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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트럼프 취임…문제는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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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트럼프 취임…문제는 그 이후 [현안진단] 도발과 제재의 악순환을 어떻게 끊을 것인가?
2016년 12월 한·미·일의 대북압박 총공세

12월 1일 유엔안보리가 대북재제결의 2321호를 채택했다. 한·미·일은 그 직후 각각의 독자 대북제재를 발표(12월 2~3일)하였다. 북한의 5차 핵실험(9월 9일)이후 과거 대북제재의 빈틈을 메우며 보다 강한 조치를 추가한 대북압박 그물이 완성됐다.

그 사이 박근혜 대통령이 내정 위기에 몰리고 오바마의 대북 정책을 실패로 단언했던 트럼프 후보가 미국의 새 대통령에 당선(11월 8일, 현지 시각)되는 큰 변화가 있었다. 이와 같은 한·미 내부의 과도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련의 제재 조치 그물망에는 당분간 대북 압박 강화의 방향을 지속하게 하는 알고리즘(Algorithm, 문제해결을 위해 정한 절차)이 내장(內裝)되어 있어 주목된다.

트럼프의 외교안보팀이 임용 절차를 거쳐 자리를 잡고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정립하기까지는 특별히 북한 문제에 신경을 쓰기 어렵고, 우리도 국정 위기와 대선 정국에 손발이 묶일 것이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동안에는 한·미 정부가 한반도 정세 변화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소화하기가 힘들 것이다.

결국 이번 대북 압박 총공세에 내장된 알고리즘이 스스로 작동하면서 내년 상반기 한반도 정세에 주요한 무대배경을 만들게 될 것이다.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사진은 이날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안보리 15개 이사국이 대북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모습. ⓒAP=연합뉴스

도발과 제재의 악순환 구조 고착화


대북 제재에 대한 북한의 대답은 반발과 도발이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번 유엔 안보리 결의도 전면 배격하고 자위적 대응 조치를 하겠다(12월 2일)고 했다. 대응 도발 예고다. 우리 외교장관도 북한의 대응 도발 가능성을 예의 주시한다고 했다. 결국 이번의 대북 압박 총공세가 북한의 추가 도발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도발 내용도 대강 예상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신형 로켓 지상분출 실험(9월 20일)을 마쳤고, 6차 핵실험 준비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국지전 성격의 군사 도발도 추가해 한반도 정세를 긴장으로 몰아갈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제는 핵실험을 하든 미사일을 쏘든 놀라기보다 이를 기정사실화해서 사태는 또 흘러간다. 한·미는 벌써 다음 제재 조치를 연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발이 제재를, 다시 제재가 도발을 부르는 악순환에 빠진 지 이미 오래다.

클린턴의 정책을 전면 부정하고(ABC, Anything But Clinton) 북한에 대해 압박과 무시로 일관한 부시 정부 이후 16년, 그리고 앞선 정부의 성과를 거부한 이명박, 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북핵을 둘러싼 악순환 구조는 고착되었다. 제네바 합의가 파기되고 북한이 핵 개발을 공개적으로 선언했으며, 5차례 핵실험과 150여 차례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미는 8차례 안보리 제재를 주도하고 대북 압박 강도를 높여왔지만, 북한은 핵탄두의 소형화와 함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완성을 앞두고 있다.

지난 봄 정부는 북한이 다시는 도발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개성공단 폐쇄(2월 10일)라는 자해적 조치를 하면서 사상 최강이라는 대북제재 결의 2270호(3월 2일, 현지 시각)를 끌어낸 것을 자랑처럼 언급했다.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되면서 문제가 악화일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발과 제재의 악순환이 구조적이고 습관적으로 반복되면서 이에 대해 무감각해질 정도로 한반도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해결' 원칙 실종

과거 안보리 결의가 짧게는 1주, 평균 4주 걸렸는데 이번에는 12주 걸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한·미·일과 중국이 제재 수위를 놓고 대립했기 때문이다.

대북 제재가 거듭되면서 한·미·일이 추가로 쓸 수 있는 직접적인 제재 수단은 이미 바닥이 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한·미·일의 독자 제재 내용을 보면 하나 마나 한 내용이 대다수다. 제재 대상의 인사, 기관, 단체가 좀 더 늘어났을 뿐이다. 모든 왕래와 교류를 완전히 차단해서 더 끊을 것이 없다. 독자 제재 리스트가 아무리 길어도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상징적 조치에 그치고 있다.

중국은 대북 압박이 북한과 거래하는 자국 기업의 이해와 북중 관계의 안보적 전략적 이익을 손상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대북 압박 수위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북한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 북한의 석탄 수출과 노동자 송출을 제한하고, 금융과 운송망 등 거래 통로를 최대한 막아 북한에 치명상을 주려면 중국이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이제부터 대북 제재는 중국에 대한 압박과 연동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대북 제재와 관련하여 중국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취할 법제를 이미 마련했다. 반면 협상으로 문제를 풀고자 하는 중국은 미국에 대북 대화에 나서도록 요구해 왔고 이번의 안보리 결의에 대해 '전면적이고 균형 있게' 이행해야 한다며 제재결의 2321호 말미에 언급된 협상 필요성을 다시금 지적했다. 북핵 협상도 착수해야 하며, 협상과 압박이 균형되게 진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는 북핵 협상 개시 문제와 세컨더리 보이콧 문제가 얽히면서 미·중간의 마찰 가능성이 높다. 사드 문제에서 보듯 불똥이 엉뚱하게 우리 기업 등에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우리의 역할 공간이 매우 협소해진다는 것이다. 이미 대화조차 하지 않고 남북 관계를 극도로 악화시켜 오면서 우리의 대북 레버리지를 잃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해결 원칙이 갖는 의미마저 묻어버리려는 시도는 경계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반도 문제가 미·중간 양자 문제로 될 것은 명약관화하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사실에 깊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북한 정권의 주민통제 강화와 북한 주민 인권상황 악화

이번 대북 제재의 내용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혹과 직접 관련이 되지 않더라도 북한의 대외 경제 자체를 제한하려 한다는 것이다.

북한 국가경제의 주 수입원인 석탄 광물 수출에 제한을 두며 항공기와 선박의 국제 운항 및 노동자의 해외 취업 등 합법 거래도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제재 대상에 원칙적으로 포함되었다. 과거의 제재에서는 민생 경제나 인도적 용도는 제한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었으나 이번 제재 결의에서는 그런 원칙이 훼손되었다.

이란과 이라크의 사례도 있지만 독재 체제 하의 국민경제가 어려움을 겪으면 그 어려움은 고스란히 가장 약한 계층에게 돌아가며 기득권층은 오히려 그 지배력을 강화하게 된다. 지난 90년대 소위 고난의 행군 시기에 북한 주민이 셀 수 없이 희생을 당했어도 김정일 권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보나 마나 북한 정권은 외부의 대북 압박을 주민 통제의 명분 강화에 이용할 것이다. 북한 주민의 어려움은 더해질 것이고 인권 상황 역시 악화될 것이 명백하다. 이달 중 유엔 총회는 12년 연속 북한 인권개선촉구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안보리의 대북 제재로 예상되는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 악화에 대해 유엔 총회의 인권결의는 아무런 언급도 없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진행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이후 들어설 새로운 정부는 대북 압박 총공세에 내장된 알고리즘을 물려받게 될 것이다. 우리가 국정 안정에 매달리는 동안 안보 위협, 한반도 문제 당사자해결 원칙의 표류, 북한 주민의 희생 등 매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정치 지형이 어떻게 형성되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민주 개혁과 평화적 통일이 우리의 사명이며 우리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보장하는 관건이라는 사실이다. 주어진 알고리즘이 작동되는 가운데도 중심을 잡고 대처해야 하며, 나아가 이의 교체 내지 제거를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남북 관계를 설계해나갈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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