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대통령에게 (문건 및 보고서를) 먼저 보고하는 게 아니라 최순실에게 먼저 보내 컨펌 받는 관계 아닌가요."
"할 말이 없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그 뜻이 뭔가요."
"지나치게 행동한 것 같습니다."
16일 검찰이 법정에서 공개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검찰 조서 내용이다. 정 전 비서관은 최순실 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사실을 대부분 인정하며 사실상 법정 심리를 마무리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과 공모해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문건 총 47건을 최 씨에게 전달해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법정에서 대통령과의 '공모' 혐의는 부인하면서도, 비밀 누설 부분에 대해선 대체로 인정하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날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음성 파일과 문자메시지, 녹취록을 공개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정 전 비서관은 최 씨에게 '선생님'이라 부르며 대통령 말씀자료, 연설문 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정 전 비서관은 8대의 휴대전화와 1대의 태블릿 PC를 썼으며, 이 가운데 최 씨와 소통 수단으로 활용한 휴대전화는 총 3대였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최 씨에게 넘긴 자료 가운데 고위직 인선에 관한 내용도 있으며, 최 씨는 그에 대한 의견을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검찰 조사 당시 진술한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대통령이 최 씨의 의견을 먼저 들어보라고 했기에 참고자료를 보냈다', '예를 들어 국정원 2차장, 기조실장 낙점에 앞서 후보군 명단을 최 씨에게 보낸 건 사실', '인사에 관해 최 씨의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가 있지만 매번 반영되는 건 아니었다' 등이다.
이는 최 씨와는 상반되는 주장이다. 최 씨는 지난달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 전 비서관과 주고받은 내용에) 고위 공무원 인사 자료가 포함됐느냐"는 추궁에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최 씨 자문을 받는 일은 '정윤회 문건' 파동 이후 끝났다고 밝혔다. 자신이 먼저 대통령에게 자문 구하는 일을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 박 대통령에게 건의했고,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그 이후 최 씨에게 자료를 한 번도 보낸 적이 없느냐"고 묻자 정 전 비서관은 답변을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진술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내용과 다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국민담화에서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 최 씨의 의견을 묻는 것을 그만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박 대통령의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다. 15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 당일에도 차명 휴대전화로 최 씨와 통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전 비서관과 최 씨는 이메일로 청와대 문건을 공유하면서도, 나중에 범죄 사실이 발각됐을 때를 대비한 정황도 공개됐다.
검찰은 이날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일 가운데 '어벤져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공개했다. 메일 앞부분에는 서울에서 영화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촬영이 이뤄진다는 연예계 기사를 두고, 중간에 '김 팀장이 순방 일정을 보내왔다'는 등 본론이 들어있다고 했다.
검찰은 "이러한 메일이 공개됐을 경우 문제가 될 것을 염려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의 공소 사실 설명을 끝으로,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심리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이 정 전 비서관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겠다고 밝혀 추후 기일을 정하기로 했다.
피고인 신문이 끝나면 함께 기소된 최 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의 심리를 다시 병합해 검찰과 변호인 측의 최종 변론을 듣고 1심을 선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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