차분하고 이성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을 집중적으로 설득해야 할 것이다. 사드에 대한 한국의 판단은 '박근혜 이후의 대한민국'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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