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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상조 "삼성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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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인터뷰] 김상조 "삼성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삼성 사외이사, 외부 주주가 선임하게 하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구속될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6일 오전 10시 30분께 한정석 영장 전담 판사 심리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을 진행했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된다. 지난달 18일에도 같은 절차가 있었다. 당시엔 영장이 기각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두 번째 이 부회장 구속 시도, 성공할까.

"한 달 동안 증거 및 논리 강화…이번엔 이재용 구속 가능성 있다"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를 지난 15일 오후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이 부회장에 대한 첫 번째 구속 영장이 청구됐던 지난달, 그는 특검의 논리에 빈 고리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구속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실제로 당시 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이번엔 어떨까. 김 교수는 구속 가능성이 꽤 높다고 전망했다. 이 부회장 구속 수사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지난 한 달 사이 확 보강됐다는 게다. 특검팀이 새로 확보한 증거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하지만 김 교수의 진짜 관심사는 이 부회장 구속 여부가 아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건 안 되건, 삼성은 여전히 한국 경제에서 큰 역할을 할 게다. 중요한 건, 법질서를 깨려는 삼성 내부의 압력이 생기지 않게끔 하는 일이다. 좋은 지배구조를 만들어야만 가능하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실질 심사를 앞두고, 김 교수가 한 이야기를 요약 소개한다.


'평판 관리'에 실패한 이재용


통념과 달리, 김 교수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오랫동안 멈춰 있었다고 본다. 1995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이 부회장에게 61억 원을 증여하면서 승계 작업이 시작됐다. 이듬해인 1996년,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 'e삼성'을 통한 지분 강화 시도가 있었다. 정보기술(IT) 벤처 거품에 편승한 전략이다.

그리고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갑작스레 쓰러졌다. 그 사이 십 년 남짓 동안,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구체적인 작업이 거의 없었다는 게다. 삼성 X파일 사건,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 등이 있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법적, 윤리적 논란이 거셌다.

그뿐 아니다. 김 교수는 이건희 회장 본인 역시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본다. 봉건적인 재벌 문화에선, 회장이 직접 나서지 않는 한 참모들은 승계 관련 논의를 할 수 없다. 김 교수는 현대자동차 그룹과 삼성을 비교했다. 경영권 승계는 그저 지분을 늘리는 것으론 완결되지 않는다. 시장에서 좋은 평판을 쌓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의 평판 관리를 위해 온갖 노력을 했다. 정 부회장에게 기아자동차 경영을 맡긴 뒤, 다양한 지원을 해서 성공 사례를 쌓으려 했다.

반면, 이건희 회장은 이런 노력이 없었다. 그 결과, 경영 능력에 대한 평판만 놓고 보면, 이재용 부회장은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에게조차 밀리는 처지가 됐다.

이건희 투병과 엘리엇 사태…돌발 변수로 급류 탄 경영권 승계


이런 상태에서 갑자기 회장 유고 상태가 되자, 삼성 미래전략실은 뒤늦게 숙제를 시작했다. 이 부회장의 지분 강화를 위해 다양한 인수 합병 및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그리고 새로운 변수, '엘리엇 사태'가 터졌다. 2015년 6월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통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하려던 시도에 제동이 걸렸다. 삼성물산 3대 주주였던 미국 사모펀드 엘리엇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기존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점을 공격했다.

'회장 유고', '엘리엇 사태'. 모두 삼성 미래전략실이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였다. 회장 유고 때문에 갑작스레 승계 작업에 속도를 냈다. 이는 재무 담당자의 몫이었는데, 엘리엇 사태로 변화가 생겼다. 로비 담당자가 나서야만 했다. 시장의 자연스런 흐름에 맡겨서는 풀 수 없는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승마 유망주' 지원 요구장충기, 기회를 잡다


'회장 유고'와 '엘리엇 사태'의 사이에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이 있었다. 2014년 9월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두 사람이 독대했다. 박 대통령은 "승마 유망주를 발굴해 적극 지원해 달라" "승마 유망주에게 좋은 말을 사주고 해외 전지훈련도 지원해 달라" 등의 요구를 했다. 이게 무슨 뜻인가?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이 나설 때가 됐다. 장 사장은 삼성에서 '대관 업무'만 담당했었다. 관청을 상대하는 일, 즉 정보 수집과 로비 업무다. 실제로 과거 삼성 비서실(현 미래전략실)에서 일했던 이는, "장충기 사장을 구속 수사하지 않고서는, 정경유착 고리를 끊을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삼성과 권력의 어두운 거래 내역을 가장 구체적으로 아는 인물이 장 사장이다.

하지만 그 역시 나이가 들었다. 2014년 가을에는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 담당 사장과 마찬가지로 '은퇴 프로그램' 적용을 앞두고 있었다. 기존에 담당하던 역할의 비중을 줄이고, 조금씩 가벼운 역할로 옮겨가는 것이다. 다른 전직 삼성 관계자 역시 장 사장에 대해 '이건희 라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시대 개막과 함께 퇴장할 인물이라는 게다.

박 대통령의 '승마 유망주' 언급은 장 사장에게 새로운 기회였다. 그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관계에 대해 파악했고, 그의 전공 실력을 발휘했다.

2014년 11월 25일, 삼성은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사가 됐다. 다음 날 삼성과 한화 사이에서 화학 계열사 인수 합병 조치가 발표됐다. 이듬해인 2015년 3월, 대한승마협회 회장사가 한화에서 삼성으로 교체됐다. 그리고 정유라 씨를 본격적으로 지원했다. 이재용 체제 삼성에서 장 사장의 역할을 찾았다.

특검 논리에서 빠진 고리 하나

그 뒤에 터진 게 '엘리엇 사태'다. 장충기 사장의 역할은 더 확대됐다.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지지를 끌어내고, 다양한 지원을 얻어내려면, 권력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첫 번째 구속 영장이 청구됐던 지난달, 김 교수가 기각 가능성을 점쳤던 한 이유가 이 대목과 관련이 있다.

장충기 사장이 최순실 씨의 존재를 포착하고 로비를 시도한 게 2014년 가을이다. '엘리엇 사태'는 2015년 6월이다. '엘리엇 사태'가 없었다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순조롭게 진행될 터였다. 그렇다면, 최 씨에 대한 로비가 국민연금의 지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논리는 어색하지 않은가.

삼성의 딜레마…지주회사 전환까지 고려한 로비

김 교수는 보다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삼성 지배구조를 가장 오랫동안 살폈던 그가 보기에, 지금의 삼성 출자 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현 상황에선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부당 이득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 마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시장은 더 이상 이 부회장의 부당 이득에 대해 관대하지 않다. 재벌 총수 일가에 대한 사회적 비난 수위는 꾸준히 상승했다. 삼성과 한국을 동일시 하는 '애국심 마케팅' 역시 한계가 있다. 외국인 주주들에겐 안 통한다. 그렇다고 해서, 현 상태에서 계속 버틸 수도 없다.


삼성의 로비는 이런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지주회사 전환까지 고려한 로비였다. 이렇게 보면, 대가성 여부도 분명해진다. 법원 역시 이런 논리는 부정하기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 김 교수는 이 부회장 구속 가능성을 전보다 높게 본다.

"이재용, 지주회사 지분 20%에 만족해야"

앞서의 딜레마에서, 삼성은 어떻게 했어야 할까. 권력을 향한 '로비'가 아닌, 합법적인 경로는 무엇이었을까. 김 교수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다.

"정당한 지분 거래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이 확보할 수 있는 지주회사 지분은 20%대다. 계산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이 수준을 넘어설 수는 없다. 이 부회장 입장에선 불안한 비율이다. 사업에 실패하면,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경영권을 뺏길 수 있다. 그러니까 무리해서 높은 지분을 확보하려 한다. 그런 목표로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면, 불법 행위를 피할 수 없다.


지주회사 전환은 해야 한다. 하지만 총수 지분은 20%로 만족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경영 능력에 대한 시장의 평판을 쌓지 못한 상태다. 경영권 방어에 대해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무리하게 경영에 나서기보다, 대주주로 남되 '조정자' 역할에 머무르는 게 옳다. 그리고 그걸 약속해야 한다.

이런 약속을 한다고 한들, 사회와 시장이 믿겠느냐고 할 수도 있다. 신뢰를 얻을 방법이 있다. 외부 주주가 사외이사를 선임하게 하면 된다. 삼성물산,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에서 외부 주주가 선임한 사외이사가 활동하면, 신뢰가 생긴다. 예컨대 국민연금, 또는 삼성을 공격했던 엘리엇 등이 사외이사를 선임한다고 생각해보라.

이재용 부회장이 곧 구속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오히려 기회다. 이 부회장이 사회와 격리된 상태에서 자신의 역할 및 경영 투명성에 대한 약속을 한다면, 더 확고한 신뢰가 생긴다. 총수가 막후에서 조종한다는 의심을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총수가 구속되면, 인수 합병 및 신규 사업 진출 결정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맞다. 그건 분명히 총수 구속에 따른 비용이다. 그러나 반드시 치러야 하는 비용이다. 그리고 일상적인 경영은 총수 구속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뒤의 상황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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