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첫 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른바 '러시아 커넥션'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다급한 처지에 있다. 올해 하반기 2기 출범을 앞두고 있는 시진핑도 권력 강화 및 양국 관계의 초석 다지기 차원에서 트럼프와의 회담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은 '글로벌 파워'라는 국격에 걸맞게 다양한 의제들이 포괄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단연 관심을 끄는 대목은 무역, 북핵, 사드를 둘러싼 두 정상의 담판이다. 이들 세 가지는 핵심 의제들일뿐만 아니라 상호간에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세 가지 의제가 어떤 화학 작용을 만드느냐에 따라 미중 정상회담의 성패뿐만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트럼프는 무역 문제를 중국의 대북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카드로 삼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3일 자 <파이낸셜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북한 문제 해결이 중국에 어떤 인센티브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바로 무역이다. 전적으로 무역이다"고 답했다.
이는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확실한 역할을 한다면, 미국은 대중 무역 보복을 자제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듯,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관세 부과를 미루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트럼프는 또한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며 상반된 해석을 가능케 하는 발언을 내놨다. "나는 우리가 어디에 있고 중동의 어디를 때릴 것이라고 말해줬던 과거의 미국이 아니다"는 발언에는 초강경 대응을 암시했다.
그런데 북한과의 일대일 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렇다. 그건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고 밝혀다. 무력 사용에서부터 북한과의 직접 대화 가능성까지 모두 열어놓고 북한을 상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 고위 관료의 백 그라운드 브리핑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4일 자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재된 내용에 따르면, 이 관료는 "트럼프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상당한 경제적 지렛대를 행사해 북핵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을 끄는 것은 "평화적인 해결"이라는 표현이다. 이는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 북한이 비핵화에 동의하면 미국도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이 관료는 사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미국도 중국이 사드에 반대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맹국인 한국과 미국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에서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셋째는 중국의 사드 보복과 관련해 트럼프가 시진핑에게 입장을 전달할 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세 가지 점에서 주목을 끈다. 먼저 "사드는 중국과는 무관하다"고 했던 오바마 행정부와는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우려와 반대를 일정 부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 대변인은 3월 7일에도 "중국의 우려를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둘째, 사드를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는데, 이는 사드가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와 무관하다는 박근혜-황교안 정부와의 해명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트럼프가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에서 사드 보복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이다.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종합해보면,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상호 만족할 수 있는 합의'에 도달할 여지가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시진핑은 아마도 '무역 전쟁'을 뒤로 미루기로 한 트럼프에게 미국산 제품 수입 증대와 미국 내 신규 투자라는 선물을 내밀 것이다.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의 철저한 이행을 재확인함으로써 트럼프의 체면을 살려주려고 할 것이다.
시진핑은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에게 두 가지를 입장을 밝힐 것이다. 하나는 대북 제재의 목적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데에 있으며, 협상 재개시 중국은 성과를 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하나는 미국이 최소한 사드 배치를 유보함으로써 한반도의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방지하고 미중 간의 협력을 도모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공개적으로는 사드 배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X-밴드 레이더의 한국 배치를 늦추는 등 기술적인 방법으로 중국의 요구에 일정 부분 호응해줄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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