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차안에서 번개탄 피우기 전에 쓴 텔레마케터의 고발장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차안에서 번개탄 피우기 전에 쓴 텔레마케터의 고발장 [어느 여고생의 자살 ⑤] 2014년에 이어 2017년에도 똑같은 죽음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전주 LG유플러스 협력회사 콜센터 현장실습생 홍은주 씨(가명)가 지난 1월 22일 저수지에 몸을 던졌다. 2014년 10월 이곳 콜센터 직원이 자살한 이후 2년 3개월 만에 두 번째 자살자다. 2014년 10월 LG유플러스 상담팀장이 자살하며 남긴 메모에는 "수많은 인력의 노동착취"와 "정상적인 금액(임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언이 남아 있었다.

이후 이곳에서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한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도 하지 않은 실습생이 살인적인 노동 환경 속에서 취업 5개월 만에 자살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에서는 그 원인을 찾고자 한다.

여기 한 통의 진정서를 소개한다. LG유플러스 전주센터 SAVE팀에서 일한 상담사가 노동청에 보내려고 한 진정서다. 일단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노동청에 고발합니다. 내용을 보시고 미래부, 방통위에도 접수 부탁드립니다.

하기 내용은 비단 이 회사뿐 아니라 많은 인터넷 고객센터에 해당될 겁니다. 전주시 덕진구 서노소동 대우빌딩 15~17층에서 근무 중인 LGU+의 고객센터 이야기입니다.

수많은 인력의 노동착취와 정상적인 금액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직원이 퇴직을 하면 퇴직 한 달의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는 방법으로 돈을 많이 챙길 겁니다. 예를 들어 8월 근무실적급이 이 회사는 10월 급여에 포함되어 들어오는데 8월 말일에 퇴직시 9월에 기본급만 지급해 줄뿐 10월에 전혀 지급된 금액이 없습니다. 퇴직하는 모든 직원이 이렇습니다.

부당한 노동착취 및 수당 미지급 역시 어마어마합니다. 한 번은 노동청에서 설문조사가 나온다고 하니 미리 예상질문과 답변을 다 짜서 직원들 교육도 시키더군요. 해당회사의 정규근무시간은 09~18시입니다. 허나 상담직원들의 평균퇴근시간은 19시30분~20시... 늦게는 22시에 퇴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추가근무사당이 지급되어야 하나 절대 지급하는 일이 없습니다. 문제는 과도한 상품판매인데 고객센터에 단순 문의하는 고객들에게 전화(070인터넷전화), IPTV, 맘카(홈CCTV) 등의 상품 판매를 강요하고 목표건수를 채우지 못하면 퇴근을 하지 못합니다. 목표건수 역시 회사에서 강제로 정한 내용입니다. 입사설명회 당시에는 추가근무수당을 지급해준다고 계약서에 써 있으나 이행이 되지 않습니다. 이 내용은 모든 부서에 해당됩니다.

SAVE라는 부서는 고객들한테는 해지부서이나 내부에서는 해지방어부서입니다. 고객은 해지를 희망하나 상담사는 해지를 많이 해줄 경우 윗사람으로부터 질타를 받습니다. 해지부서는 월~금요일까지만 근무합니다. 토요일까지 출근해서 불필요한 해지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상담사들이 해지를 많이 했을 경우, 토요일에 강제출근을 시키거나 추가근무수당은 역시 지급되지 않습니다.

여긴 고객센터가 아니라 거대한 영업조직일 겁니다. 가입실은 휴대폰이나 070전화(핫라인)을 통해 녹취를 남기지 않고 가입을 시켜도 쉬쉬할 뿐 제재는 없습니다. 어떻게든 가입시키고 보자는 거니까요. 심지어 개인 휴대폰으로 통화하여 터무니없는 상품금액이나 내용들을 안내하고 고객은 가입 후 나중에 문제를 삼으려 해도 상담사 쪽은 그런 적 없다 발뺌하면 그만입니다. 위에서도 이런 걸 알면서 일단 가입시켰으니 다 눈감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만 급증하는 거구요. 거대한 사기꾼 같습니다.

상담사들 근무시간은 녹취뷰어로 확인해 보시면 됩니다. 로그인을 하지 않은 채 로그아웃 된 상태로 TM(텔레마케팅)을 진행하니까요. 그래야 근무를 하지 않은 걸로 시스템상 기록이 되어 로그인 시간으로만 임금을 지급해줍니다.

세세한 부분까지 들여다보면 고객에게 사기치는 이 집단의 부조리가 더 많을 겁니다. 철저한 조사와 담당자 처벌, 진상규명 부탁드립니다.

LGU+는 전주센터뿐 아니라 서울에 있는 센터와 부산에 있는 센터, 이 세 곳을 모두 조사하여야 합니다. 위 내용이 세 곳의 센터에서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는 내용이니까요.

계속해서 반복되는 죽음

▲ 숨진 이 씨가 남긴 유서.
이 내용만 보더라도 회사의 실적압박, 그리고 그에 따른 상상을 초월하는 노동강도가 상담사를 괴롭혔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A4 한 장 분량의 이 진정서를 당사자는 노동부에 직접 제출하지 못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LG유플러스 전주센터 'SAVE'팀에서 근무하던 이모 씨(30). 이 글을 쓴 뒤 자기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했다. 2014년 10월의 일이다.

이 씨는 회사 업무에 괴로워했다. 그는 전주센터에서 일한 지 3년6개월 만에 팀장으로 승진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죽어라 일한 셈이다.

하지만 그렇게 일해도 단 한 번 실수로 모든 게 끝나는 곳이 상담센터였다. 자살하기 6개여 월 전, 소위 '진상' 고객을 응대하다 말실수를 했다. 장장 6시간 전화통화 끝에 나온 말실수였다. 하지만 해서는 안 될 실수였다. 이 씨는 '진상' 고객에게 사과하기 위해 고객 거주지까지 찾아갔다. 대구였다. 하지만 고객은 사과를 받지 않았다. 대신 센터에 이 씨의 해고를 요구했다.

결국, 센터는 3개월 뒤 복귀시킨다며 이 씨를 해고했다. 하지만 정작 복직은 6개월 뒤에나 이뤄졌다. 다시 고객상담을 한다는 게 부담이었을까. 아니면 회사 압박을 견디는 게 어려워서였을까. 이 씨는 복귀한 지 일주일 만에 '노동청에 고발합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이 씨의 죽음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LG유플러스 측은 "안타깝게 생각하고 애도의 뜻을 표한다"면서도 "언론에 보도된 유언장 내용에 이 씨의 업무와 무관한 내용이 있는 등 일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조사를 통해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개선토록 권고하겠다"며 "고객센터 상담사들의 근무환경 개선과 복지 향상을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나는 아직도 울음으로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실제 노동부에서는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 상담원 자살사건 관련, 죽은 이 씨 아버지로부터 진정서를 접수받은 뒤, 부당 노동행위 관련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노동부는 관련 사건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넘겼다. 하지만 검찰에서는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 내렸다.

그래서일까. 이 씨의 죽음이 있은 지 정확히 2년 3개월 만에 똑같은 센터, 그리고 똑같은 부서에서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전주 LG유플러스 협력회사 콜센터 현장실습생 홍은주 씨(가명)가 지난 1월 22일 저수지에 몸을 던졌다.

▲ 숨진 이 씨, 그리고 여고생 홍 씨가 근무하던 전주시 덕진구 서노소동 대우빌딩 15~17층. ⓒ프레시안(허환주)

이 씨의 아버지 이종민 씨는 여고생 홍 씨의 죽음을 두고 자기 아들과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아들이 죽었을 때, 문제점이 고쳐졌다면 홍 씨가 그렇게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이종민 씨는 "그들(회사)은 지금도 발 뻗고 자겠지만 나는 아직도 울음으로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고 말끝을 흐렸다.

"아들이 회사에 다닐 때, 입버릇처럼 매일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그런 아들에게 '어느 직장 가면 다른 게 있느냐'며 '견뎌야 한다'고 매일 타일렀다. 그러면 아들이 내게 '속 편한 소리한다'면서 빈정거리기도 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계속 회사에 다니라고만 했다. 만약 그런 사실을 알았다면 진작 그만두라고 했을텐데…. 아마 죽은 여고생 부모도 똑같았을 것이다."

이종민 씨는 예전 아들과 함께 살던 전북 익산 집을 떠나 충남 홍성으로 이사했다. 아들이 있던 도시에서 더는 살 수 없었다. 직장도 그만두고 1년 동안 방황했다. 먹고는 살아야 하기에 얼마 전부터 버스운전사를 하고 있다.

자식을 잃은 심정을 누가 헤아려줄까. 이 씨는 조만간 홍 씨의 아버지를 만나러 갈 예정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2-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