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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집회 방해 배상하라'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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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집회 방해 배상하라'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인권으로 읽는 세상] 집회는 경찰이 통제할 것이 아니다

나에게 2016년 박근혜 하야 촛불집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날은 12월 2일이다. 청와대 인근 행진 금지에 대해 법원이 가처분 결정을 내린 날이다.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은 가처분 결정을 내린 법원을 칭찬했고 많은 집회 참가자들은 12월 2일 청와대까지 행진하며 하야를 외쳤다.

그 와중에 나는 왠지 모를 분함을 느꼈다. 언론 기사에 나온 것처럼 "헌정 사상 청와대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까지 집회와 행진이 보장된다는" 말이 썩 내키지 않았다. 집회와 행진은 참가자들이 그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은 곳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이 당연한데 마치 법원에 의해 보장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청와대 인근까지 갈 수 있지만 다음에도 갈 수 있을지, 전 국민의 90%가 하야를 요구하는 집회와 달리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청와대에 전달하고자 할 때에도 청와대 앞까지 갈 수 있을까 싶었다. 만약 그때 법원이 청와대 앞까지 행진을 금지한다면 그건 거리의 자유가 열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었다. 집회의 장소를 우리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번 법원의 판결이 언제나 동일할 거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프레시안(최형락)

자의적 경찰의 집회 금지, 신고한 집회도 예외 아니다

집회를 신고할 때 가장 먼저 찾는 곳은 경찰서이다. 집회 계획, 행진 계획, 필요한 물품, 질서 유지인을 기입한 집회신고서를 가지고 경찰서를 찾아가면 어느 단체에서 집회 신고를 하는지, 내용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경찰은 이런 물품은 집회 반입이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왜 안 되냐고 물어보면 이런저런 핑계를 댄다. 천막을 치면 점거를 할 수 있고 깃대와 의자는 무기로 변할 수도 있다고 한다. 나는 이런저런 집회를 하고 싶어 경찰에 협조를 구하러 가는 것(신고)이지만 경찰은 자신들의 기준에서 집회를 재단(허가)하려 한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심에서 법원은 대한문 앞 집회를 자의적으로 해산하고 금지한 국가와 당시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 최성영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2013년 대한문 앞 집회는 경찰이 집회를 재단하고 통제할 때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열려 하면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천막은 금지되었다. 천막을 치려 하면 경찰 기동대가 들어와 천막을 뺏어가고 물리력을 동원해 참가자들을 힘으로 밀어냈다. 언론사 기자 30명이 참여한 기자회견에서 스피커를 압수당해 기자회견이 가로막혔다. 이에 '기자회견 금지를 취소하라'는 집회를 열자 강제 해산하였다.

위 판결은 경찰에게 금지 권한이 있는 한 언제나 자의적으로 집회 금지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당시 경찰이 집회 장소에 경력을 배치하여 발생한 충돌과 이후 경찰의 해산 명령에 대해 사전에 경찰이 집회 장소에서 나갔다면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음에도 그렇지 않고 해산 명령을 내린 것은 위법한 경찰권의 행사로 판결했다. 또한 기자회견의 경우에도 최성영이 집회 장소를 경찰들에게 점거하도록 한 것은 급박한 경찰상 장해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없다 판단했다.

법원의 판결에서 보듯 경찰의 경력 운영은 지휘권자에 의해 자의적으로 운영된다. 신고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집회를 준비하고 개최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판단에 따라 자의적으로 금지될 수 있다. 경찰의 자의적 집회 금지조치는 집회를 통해 공동의 의사를 표현하려는 집회 참가자의 목적 그 자체를 상실시킨다. 이는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21조에 반하는 행위이다. 경찰이 금지통고 권한을 가지고 있는 한 위와 같은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경찰의 금지통고 권한의 자의적 사용은 이후 세월호 사건, 2015년 민중총궐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6월 경찰은 청와대 인근 집회를 무더기 금지 통고했다. 2014년 5월 8일, 18일 집회에 대해서 지역주민들의 탄원서를 이유로 집회를 금지했고 6월 10일 '청와대 만인대회' 61곳에 대해서도 '생활 평온 침해'를 이유로 금지 통고했다. 2015년 3차례의 민중총궐기에서는 경찰이 6중의 차벽을 쌓고 집회 신고 91건 중 27건을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라는 이유로 금지 통고했다. 보통 집회의 연도별 금지율이 1%를 넘지 않는데 민중총궐기는 29.7%의 금지율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결국 이 과정에서 물대포에 의해 고(故) 백남기 농민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경찰은 집회의 목적과 내용에 따라 집회를 허가한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규제 구조의 핵심은 사전신고제이다. 사전 신고로 인해 경찰은 집회에 대한 통제 권한을 확보할 수 있고 금지통고, 해산과 처벌 또한 가능하다. 집시법의 조항을 살펴보면 이와 같은 경찰에 의한 규제 구조가 이 법률의 핵심임을 알 수 있다. 제5조(집회 및 시위의 금지), 제6조(옥외집회 및 시위의 신고 등), 제7조(신고서의 보완 등), 제8조(집회 및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 통고), 제9조(집회 및 시위의 금지통고에 대한 이의신청 등), 제10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시간), 제11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 제12조(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 제13조(질서유지선의 설정), 제14조(확성기 사용의 제한), 제20조(집회 또는 시위의 해산)는 이와 같은 집회 규제와 관련 조문이며 제21조 또한 이에 대한 법률이다. 22조부터 벌칙 및 과태료이라고 할 때 목적과 정의, 집회 방해 금지를 제외한 법조문의 대부분은 경찰에 의한 집회 규제의 바탕이다.

경찰은 이 조항을 근거로 집회를 강력하게 통제한다. 특히 그 집회가 정부나 자본을 향할 경우 규제조항을 바탕으로 그 집회의 목적과 내용에 따라 임의적으로 금지조치 한다. 2015년 1차 민중총궐기가 열린 11월 14일 개최 예정이었던 서울경찰청 관내 집회 신고는 총 1226건이었다. 이중 집시법상 금지통고가 가능한 주요 도로에서 열린 "세월호 특조위원장 이석태 사퇴 촉구 집회" "반국가 종북세력 척결 및 올바른 국사교과서 발행 촉구"와 같은 보수 세력의 집회는 금지되지 않았다. 동일한 장소에서 열린 집회이지만 그 내용에 따라 어떤 집회는 허가되고 어떤 집회는 불허되었다.

집회 및 시위가 그 목적과 내용에 따라 정부에 의해 규제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매우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이것에 예외가 되는 것은 '혐오 선동'과 같은 인간 존엄성을 공격하는 집회뿐이다. 하지만 한국 경찰의 집회관리는 그 집회가 위정자를 향하는 경우 적극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이다. 경찰이 어떠한 기준으로 사람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판단하고 금지하는지는 뻔히 보여 더 이상 말하고 싶지도 않다. 2016년 12월 2일 법원의 판결에 사람들이 환호하는 것은 권력자의 눈치를 보는 경찰의 모습에 일침을 날리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할까? 언제나 법원이 집회시위의 자유 편에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무엇보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우리의 권리이다.

집회를 통제할 수 있는 경찰의 권한을 삭제하자.

집회에 대한 권한은 언제나 경찰이 쥐고 있었다. 그렇기에 집회를 경찰에 신고하는 것, 집회 장소 인근에 대기하고 있는 경찰의 모습, 행진을 할 때 경찰이 인근에 있는 것은 너무 익숙한 풍경이다.

그런데 꼭 집회를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는 걸까? 정부에서는 위법한 집회를 경찰이 판단할 수 있다고 하겠지만 위법한 행위는 법원이 판단하면 된다. 물리적 충돌? 최근 20년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물리력을 사용한 것은 경찰이 집회를 금지하고 참가자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해서 발생했다. 또한 참가자들의 물리력이 민간인이나 인근 상가, 자동차로 향한 적도 없고 물리력의 충돌은 오롯이 경찰과 집회 참가자간의 문제였다. 만약 경찰이 금지통고를 하지 않고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그와 같은 충돌이 발생했을까? 오히려 집회에 대한 권한을 경찰이 가지고 있어 발생하지 않아도 될 사건들이 발생해왔던 건 아닐까?

국가와 최성영 경비과장에게 손해배상을 명령한 법원의 판결, 청와대 인근 100미터까지 행진을 허가한 법원의 판결에 안주할 수 없다. 집회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한 경찰의 권한을 법에서 삭제하자. 현재 경찰은 집회에 대한 신고, 금지통고, 해산, 물리력의 행사 등 집회에 대한 법적 규제 장치를 최대한 활용하여 정권에 저항하거나 문제제기하는 목소리를 가로막고 있다. 지금까지 경찰은 자의적으로 집회를 판단하여 '거리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 왔다. 신고한 집회조차 방해하고 해산 명령을 내렸던 그들을 떠올리며 경찰의 집회에 대한 권한을 삭제하고 오롯이 우리가 하고 싶은 집회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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