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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 돌아온 전직 국방부 대변인의 말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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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 돌아온 전직 국방부 대변인의 말 바꾸기 [정욱식 칼럼] 국방부의 '아무말 대잔치' 언제까지 들어줘야 하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국 국방부의 말 바꾸기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를 검증해야 할 언론 가운데 일부는 이에 부화뇌동하기에 바쁘다.

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사드 요격 범위에 접근하면서 최저 요격 고도인 40km 밑으로 날아오거나 최고 요격 고도인 150km를 넘어가 버리면 요격 시도조차 할 수 없다"며 사드가 북핵 방어에 무용지물인 이유를 간명하게 지적해왔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국방부는 이에 대한 반론성 입장을 내놨다. 24일 자 <중앙일보>를 통해서다. 신문에 따르면 군 관계자는 "미사일을 비정상적인 높은 각도로 발사할 경우 탄두가 대기권에 진입하다 폭발할 가능성도 있고, 오차가 커 탄착점을 가늠할 수 없다"며, "북한이 미사일을 정상 각도(45∼60도)로 발사하면 사드로 충북이나 강원도 산악지역 상공에서 요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기사를 작성한 김민석 군사전문 기자는 "북한이 이처럼 고각(高角) 발사를 하면 사드로 요격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고각 발사는 매우 극단적인 방식"이라는 해설을 덧붙였다. 북한이 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해 사드 기지를 넘기면 요격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고각 발사는 극단적인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사드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이다.

그런데 김민석 기자는 국방부 대변인으로 재직 당시 북한의 고각 발사 가능성에 대비해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그는 2014년 6월 19일 정례브리핑에서 3개월 전에 있었던 북한의 노동미사일 시험발사는 "사거리를 단축해서 쏜 것"이자 "고도가 160㎞ 이상 올라갔고 최고속도가 마하 7 이상이었다"며 이럴 경우 패트리엇으로 "요격하기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이 자체적으로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은 우리 안보에 도움은 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국방부는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때에는 북한의 고각 발사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고각 발사시 사드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고각 발사는 비현실적인 가정이라고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

국방부와 이를 충실히 받아쓴 <중앙일보>의 '바뀐 말'에 따르면 사드는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을 상대할 수 없게 된다. 북한이 무수단의 발사 각도를 높이고 사거리를 단축시키면 사드의 최고 요격 고도 150km를 훨씬 상회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북한이 무수단을 시험 발사할 때마다 사드의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지금 현재 국방부 홈페이지에서도 무수단을 사드의 주된 타깃으로 언급해놓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정상 각도(45∼60도)로 발사하면 사드로 충북이나 강원도 산악지역 상공에서 요격이 가능하다"는 국방부의 주장도 검증을 요한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이 충북이나 강원도 산악지역 상공을 고도 40km~150km 사이로 지나가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북한은 스커드를 이용해 40km 미만으로 날아가게 쏠 수도 있고 노동을 이용해 150km 위로 넘어가게 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물리학적으로도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남북한은 휴전선을 맞대고 있고 종심이 대단히 짧다. 이를 공 던지기에 비유하면 이렇다. 거리가 가까우면 낮게 던져도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고, 아예 높게 던져도 목적지에 떨어질 수 있다. 반면 거리가 멀면 일정 정도 높이로 던져야 한다.

한국이 북한 및 중국과 동해와 남해를 사이에 둔 일본이나 태평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는 사드를 비롯한 미사일방어체제(MD)에 대해 다른 안목을 가져야 하는 까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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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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