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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고 입학식 파행…"거짓 교과서로 역사 배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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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고 입학식 파행…"거짓 교과서로 역사 배울 수 없다"

[언론 네트워크] 학부모대책위, 연구학교 지정처분 취소소송 및 효력정지 신청

근조리본을 가슴에 달고 교복도 반납했다. 초록색 명찰의 싱그러움이 피어나기도 전에 경산 문명고등학교 1학년 신입생들은 입학식 당일 아침 학교 운동장에 모여 '국정교과서 철회' 피켓시위를 벌였다. 2,3학년 선배들도 교실 창문을 열고 머리를 내민채 멀리서나마 신입생들의 시위를 응원했다.

2일 오전 10시 경북 경산시 문명고 입학식 30분 전. 신입생 187명 중 150여명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철회를 위한 시위를 벌였다. 고교 입학 첫날의 기쁨보다 우울함이 학생들 얼굴을 뒤덮었다. 전국 유일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자신들의 모교를 규탄하는 신입생들 곁에는 학부모 30여명도 비통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근조리본을 교복에 단 이들은 20분간 국정화 철회 시위를 벌였다.

▲ 문명고 입학식 날 오전 피켓시위를 하는 한 신입생(2017.3.2) ⓒ평화뉴스(김영화)

▲ 문명고 신입생 150여명이 국정화 철회를 외치며 시위 중이다(2017.3.2) ⓒ평화뉴스(김영화)

▲ 입학식이 열리는 문명고 앞에서 피켓시위 중인 시민들(2017.3.2) ⓒ평화뉴스(김영화)

신입생 도모(17) 학생은 "우리 신입생 대부분은 국정교과서 사용에 반대한다. 거짓 교과서로 역사를 배울 수 없다. 입학식도 중요하지만 국정화를 철회한다는 교장 선생님의 약속 없이는 입학식에 참석할 수 없다. 당사자들이 싫다는데 교장선생님이 무슨 권리로 밀어 붙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모(17) 신입생도 "창피하다. 우리가 선택하지도 않았는데 왜 우리가 욕 먹어야 하나. 처음 교복을 입고 시위를 한다는 현실이 답답하고 우울하다"고 말했다. 다른 신입생들도 "나도 전학가고 싶다. 자퇴하고 싶다"면서 "이런 교과서로 시험을 치면 불이익을 받게 되지 않겠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집회 도중 김태동 교장이 입학식 장소로 이동하자 신입생들도 피켓시위를 접고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교장이 입학식 장소로 홀로 들어간뒤 교직원들이 신입생들이 들어 올 수 없도록 입학식장 문을 걸어 잠궜다. 입학식장 안에는 고1 신입생 일부를 포함해 문명중 신입생 80여명만 있었다.

▲ 신입생들의 시위를 응원하는 문명고 2,3학년 선배들(2016.3.2) ⓒ평화뉴스(김영화)

▲ 잠긴 입학식장 문을 열려고 하는 문명고 신입생(2017.3.2) ⓒ평화뉴스(김영화)

그러자 신입생들과 학부모들은 "입학식 주인공인 신입생을 입학식에 못들어오게 하는 학교가 어딨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이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자력으로 문을 열고 입학식장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학교 측은 국민의례까지 입학식을 진행하고 입학식을 강제로 끝냈다. 신입생들은 자신들이 앉아 있어야 할 텅빈 의자 뒤에서 피켓을 들고 "국정교과서 철회"라는 구호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곧 학생들은 집회를 끝내고 교실로 들어가 자습을 했다. 학교는 이날 국정교과서를 제외한 모든 교과서를 배포했다. 문명중 1학년 신입생 80여명은 강당에서 따로 입학식을 했다. 하지만 고교 신입생들의 입학식은 파행을 맞은 뒤 다시 열리지 않았다. 고1 신입생들은 당분간 검정교과서(천재교육)로 역사를 배운다.

고교 입학의 설렘은 사라지고 '역사왜곡' 교과서를 배우게 됐다는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하는 신입생들. 그 옆에 신입생 학부모 2명이 교복을 들고 섰다. 1일까지 촛불집회를 하고 교장과 면담을 한 이들이다. 끝까지 국정화를 철회할 생각이 없다는 교장 답변을 들은 후 자녀들의 전학을 결심한 것이다. 학부모들은 다른 학교로 전학간 아이의 입학식을 포기하고 대신 원래 입학하기로 돼 있었던 문명고로 왔다. 미리 구매한 문명고 교복을 가지런히 접어 교장에게 반납하고 착잡한 표정으로 학교를 나섰다.

▲ 입학식 파행 후 국정화 철회 구호를 외치는 신입생들(2017.3.2) ⓒ평화뉴스(김영화)

▲ 국정교과서 철회 피켓을 들고 입학식장에 서 있는 신입생(2017.3.2) ⓒ평화뉴스(김영화)

▲ 문명고 교복을 반납하고 전학가는 신입생들의 학부모(2017.3.2) ⓒ평화뉴스(김영화)

조모(41)씨는 "국정화 확정된 첫날부터 지금까지 교장을 만나 얘기했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은 국정화를 철회할 생각이 없더라. 그래서 아이 의사대로 전학을 결심했다"면서 "우리 아이의 다시 돌아오지 않는 고교 입학식을 빼앗은 국정교과서와 문명고를 용서할 수 없다. 너무 슬프고 화가 난다"고 했다.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후 2일 현재까지 모두 4명의 문명고 신입생들이 전학을 가거나 자퇴했다. '문명고 국정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철회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추가로 전학과 자퇴를 검토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이날 밝혔다. 이들은 모든 집회 후 교장과 이 사태와 관련한 면담을 가졌다. 김태동 교장은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 국정화 신청에 잘못된 것은 없었다. 이사장의 압박도 없었다. 제대로 잘 가르치겠다. 국정교과서를 주교재로 쓰고 검정교과서를 보조교재로 쓴다. 철회는 없다"고 강행 의사를 거듭 밝혔다.

▲ 학부모 면담 후 기자들과 인터뷰 중인 김태동 문명고 교장(2017.3.2) ⓒ평화뉴스(김영화)

또 학부모대책위는 이날 오후 2시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문명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 연구학교지정처분의 효력정지신청 기자회견'도 열었다. 신입생 2명, 재학생 3명 등 모두 5명의 문명고 학부모들은 이날 이영우 경상북도교육감을 상대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처분 취소소송을 하고 효력정지 신청도 함께 냈다. 법적 대리인은 이영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가 맡았다.

이 변호사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7대2로 연구학교 신청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교장이 다시 재투표를 해 국정화 연구학교 신청을 하고, 경북도교육청이 교사 80% 동의 조항을 삭제한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과 행정신뢰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며 "행정소송의 주요 배경"이라고 밝혔다.

한편 학부모대책위는 이날 저녁 7시부터 경산오거리에서 신입생, 재학생들과 함께 국정화 철회 끝장 촛불시위를 할 예정이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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