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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룡 "朴 '모든 국민 의견 들어야 하냐'며 역정을 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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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룡 "朴 '모든 국민 의견 들어야 하냐'며 역정을 내더라" "박 대통령,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 태도 달라졌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로부터 '블랙리스트'를 문건으로 전달받았다고 증언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블랙리스트를 대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가 돌변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유 전 장관의 발언은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고 있는 셈이다.

25일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 증인으로 출석한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은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달라진 듯하다"며 "정권 초기에만 해도 대통령은 반대하는 세력도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내게 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이런 약속은 정권 초기에는 잘 지켜졌다"면서도 "하지만 2013년 8월 김기춘 실장이 임명된 이후 지켜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정부 반대 세력을 응징하라는 지시가 끊임없이 내려왔다는 것.

유진룡 "대통령, 반대쪽도 안고 간다고 했다"

유 전 장관은 "(지시를 따르지 않으려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겼고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 2014년 1월께 대통령과 면담을 진행했다"며 "그 자리에서 다시 '반대쪽도 안고 가야 한다'고 했고 대통령은 '원래대로 이야기한 대로 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장관은 "이후 면담 자리에 함께 배석한 모철민 당시 청와대 교문수석에게 '김기춘 실장이 뭐라고 하든 대통령이 약속했으니 나는 앞으로 듣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이후부터 문체부 소신대로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2014년 6월 초 청와대에서 A4 1~2장 분량의 서면 형태 '블랙리스트'를 문체부에 전달하면서 그걸 실행하라고 지시했다"며 "그 명단에는 자필로 쓴 수십 명의 이름과 직책이 적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 전 장관은 "하지만 내부회의에서 1급 공무원 모두가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합의했다"면서 "그럼에도 이전까지는 구두로만 내려온 것이 정식 명단까지 나오는 상황이라 그에 맞춰 성의를 보여야겠다고 생각해서 관련 TF팀을 구성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1급 공무원들은 유 전 장관 사임 이후 일괄적으로 강제 퇴직을 당했다. 당시에도 내막을 제대로 알 수 없어 공직 사회가 크게 술렁였었다. 이른바 '문체부 1급 학살' 사건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블랙리스트가 수면 위로 오르면서, 그 내막의 퍼즐이 이제야 차근차근 맞춰지고 있는 셈이다.

주변과 상의하라고 하자 박 대통령 "모든 국민 의견 들어야 하나" 역정

유 전 장관은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의 태도가 돌변했다고 진술했다. 유 전 장관은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에서 (해경 해체 등)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며 "하지만 그러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국무위원과 상의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이에 당시 대통령에게 혼자서 하면 합리적 판단이 안 된다며 국무위원과 허심탄회하게 상의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또한, 발표된 정부조직 발표안에 대해 몇 가지 지적을 했다"고 면담 내용을 밝혔다.

유 전 장관은 "하지만 대통령은 '그렇다면 대한민국 사람 모두의 의견을 들어야 하느냐'고 역정을 냈다"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반응을 설명했다.

유 전 장관은 "또한, 사임하기 며칠 전(2014년 7월) 마지막으로 대통령에게 문체부 인사 문제, 자니윤 관광공사 감사 임명 등을 조목조목 짚고 설명하면서 이건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면서 "또한, 현재 논란이 되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차별과 배제를 멈춰야 한다고 부탁했으나 대통령은 이에 대해 묵묵부답했다"고 지적했다.

"블랙리스트, 전두환 정권 이후 폐기"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관련 과거 정부에서는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1979년 문화부 사무관으로 공무원직을 시작했다. 유 전 장관은 "전두환 정권 시절, 좌파리스트, 즉 민중예술인 등에 대한 명단 관리를 담당했었다"면서 "하지만 전두환 정권 이후 그러한 명단은 다 파기되고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유 전 장관은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지는 점이 애석하다"며 "체계적으로 차별과 배제 행위를 한다는 것은 민주화 역사를 되돌리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한편, 유 전 장관은 자신이 사표를 제출한 직접 원인은 낙하산 인사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대통령이 낙하산 인사 문제를 두고 안 하겠다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바로 다음 날 청와대는 관광공사 감사로 자니윤 씨를 지시했다"면서 "깜짝 놀라서 대통령 뜻이 아니라고 생각해 당시 조원동, 유민봉 수석 등과 상의했더니 그들도 놀라면서 하면 안 된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유 전 장관은 "이후 자니윤 씨를 사무실로 불러 관광공사 감사는 안 되고 그에 준하는 인사를 하겠다고 하자 자니윤 씨는 만족하고 돌아갔다"며 "하지만 이후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보고가 들어간 이후, 김 실장이 내게 '시키는 대로 하지 왜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고 말했다"고 자신의 사표를 쓴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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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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