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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은 정말 '미친 짓'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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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은 정말 '미친 짓'을 할까? [분석] '박근혜 구하기' 두 번의 시험대
위기에 빠진 공주를 구해내고 왕이 되는 동화 같은 이야기. 정치권에 떠도는 황교안 대망론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된 보수 표심이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쏠리는 분위기다. 반 전 총장이 사라지자 그의 지지율은 단숨에 10%를 돌파했다. 두 자릿수 지지율은 정치적 의미가 있다. 군소 후보와 가능성 있는 후보를 가르는 일반적 기준이다. 정치권에선 그의 지지율이 당분간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황 권한대행이 실제로 대선에 출마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대선 30일 전에만 사퇴하면 법적 문제는 없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국정 실패의 공동책임자라는 정치 도의가 발목을 잡는다.

또한 그가 사퇴하면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돼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가 대선을 관리하는 촌극이 벌어진다. 새누리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조차 그의 대선 출마설을 "미친 짓"이라고 비판한 까닭이다.

황 권한대행은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했다. 갖은 논란이 불가피한데도 '미친 짓'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지율이 더 올라 문재인 전 대표를 꺾을 수 있는 유일한 보수 후보로 각인되면 이를 명분 삼아 출마 결심을 할 가능성이 있다.

그가 만약 출마할 경우 선택지는 다양하지 않다. 공안검사 출신으로 법무부장관 시절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을 주도하고 국무총리 자리에 오른 그는 명실상부한 박근혜 정부의 2인자다. 박근혜를 밟고 일어서는 황교안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박근혜 지지층, 안보 보수층, 탄핵 반대층을 결집시키는 길 외에는 방법이 없다. 대선에 뛰어들려면 박 대통령과 같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의 심중을 엿볼 수 있는 두 번의 시험대가 있다. 첫째는 특검이 3일 요청한 청와대 압수수색에 대한 그의 태도다. 청와대 압수수색은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로 이어지는 특검 수사의 정점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황 권한대행이 특검의 압수수색 요청을 끝내 거부한다면 박 대통령과 같은 곳을 보고 있다는 유력한 정황 증거가 된다.

둘째는 황 권한대행이 2월 28일 종료되는 박영수 특검의 활동 기간 연장을 승인할 것인지 여부다. 이 역시 미묘한 문제다. 박 대통령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탄핵 기각과 직무복귀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박 대통령 변호인단은 현실적 목표를 준거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헌법재판소의 심리를 최대한 지연시키고 특검 수사는 연장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특검법은 1회에 한해 30일 간 활동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기간을 연장하려면 대통령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는 처음부터 특검법의 허점으로 지적됐던 사항인데, 우려가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황 권한대행의 손에 특검 기간 연장의 키를 쥐어준 결과가 됐기 때문이다.

헌재의 탄핵 심리도 박 대통령 변호인단의 지연전술에 휘말려 있다.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는 '3월 13일까지'를 탄핵심판 선고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을 뿐이다.

만약 헌재의 선고 전에 특검의 활동 기간이 끝나면 특검은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만 해두고 정작 기소를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기 전까지는 대통령 신분인 박 대통령의 형사불소추 특권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황 전 총리가 특검의 활동 기간 연장을 승인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이유다.

요컨대, 특검 및 헌재와 시간싸움을 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운명이 황 권한대행에게 달린 형국. 그가 갖은 비난을 무릅쓰고 여론의 상식과 어긋나는 결정을 할 것인지는 관측이 엇갈린다. 그가 '박근혜 방패'를 자처할 경우 촛불 민심은 곧바로 황 권한대행을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헌재의 탄핵이 인용되는 순간부터 '박근혜 동정론'도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본격적인 대선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쫓겨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아직은 관망세인 보수층의 결집도 그로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 권한대행이 그런 분위기에 올라 타 명분 없는 '미친 짓'을 정말로 감행할까? 지지율 상승세와 더불어 그의 출마를 점치는 전망이 늘어나고 있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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