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실질심사는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심문한 뒤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로, 지난 1997년 도입됐다. 검찰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한 사례는 박 전 대통령에 앞서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구속된 1995년에는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없었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경우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심사를 받는 전직 대통령이 된다. '사상 첫 파면 대통령'이라는 오명에 이어 또 하나의 불명예를 떠안게 되는 셈이다.
심문 기일은 오는 30일 오전 10시 30분으로 정해졌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가 13개에 달하고 검찰과 박 전 대통령 측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법원의 판단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따라서 31일 경에 구속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단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원칙적으로 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는 심문을 받기 위해 법원에 나와야 한다. 물론 심문을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럴 경우, 법원이 영장을 청구한 검찰의 입장을 더 무게 있게 검토할 수밖에 없으므로 피의자에게 불리하다. 게다가 사안은 매우 중대하다. 이날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강요, 직권남용뿐 아니라 뇌물죄까지 포함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2조에 따르면 뇌물수수 가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는데, 박 전 대통령은 삼성으로부터 총 433여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영장실질심사가 기소 전 박 대통령이 자신의 억울함을 소명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직접 법정에 나와 판사 앞에서 결백을 호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대통령은 줄곧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해왔다.
만일 심문에 응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주거가 명확해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점을 들어 구속 수사가 필요치 않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장 청구 기준 중 하나로 법원은 범죄 혐의 등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그간 검찰 수사에 응한다고 수차례 공언해놓고도 단 한번도 응하지 않았던 것도 불리하게 작용할 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검찰의 조사 요구를 묵살했고, 특검법이 발효된 이후에도 특검 수사에 응하지 않았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의 움직임은 그다지 긴박해 보이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밝힌지 약 4시간만인 이날 오후 3시 40분경 박 전 대통령의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홀로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느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지만 유 변호사는 입을 꾹 다문채 자택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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