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과 경제 개혁과 더불어 이번 기회가 또한 우리 사회의 환경 에너지 체제를 근본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계기로도 작동할 수 있으면 한다. 유신 정치의 폐해는 사실 정경유착과 아울러 경제성장 일변의 개발주의가 우리 사회에 깊숙이 자리잡게 하였고 이는 원자력과 석탄 중심의 에너지 체제 공고화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개혁 논의는 이들 에너지 체제 개혁도 포함해야 한다. 원자력 발전과 석탄 발전에의 의존을 절대적으로 낮추는 대신 재생가능에너지 원을 활용하는 에너지 공급 시설에 대한 과감한 투자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즉,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형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제 논리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서 벗어나 후세대의 환경 권리, 환경 오염과 환경 사고의 사회적 비용 등을 고려한 에너지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 패러다임이 바뀌면 지금까지 정체 상태를 보인 재생가능에너지의 에너지 공급 비중 확대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대안 역시 마련될 수 있다. 현재 존재하는 제도 운영 개선을 통해 재생가능에너지 시장 확대에 유리한 FIT 제도 재도입도 가능하다. (FIT 제도 : 발전차액지원제도(Feed in Tariff).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공급한 전기의 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낮은 경우에 그 차액을 지원하는 제도.)
정부는 FIT 제도 폐지의 이유로 전력산업기반기금 고갈 문제를 제기했으나 최근 이 기금은 고갈은커녕 사업처를 차지 못해 1조 원에 가까운 돈이 여유 자금으로 쌓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력 발전의 장기적인 폐쇄 원칙이 정해지면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출되는 원전 관련 예산들을 재생가능에너지 지원으로 돌릴 수 있고 여유자금 역시 재생가능에너지 투자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 소비자에게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난 15년 동안 원자력, 화력연구개발에 1조8165억 원, 원자력홍보에만 1305억 원이 지출된 것으로 나타나 기금 운용의 정상화가 계속 제기되고 있었다. 이처럼 에너지 체제 전환 목표를 새로운 정부가 확고히 하면 관련 제도 개혁으로 점진적인 전환의 길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해가기 위해서는 또한 정치 분권화와 유사한 에너지 체제의 지방 분권화도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에 분산되어 있는 다양한 재생가능에너지원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맞는 에너지 공급 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에너지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이행할 수 있는 실행력을 중앙정부가 이양해주는 에너지 분권화이다. 지역의 재생에너지 자원을 조사 연구하고 이에 바탕한 에너지 전환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예산과 인력 운용 예산 등을 지자체가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개선이 계획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은 현재 국정 농단을 야기한 정치, 경제 제도 개혁에 의해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물적 기반을 이루고 있는 에너지체제를 기후변화 등의 전지구적인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것 역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시민의 자각된 주권은 환경적으로 부정의하지 않고 원전사고 위험에서도 해방된 안전한 에너지 체제 구축을 요구하는 것으로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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