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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대통령 되면 안 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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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대통령 되면 안 되는 까닭

[기고] 반기문, 전임 UN 사무총장 사례 따라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 가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반총장은 유엔을 떠나자마자 대권 행보에 돌입하게 되는데, 여기에 중대한 국제법 상의 제약이 있다. 1946년 1월 24일 제1차 유엔총회에서 의결된 결의 제11 (1)호이다.

"유엔 사무총장 지명에 관한 약정서"라는 제목의 이 결의안은 유엔사무총장 지명에 관한 총 4개의 항목을 담고 있는데, 특히 제4항의 (b)호에서 "유엔 사무총장의 퇴임 직후, 회원국은 그의 비밀스런 정보가 다른 회원국을 당황시킬 수 있는 어떠한 정부 직위도 제안하지 않고, 사무총장도 그러한 직위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it is desirable that no Member should offer him, at any rate immediately on retirement, any governmental position (…) and on his part a Secretary-General should refrain from accepting any such position)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외교부와 반 총장 지지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유엔 총회 결의가 단지 '권고적' 효력을 가질 뿐이므로, 그가 대선에 출마하는 것에는 장애가 없다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해당 결의의 성격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결의 제11 (1)호는 유엔이 설립 초기의 총회 결의이다. 즉, 유엔 조직과 운용의 기본 시스템과 원칙에 관련된 회원국 간 일종의 헌법적 약정인 것이다. 더욱이 문제가 된 제4항은 1945년 11월 24일부터 동년 12월 23일까지 열린 유엔 준비위원회 제2차 회의 보고서 제8장 제2절의 합의 사항을 추인(noted and approved) 한 것이다.

유엔 준비위원회는 1945년 6월 26일 유엔 헌장과 같은 날 채택된 "국제조직에 관한 국제연합회의를 대표한 정부 간 잠정 협정"에 의거하여 설립됐는데, 실제 보고서의 초안은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을 비롯한 핵심 14개국이 모인 집행위원회(a 14-nation Executive Committee) 에서 결정된 것이다.

전후 세계 질서를 모색하기 위해 전승국을 중심으로 설립된 국제기구를 실질적으로 이끌 사무총장을 결정하는 것은 당시 유엔 내 이너서클 국가들에게 초미의 관심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1월 24일은 초대 사무총장 트리그브 리 (Trygve Lie)의 임기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이었다. 이 긴박한 상황에서 사무총장에게 향후 어떤 자격, 역할 및 권한을 부여할 것인가에 관한 총회의 결의는 대단히 결정적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은 그렇게 약속을 하고 지난 70년 동안 지켜왔다.

유엔 총회의 결의는 회원국의 총의를 표현한 국제법적 문서이다. 당연히 유엔과 회원국을 구속한다. '권고적'이란 의미는 위반시, 안보리 결의 같은 강력한 물리적 제재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의미이다. 인간사회에서 법적 효력이란 대단히 상대적이다. 형사법규가 모든 사회의 범죄를 예방하거나 공평히 단죄하지 못한다고 그러한 법규의 기능을 무시하지 않는 것처럼, 유엔총회의 결의도 제재하지 못한다고 규범적 효력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탄생이 유엔 총회 결의에 의거하여 국제적으로 승인됐으며, 범지구적인 주요 다자국제조약이 유엔총회결의를 통해 채택되고 있다. 이러한 유엔 총회 결의의 효력을, 임기를 갓 마친 사무총장이 '권고적'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부인하며 대선에 출마한다면 그 스스로 몸 담던 유엔의 권위와 규범을 정면으로 부정함은 물론, 향후 유엔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다자외교에서 한국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얼마 전 타계한 부트로스 갈리 사무총장은 퇴임 후 새로운 국제기구의 수장으로서 세계 평화의 증진에 여생을 바쳤으며,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재단을 설립하여 평화와 인권같은 유엔의 가치를 전파하는데 헌신하고 있다. 반 총장이 눈을 둘 곳은 청와대보다 이들의 발자국일 것이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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