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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유승민의 결단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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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제 유승민의 결단만 남았다 '2선 후퇴한다'던 친박, 劉에 "이력서 내라" 탈당 종용…與 분당 초읽기
새누리당 비주류 집단 탈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친박계는 20일 단호한 태도로 '유승민 비대위원장 체제'를 거부했다. 유승민 의원이 요구한 '전권'을 거부한 것은 물론, 유 의원이 어떤 식으로건 비대위원장이 되는 것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나가라'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비주류에 보내고 있다.

당내 원내대표 선거와 비대위원장 선출 등을 통해 잔류 여지를 검토해 온 비주류도 이제는 탈당 외에는 선택지가 없어졌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주 후반, 늦어도 내주 중엔 비주류 집단 탈당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탈당 규모가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20명 이상의 규모가 되느냐다.

그간 총선을 앞두고 공천 문제가 불거지며 보수 정당의 일부가 탈당 후 다시 재결합하는 일은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커다란 선거가 없는 기간에 집권 중인 보수 정당이 아예 '분당'이 되는 일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사건이, 정권 재창출 또는 정권 교체를 위해 '미워도 한 지붕' 아래 있기를 선택해 온 보수 정당을 아예 양분해버리는 초유의 사태를 만드는 모습이다. 친박계의 '비박 밀어내기'는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의 정권 재창출에 매이지 않고 '야당의 길을 가겠다'는 선택을 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2선 후퇴한다'던 친박, 柳에 "이력서 내라"

새누리당 친박계는 이날 유승민 비대위원장 체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격앙된 모습을 보이며 비주류의 탈당을 사실상 종용했다. 특히 이날 오전 2시간 넘게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정 원내대표와 몇 친박 의원들은 "유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하겠다면 어떤 방향으로 당을 이끌 것인지 발표하라"며 일종의 정견 발표를 요구했다.

이는 사실상 친박계에 비대위원장 '이력서'를 제출해보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비주류가 비대위원장 적임자를 합의해 추천하면 인선하겠다'는 정 원내대표의 앞선 약속이 불과 며칠 만에 물거품이 된 셈이다. 정 원내대표는 "유 의원은 당을 어떻게 화합으로 이끌어갈 것인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한 최경환 의원 등 핵심 친박계와 완전히 박자를 맞추며 '친박 아바타가 되지 않겠다'던 말을 '허언'으로 만들어 버렸다.

친박계의 '2선 후퇴' 선언도 분당 책임을 비주류에게 돌리기 위한 명분 쌓기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친박 계파 모임인 혁신과 통합 보수 연합 공동대표였던 정갑윤 의원, 이인제 전 의원, 김관용 경상북도 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박 중진은 당직에서 물러나는 2선 후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물밑에서 친박계는 '친박당'의 비대위원장 적임자를 자체적으로 찾아다니고 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김 전 총리는 이미 실권을 주고 친박-비박이 합의 형태로 자신을 추대한다면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또한 비주류를 향한 '나가라'는 메시지나 다를 게 없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후 "특별한 사안이 없으면 2~3일 이내에 (비대위원장 인선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하면서 비대위원장 조건으로 △당내 화합을 이끌 적임자 △당을 쇄신할 인물 △정권 재창출에 기여할 인사 등을 내걸었다. 비주류가 유 의원을 비대위원장 후보로 계속 추대하면 2~3일 내에 다른 인사를 추천해 전국위원회를 열겠다는 의지를 표한 셈이다.

친박계의 '맏형'인 서청원 의원은 "친박했던 사람들을 '최순실의 남자'인 것처럼 매도하면서 자신들은 투사·영웅인 양 행동하는 사람들과 당에 공존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발언했다. 그는 비박계 집단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탈당이든 분당이든"이라며 "나갈 사람은 나가고 남는 사람은 나가는 것"이라고도 했다. 내심 비주류의 탈당을 원해 온 친박계가 '때'가 되자 기다렸다는 듯 분당 빌미를 비주류에 던져주는 모습이다.

▲ 유승민 의원이 20일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정견 발표 요구, 모욕"…비박, 탈당 명단 취합 착수

유승민 의원은 "의원총회에 나와서 정견 발표를 하라는 것은 모욕으로 받아들인다"며 강한 불쾌감을 표했다. 김무성 전 대표 등 일부 비주류 의원들은 별도 회동을 한 후 탈당 의지를 규합했으며, 비주류는 21일 오전 '탈당 시나리오'를 구체화하는 회동을 열기로 했다. 친박계가 '유 의원을 수용하면 탈당 계획을 접을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비주류 황영철 의원은 "(친박이) 그럴 리가 있겠나"라고 했다. 더는 기대할 게 없다는 판단이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비상대책위원장을 뽑는 과정이 경선도 아니고 정견 발표를 하라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경선으로 비대위원장을 뽑겠다고 하면 거기에 응하겠다. 친박이 추천하는 후보와 토론도 하고 정견 발표도 하겠다. 그게 아니면 무례한 발언은 안 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탈당 의사를 묻자 "정 원내대표가 확실한 (비대위원장 인선) 결론을 밝히며 다른 의원들과 얘기해 (입장을) 말씀드리겠다"며 다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는 말도 남겼다.

'탈당 시나리오'는 21일 오전 비주류 회동에서 구체화할 예정이다. 김무성 전 대표와 심재철 국회부의장, 그리고 이군현 주호영 강석호 권성동 김세연 김성태 여상규 이종구 황영철 오신환 하태경 등은 이날 별도의 오찬 회동을 하며 "지금까지 당내에서의 쇄신과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인내하며 노력했으나 이 모든 기대가 물거품이 되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황 의원은 회동 후 "우리의 마지막 요구였던 유승민 비대위원장 제안도 오늘 의총 논의 결과로 보았을 때 거부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더 이상 친박의 불분명한 입장과 시간 끌기로 혼란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우리는 탈당을 구체화하기 위한 실행에 적극적으로 돌입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제 유승민 의원의 경우 '탈당 대열'에 합류할 지 여부에 대한 결단만 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명단'이다. 비주류는 이미 탈당 대열에 동참할 의원들의 명단을 취합하고 재확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황 의원은 탈당 규모에 대해 "20명 이상은 분명히 될 것이고, (탈당 후)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해 이후 일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찬 회동을 한 10여 명에 유승민 나경원 등 비주류 중진 의원들이 '선도 탈당'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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