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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의 '대연정', '반민주당' 세력에 반격 수단 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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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안희정의 '대연정', '반민주당' 세력에 반격 수단 될수도 [이충렬의 정권+교체] 정권교체의 심장은 뜨거워야 한다.
봄과 가을이 한꺼번에 왔다고나 할까? 촛불항쟁으로 박근혜에 대한 탄핵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차기 대선 후보를 뽑기위한 각 당의 예비경선도 본격적으로 열기를 뿜기 시작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 유고가 발생할 시 60일 이내에 차기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헌법상의 규정 때문에 약간 아귀가 안 맞는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했다.

광장과 SNS에서는 탄핵 우선의 함성이 우렁차다. 그렇다고 대통령 후보를 뽑는 절차를 마냥 미룰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3월 10일 이전에 탄핵이 인용되면, 그때부터 당 내부 경선에서 본선까지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범야권의 경선은 3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정의당이 가장 먼저 심상정 의원을 대선 후보로 선정했다. 국민의당은 최근 손학규 전 대표를 영입하여, 천정배 의원과 안철수 전 대표의 3자 구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핫한 곳은 1부 리그라 볼 수 있는 민주당 경선이다.

여론조사상 1, 2위 주자를 보유하고 있는 민주당은 당내 예선이 곧 본선이라는 주목을 받고 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등 빅3의 지지율을 합하면 유권자의 약 60%에 육박하는 조사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주자들끼리의 경쟁도 본선 못지 않게 치열해 지고 있다.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민주당 경선이 포지티브 섬으로 가느냐 아니면 마이너스 경선이 되느냐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또한 국민의당과 정의당을 정권교체라는 큰 틀에서 협력 구도를 짤 것인가도 중요한 포인트다.

현재까지 나타난 현상을 바탕으로 분석하면, 우선 대선구도의 불안정성이 가장 눈에 띈다. 즉 2자구도로 갈 지, 3자 구도로 갈 지 아직도 불투명하다. 흔히 하는 말로 민주당후보 VS 국민의당 후보 VS 보수후보일지 아니면 민주당 후보 VS 반민주당 단일후보로 갈 지 아직도 유동적이라는 말이다. 이 구도의 불안정성은 글의 마무리 부분에 다시 살펴보겠다.

두 번째 특징은 지지도의 출렁거림이 매우 심하다는 것이다. 한때 전체 지지도 1위를 했던 반기문 전 유엔총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미 탈락했고, 안철수 의원조차 지금은 한자리 숫자에 머물러 있다.

촛불항쟁이 시작되면서 18%까지 지지율이 치솟았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금은 10%미만에 맴돌고 있다. 반면 5%미만이었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1달여만에 23%까지 수직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지금까지 보인 유동성은 앞으로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후보의 전략과 메시지, 또는 실수에 따라 지지율의 요동은 극심하리라 예상된다. 유일한 상수는 약 20%의 콘크리트 지지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문재인 전 대표다. 대선구도의 불안정성과 지지율의 롤러코스터 현상은 문재인 전 대표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이다.

문재인에 대한 열렬한 지지에 못지않게, '문재인은 안돼'라는 비토에서부터 '문재인은 절대 당선될 수 없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 문재인이냐 아니냐가 모든 정치 변동의 밑바탕에 깔린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최근 안희정 지사의 수직 상승은 바로 문재인 대안을 찾는 사람들로부터 에너지를 얻고 있다. 그는 외곽을 때리면서 내부로 치고 들어오는 전략을 채택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70%가까운 지지층을 가진 문재인 대표와 당내에서 싸우기보다는 당 밖의 '문재인 비토층'에 직접 소구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기존 민주당의 복지 정책이나 고용 정책과 다른 의견을 피력하고 그리고 이를 뭉뚱그린 대연정 제안으로 그는 중도를 넘어서 보수세력의 눈길을 사로잡는 성과를 올렸다. 내친 김에 그는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이나 박근혜 정권의 실정도 '선의'에서 시작되었다는 발언으로 보수층 구애의 절정에 도달했다.

안희정 진영의 전략은 20%대 후반까지만 치고 올라가서 문재인과 근접전을 벌이면, 호남에서 안희정 돌풍이 노풍처럼 재현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깔려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완전국민경선제라는 제도와 문재인의 당선을 공포스럽게 보는 보수 세력의 심리를 잘 활용한 한 편의 정치공학이라고 볼 수도 있다. 노무현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로 그를 죽음으로 내몬 보수 정권의 입장에서는 문재인의 집권만큼 더한 재앙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희정이 선보인 대연정 노선으로 민주당 경선은 단박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때까지 촛불 항쟁을 바탕으로 적폐 청산과 기득권 세력 단죄는 만장일치의 합의였던 것처럼 보였는데 안희정이 전혀 다른 대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제 민주당 경선은 급진적 변화를 주창하는 이재명 시장, 안정적 변화를 내거는 문재인 후보, 그리고 기득권 세력과의 공존을 설파하는 안희정 지사로 구도가 잡혔다. 어느 주자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는지 여부는 이제 향후 우리나라의 진로를 결정하는 역사적인 터닝포인트가 되어버렸다. 민주당의 기존 당원들, 그리고 촛불 항쟁으로 참여의식이 높아진 촛불 민심 또 민주당 밖에 있던 중도와 보수층까지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어 사실상의 본선을 치르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정당정치가 무엇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책과 노선이 다른 다양한 세력이 사회에 존재함을 전제하고, 우리는 정당정치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민주당계열의 정당과 새누리당계열의 정당, 그리고 진보정당과 제3당 등이 존재한다. 지금의 민주당 경선은 촛불 항쟁으로 인한 보수 세력의 궤멸과 '반문재인 비토층'의 존재로 인한 비정상적 상태를 특징으로 삼고 있다.

그렇지만, 경선에 함몰되지말고 지금의 시대정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촛불항쟁은 그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지만, 새로운 시대에 더 이상 적응할 수 없는 부패한 기득권 체제를 전면 혁신하고 새로운 대한민국 즉 민주공화국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라는 지상명령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경선 주자들 뿐 아니라 경선 선거인단으로 참여하는 사람들까지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자격에 대해 심사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시대정신을 펴낼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어떠해야 하는가?
이 글에서는 민주당 계열의 정당이 뿌리내려야 할 역사적 전통과 가치를 중심으로 언급하고자 한다. 정의당과 국민의당도 여기에 당연히 포함된다.

범야권은 현대사에서 3개의 항쟁을 직접적 뿌리로 삼고 있다. 80년 광주항쟁, 87년 6월항쟁, 그리고 지난 연말부터 진행중인 촛불 항쟁이다. 광주항쟁은 그 이전시대가 가진 모든 부조리와 사회모순이 가장 부도덕한 폭력으로 폭발한 것에 대해 시민이 저항권을 행사한 민주화운동의 시발점이라 부를 만하다.

민주당의 지도부와 지지층 다수는 광주항쟁의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 다. 민주주의를 절규했던 광주의 외침을 이어받아 87년 6월항쟁으로 군부독재를 물러나게 했다. 또 근자에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에 대해 천만이 넘는 시민이 평화적인 명예혁명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이 3개의 항쟁은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의 토대인 것이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민주공화국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은 민주당 계열의 기본 노선이었다. 오늘날 안희정 지사가 모으고 있는 중도·보수표들이 민주당의 외연을 확장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의 시대정신을 좌절시키고자 모이는 것인지 그 귀추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대연정 제안이 가진 부메랑 효과를 언급하고자 한다. 안희정 지사는 대연정이라는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 만약 그가 민주당 후보가 된다면 대연정은 시도가 될 것이고, 만약 그가 민주당 후보가 안된다면, 대연정은 문재인이나 이재명을 상대로 한 보수 세력의 반격 수단이 될 것이다. 즉 민주당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대연정 카드를 매개로 반민주당 단일 후보를 만들려고 할 것이다. 정치적 '선의'가 의도와는 전혀 다른 나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큼을 지적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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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렬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2015년, 레디앙) 저자. 1957년 출생. 유신시절 민주주의 운동에 평생 헌신할 것을 맹세, 민주화운동·노동운동·정당활동에 참여하고,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미관말직을 지냈다. 2012년 대선이후 당대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강화도에 귀촌, 언젠가 이 땅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역사가 꽃피는 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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