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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 아닌 장례식"…트럼프 지지율 37% 최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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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 아닌 장례식"…트럼프 지지율 37% 최저치 反트럼프 시위대 경찰과 몸싸움…쩍 갈라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5대 대통령의 불안한 여정이 시작됐다.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는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에 반대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격렬하게 이어졌고 그의 지지율은 또다시 최저치를 경신했다.

20일(현지 시각) 연방 의회 의사당 앞에서 수십만의 인파가 모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렸다. 그가 취임식장에 등장하자 의사당 앞에 모여있던 지지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오에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성경책과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1861년 취임식 당시 사용한 성경에 손을 얹은 뒤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나는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보존하고 보호할 것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이후 예포가 발사되며 새 대통령의 취임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이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정오를 기해 전직이 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취임식이 끝난 뒤 대통령 전용 헬기를 타고 워싱턴 D.C를 떠났다. 그는 출발 직전 가진 마지막 연설에서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를 가지고 활동했던 여러분들을 통해 희망을 보았다"면서 "이것은 마침표가 아니라 잠깐의 멈춤"이라고 말했다.

이날 취임식 자리에는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과 빌 클린턴 부부를 포함,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부부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도 참석했다. 힐러리 클린턴이 등장하자 일부 지지자들은 야유와 함께 '감옥에 가둬라'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트럼프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시위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7시경 약 100여 명의 사람들이 취임식장 입구를 가로막고 '백인 우월주의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과 취임식장으로 들어가려던 트럼프 지지자들 간 몸싸움이 발생, 결국 경찰이 출동해 사태를 수습했다.

이후에도 취임식장 안팎에서 반대 목소리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할 때 6명의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다가 경찰에 의해 끌려 나갔고, 취임식장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서는 흑인들이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는 구호를 외쳤다.

한편 이날 취임식에 참석한 인원수는 2009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워싱턴포스트>는 2009년 당시를 촬영한 사진과 이번 취임식 사진을 비교하며 "2009년 사람들이 훨씬 더 밀집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지하철 이용객 수를 제시하며 2009년 취임식 때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고 판단했다. 취임식 당일에는 승용차의 이용이 통제되기 때문에 지하철 이용객수는 참여 인원을 따지는데 요긴한 자료로 쓰인다.

신문은 "2009년에는 오전 11시 기준으로 51만 명 정도가 지하철을 이용했지만, 이번 취임식 때는 같은 시간 기준으로 19만 명 정도"라고 전했다.

▲ <워싱턴포스트>가 비교한 취임식 사진. 왼쪽 2009년 취임식이 2017년 취임식보다 더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

취임식 참여 인원이 보여주듯 트럼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들에 비해 낮은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하고 있다. 이날 미국 방송 폭스뉴스는 지난 15∼18일 1006명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7%에 그쳤다. 최근 나온 여론조사의 최저치이며,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4%에 달했다.

이는 취임 직전 전직 대통령들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직전 80~84%의 지지도를 기록했으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각각 61∼72%, 67∼81%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곳곳에서 반대 시위…"취임식 아니라 장례식 같다"

이날 워싱턴 곳곳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대부분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시위가 이어졌지만, 일부 폭력적인 양상도 보여 경찰과 격렬히 대치하기도 했다.

<에이피>통신은 이날 약 500명의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 시위대 중 일부가 커피숍과 ATM기기가 있는 은행의 유리창 등을 파손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 일부는 길거리에 있는 휴지통을 던지고 불을 붙이는 등 공공기물을 훼손하기도 했다.

경찰은 최루가스와 섬광 수류탄을 이용해 시위대를 진압하려 했고 이에 맞서 시위대는 벽돌과 콘크리트 등을 던지며 저항했다. CNN은 이날 벌어진 시위로 약 100여 명이 경찰에 체포됐으며 경찰 2명이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 워싱턴에서 일부 시위대가 폭력시위 양상을 보이자 경찰들이 최루액을 이용해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반대 시위로 트럼프 대통령의 시내 퍼레이드도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워싱턴포스트>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에서 퍼레이드가 끝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굉장히 조용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신문은 퍼레이드를 지켜보던 스캇 맥가디 씨가 "이건 뭐, 거의 장례식 같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1969년 닉슨 대통령의 취임식부터 퍼레이드를 지켜봐왔던 맥가디 씨는 "대통령이 사람들과 호흡하며 퍼레이드를 하는 것이 매우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퍼레이드를 시작할 때는 부인인 멜라니아와 함께 손을 잡고 걸었지만 이후 리무진에 탑승해 나머지 구간을 마무리했다.

맥가디 씨는 이러한 트럼프의 행동을 지적하며 "트럼프는 서민들의 삶을 잘 알아야 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신문은 맥가디 씨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도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를 새긴 모자를 착용한 한 남성은 "내가 이거 보려고 세 시간을 기다린 거야? 최악의 퍼레이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리무진 이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며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자 맥가디 씨를 비롯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다시 박수를 치며 이들을 환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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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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