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차고 넘친다"고 장담했던 검찰, 박근혜 혐의 잡아낼 수 있을까?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할 수 있는 진술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담화 등의 형식을 빌리지 않고 뇌물 수수 의혹 등 자신의 혐의와 관련해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해명을 내놓은 것은 딱 두차례다. 지난 1월 1일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한 차례, 그리고 '극우 성향'의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운용하는 1인 인터넷 미디어에서 한 차례였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모두 "검찰이 엮어도 너무 엮은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21일 있을 검찰 조사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혐의를 전면 부인할 가능성이 높다. 크게 본인은 △개인적으로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으며 △최순실과 공모한 것도 사실이 아니고 △최순실이 사익을 추구한 것도 몰랐다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을 앞둔 상황에서 검찰 측은 입을 꽉 다문 형국이다. 이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검찰이 각종 수사 정보를 언론에 흘리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받았던 혐의는 '포괄적 뇌물'. 이명박 정권 차원의 '표적 수사'라는 비판이 비등한 상황이라 명분에서 밀렸던 검찰은 적극적인 '언론 플레이'에 나섰다. 이른바 '논두렁 시계' 사건 등 국정원이 개입된 것으로 의심됐던 일도 벌어졌다. 그러나 20일자 신문에서 '검찰발' 기사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박 전 대통령 뇌물 혐의의 핵심은 삼성, SK 등 대기업의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 자금 등이다. 검찰은 최순실 씨 공소장을 통해 '최순실-박근혜-안종범' 세 사람에게 공모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최순실 씨 측에서 '최순실과 박근혜의 공모 관계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검찰은 재판정에서 "최순실 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공모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호언장담했었다.
검찰은 과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잡을 수 있을까?13개 혐의 박근혜, 밤까지 조사 이어질 듯
13개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 시간은 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조사가) 밤 늦게까지 가야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며, 밤샘 조사 가능성에 대해선 "심야 조사는 동의를 받아야 한다. 가급적 그 전에 마치려고 노력하지만, 내일 가봐야 한다"고 했다. 과거 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의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에 초점이 맞춰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7시간, 노무현 전 대통령은 13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그러나 뇌물수수 혐의뿐만 아니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선 두 대통령 조사보다 훨씬 조사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 전반에 대해 조사하는 가운데, 특히 뇌물죄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자세히 질문할 것으로 보인다. 질문 개수만 수백 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질문 개수를 알 수 없다. 지금도 조금씩 질문을 정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추가 적용한 뇌물수수 및 제3자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등 3개 혐의 부분에 대해선 "특검 조사를 바탕으로 질문하겠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과 마주앉아 조사를 진행할 담당 검사는 형사8부 한웅재 부장검사와 특수1부 이원석 부장검사다. 한 부장검사는 사법연수원 28기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부장, 대검찰청 공판송무과장, 대검찰청 형사1과장 등을 역임했으며, 특별감찰관실이 고발한 박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씨 사기 혐의 사건도 담당하고 있다. 이 부장은 현직 특수부 검사 중에서도 손꼽히는 '특수통'이다. 사법연수원 27기 출신으로 2005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수사에 참여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대검 반부패부 수사지원과장과 수사지휘과장 등을 역임했다.
두 사람은 또한 지난해 1기 특수본 때도 투입돼 최순실 게이트 전반을 꿰뚫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사가 원만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라도 보안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면, 다른 피의자나 참고인의 청사 방문을 최소화하도록 하고, 조사실 주변은 사실상 박 전 대통령 조사를 위해 비워질 전망이다. 조사 장소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보안 문제 등 때문에 내일 아침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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