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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진, 구원의 목자인가, 폐족의 길동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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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인명진, 구원의 목자인가, 폐족의 길동무인가? [분석] '사드 반대' 인명진, 집권당 대표로 그가 답해야 할 것은 무궁무진하다
인명진 구로 갈릴리교회 목사가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많은 이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왜 그런지는 뒤에 더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인 목사의 철학과 박근혜 정부의 철학은 상반되는 면이 많다. 일례로 대북 정책만 해도 현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을 갖추고 있다. 그런 인 목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과 '박근혜 정신'을 계승한다는 새누리당에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부름을 받았다.

그는 새누리당을 '구원의 길'로 인도할 목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폐족의 길동무가 될 것인가?

1946년생인 인 목사는 올해로 만 70세다. 박정희 정권 시절 반독재 운동을 하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 스스로 "내가 박정희 대통령 때문에 하도 고생을 많이 해서 옛날에는 박 씨하고는 혼인도 하지 말라고 그랬다. 박정희 대통령은 반대파에 대해 참 지독하게 했다"고 회상한다.

인 목사는 해방신학에 기초한 도시산업선교회에서 1972년부터 12년간 총무로 활동했다. 손학규, 김문수 등과 인연이 깊다. 박정희 정권 때 긴급조치위반 사건, YH 여성노동자 사건 등 노동운동, 민주화운동 등을 하다 네 차례 투옥됐고, 한 차례 국외 추방을 당했다. 전두환 군부 정권이 만든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때도 그는 고초를 겪어야 했다. 가택연금도 당했다.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대변인 시절 인명진 목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1986년 서울 구로동에서 목회활동을 하며 구로공단 노동자들과 동고동락했고, 전두환 정권의 퇴진과 개헌을 요구했던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대변인을 맡아 87년 항쟁의 주역 중 한 명으로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경제정의실천연합,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등 90년대에는 시민운동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최초로 이 땅에 문민정부(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인 목사는 국민고충처리위원회(현 국민권익위 전신)를 제안하는 등 김 전 대통령과 함께 정부에서 혁신적인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인 목사의 활동을 인상적으로 회상하는 이들이 많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인 목사가 "김영삼 정부가 '극우'로 치우치지 못하도록 하는 풍향계 역할을 했다"고 회상한다.

그런 그가 2006년 '차떼기당'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던 한나라당에 윤리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 '파격 행보'는 시작된다. 당시에도 인 목사를 아끼던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물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어찌 저런 운동권 목사를 들이느냐"는 반발이 많았다. 물과 기름 같았다.

그러나 인 목사는 한나라당 개혁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다. 결국 2007년 정권 교체(이명박 정부)에 큰 공헌을 하게 된다. 당 윤리위원장은 사실 정치 권력으로 치면 별다른 권한이 없는 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에 있어서 인 목사의 공적을 부인하는 당내 인사는 과장을 조금 섞자면 단 한 명도 없다. 그만큼 그의 영향력은 컸다.

인명진의 '정신분열'? 새누리의 '정신분열'?

'어게인 2007년'을 노리는 것일까?

새누리당은 2007년 대선 경선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가장 많이 했던 인물 중 하나였던 인 목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했고, 인 목사는 이를 수락했다. 그러나 지금은 2007년과 상황이 많이 다르다. 2006년 인 목사가 영입됐을 당시 한나라당은 이명박, 박근혜 등 두 대권주자를 보유하고 있었고, 당 지지율 역시 당시 여당(열린우리당)의 자중지란으로 반사이익을 얻어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지금 '친박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아들었고, 당내 '탄핵 반대' 세력은 '탄핵 찬성' 세력을 노골적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이다. '분당 유도'라는 표현까지 여의도에 등장했다. 최순실 씨 국정 농단의 충격적인 현실을 외면하고, 반성은커녕 '음해당했다'고 생각하는 친박계, 그리고 극우 성향 국회의원들만 남게 된 당이 바로 새누리당이다. 2007년과 달리 2016년은 인 목사에게 시련의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인 목사는 23일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비주류가) 원내대표 선거에서 졌다. 비대위원장으로 이 사람(유승민)을 안 받았다' 이거잖느냐"며 "(이런 일이) 분당의 이유가 되나. 그런 일이 보수 정당이 분열해야 할 원인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불과 2주 전 그의 의견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지난 8일 <시사인>과 한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비대위원장 하마평에 오르는 데 대해 "새누리당은 이미 실기했다. 남은 것은 당을 나누는 일밖에 없다. 분당하는데 들어가 얼쩡거리다가 벼락 맞을 일 있나"라고 극구 부인했다. '분당'은 필수불가결하다며 비박근혜계 편을 들었던 그가 돌연 떠난 비박근혜계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인 목사는 자신의 발언대로 '벼락 맞을 일'을 수행하러 '이미 실기한' 정당에 들어간 셈이다.

인명진 목사가 어떤 속내로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는지는 알 수 없다. 친박계 정우택 원내대표가 '유승민 의원만 아니라면 중립적인 비대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겠다'는 취지로 한 말에 솔깃했을 수도 있다. 진짜로 전권을 가지고 새누리당을 혁신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임했을 수도 있다. 인 목사는 실제 이날 회견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당을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또 '비대위원장으로서 가장 먼저 할 일'에 대해 "이완영 의원을 국조특위에서 불러들여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정현, 최경환, 윤상현 의원 등 대통령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호가호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른바 '친박8적'에 대한 거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답변을 피했다. 국정농단의 방관자로 꼽히는 이들에 대한 '인적 청산' 없이 어떻게 새누리당이 새로 태어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도 인연이라면 인연이 있다. 2007년 대선에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맡았던 인 목사는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청문회에서 그는 박정희 정권 시절 선우련 공보비서관의 1977년 비망록을 근거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박근혜 후보와 물의를 빚은 최태민을 꾸짖고 거세를 지시했다"는 기록을 제시, 당시 박근혜 후보와의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를 추궁한 바 있다.

최태민 목사의 딸인 최순실 씨가 박 대통령 주변에 있으면서 국정을 농단하고 헌정을 왜곡시켜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지금, 인 목사는 박 대통령 추종자들이 즐비한 새누리당에서 어떤 쓴소리를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세월호 참사 문제도 그렇다. 인 목사는 세월호 참사 100일 후인 2014년 8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참사 100일 만에 초심을 다 잊어버렸다"고 비판했었다.

인 목사는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에 앞장섰다. 인 목사가 현재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박 대통령을 상대로 헌법 소권과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적도 있다.

▲인명진 목사 ⓒ프레시안(박세열)

'사드 철수' 주장 인명진이 답해야 할 산더미 같은 물음들

여의도에는 "인명진 목사가 진짜 전권을 가진 비대위원장이 되면, 새누리당은 큰일 난다"는 우스갯소리가 돌고 있다.

인 목사가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맡게 되면 답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다시 한번 2006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직과 비교해 보자. 새누리당은 현재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의 위치에 있다. 2006년 한나라당은 야당이었다. 정부 정책에 '반대'만 하면 됐다. 그런데 지금 인 목사는 지난 4년간 박근혜 정권이 추진했던 모든 잘못된 정책들에 대한 '책임자'가 된다. 4년간 쌓여온 일들은 인 목사가 '이것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라거나, '저것은 저렇게 하라'고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집권 여당의 수장이 될 인 목사는 새누리당이 진행해온 각종 실정들을 책임져야 한다. 만약 그가 '아니다'라고 하면 정책은 뒤집힌다. 그런데 '아니다'라고 얘기해야 할 만한 것들은 곳곳에 널려 있다.

이를테면 인 목사는 국정교과서에 반대했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성명에도 이름을 올렸고, 개성공단 폐쇄 반대 성명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공유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요구와 맞닿아 있다. 김대중 정부 당시 '햇볕정책'의 상징인 6.15선언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도 공유하고 있다.

인 목사는 지난 3월 2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차 한반도평화회의'에서 발표된 특별호소문에 이름을 올렸다. 특별호소문의 내용은 △남북 간 대화 채널을 마련하고 인도적 지원을 지속할 것 △북한 체제 붕괴를 전제로 하는 군사·정치 행동을 자제할 것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동시해결 과제로 협상테이블에 올려놓을 것 △개성공단을 조속히 재개할 것 △사드 한국배치 논의를 중단할 것 등이다.

인 목사는 남북관계가 냉각기였던 이명박 정부에도 두 차례 방북을 한 적이 있다. 인도적 지원을 위한 방북이었다. 인 목사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인도적 지원마저 반대하는 새누리당과 정부에 그가 어떤 발언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다시 언급하지만 인 목사는 이제 집권당 수장이 될 예정이다.

그가 비판적으로 언급해 왔던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그가 '운용'하는 새누리당이 뒤집는 모습을 우리가 볼 수 있게 될까? 인 목사가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된 것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의아함'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인 목사에게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새누리당 해체, 국정 역사 교과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한 답변을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금 대변인은 "인명진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에 준하는 조처를 해야 한다고 했고, 비대위원장 하마평에 대해 '새누리당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를 제물로 바치려는 것이냐'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없어져야 할 정당의 비대위원장을 맡은 이유를 국민 앞에 설명해 주시기를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국정 교과서에 대서는 "국정화 강행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어리석은 짓"이고 쉽게 폐기할 수 있다고 했고,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누가 책임을 지려 하는가"라고 질타한 전력도 있다.

국민의당 이행자 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새누리당의 비박은 물론 친박 의원들조차도 침몰 직전의 새누리호에서 뛰어내릴 준비를 하며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에 인 목사의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직 수락은 유감이며, 명예로운 삶에 오점이 되지 않을까 안타까울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가 답해야 할 것들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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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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