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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함께는 무슨 일도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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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함께는 무슨 일도 일어날 수 있다 [나라 밖 이야기] 북핵은 궁지에 몰린 체제의 마지막 수단
<르몽드>에 실린 단신

"중국의 관영 텔레비전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4월 12일 수요일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전화 통화에서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위기에 평화적인 방법을 사용할 것을 건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전화 통화에서 중국은 평화적 방법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는 점을 시진핑이 강조했다고 중국의 CCTV 채널이 인터넷 사이트에 보도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화요일에 중국 없이 '북한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4월 13일 자 <르몽드>가 AFP 통신을 그대로 옮겨 실은 단신이다. 단신이지만,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마라 리조트에서 만찬 회담을 가진 지 일주일 뒤 시진핑 주석이 전화 통화로 '평화적인 방법'을 강조했다는 점이 드러난다. 3월 9일 자 <르몽드>에 '코레 : 위험 경고!'라는 제목의 사설이 실린 예를 비롯하여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한반도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르몽드> 지면을 통해서도 감지된다. 이번 에 '나라 밖 이야기'가 아닌 '나라 안 이야기'를 쓰게 된 배경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플로리다주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난 바로 그 날 시리아의 바사르 알 아사드 정부군을 향해 59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도록 명령했다.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부에 대한 응징 조치라고 했는데, <뉴욕타임스>의 풀이처럼 이 공격은 "북한이나 이란 등 다른 적대 국가에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무력시위의 뜻도 담겨 있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군사행동이라는 선택지

트럼프 미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정책 기조는 "20년간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결별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지난 3월 16일 일본을 방문 중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우리는 군사적 갈등으로 나아가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우리에게 행동을 요구하는 단계로 북한이 무장 프로그램의 위협을 높인다면, 이 행동의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놓일 것"이라고 언명했다. "(군사)행동의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놓일 것"이라는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말은 4월 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가진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입을 통해 다시금 확인되었다. 그러면 전략적 인내와 결별한다는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3월 19일 자 <르몽드>에는 가즈토 스즈키 홋카이도 대학 국제관계학 교수와 가진 인터뷰가 실려 있다. '우리는 북한이 핵무장 국가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라는 제목의 인터뷰에서 스즈키 교수는 "20년간의 외교적 진퇴양난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나?"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에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을 높이 평가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반응과 비교할 만하다. 좀 길지만 그대로 인용한다.

"트럼프와 함께는 무슨 일도 일어날 수 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 번째 선택지는 북한의 행태에 격노한 트럼프가 군사적 행동을 포함한 모든 행동을 취하는 것인데 타격의 형태를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허버트 맥매스터나 제임스 매티스 등 군사 고문단이 이 선택지에 찬성하리라고 보지 않는다. 설령 미국의 타격이 북한의 핵무기 시설들을 파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엔지니어들과 북한이 지금까지 축적해 온 노하우까지 없앨 수 없다는 점을 그들은 알고 있다. 북한은 실상 핵무장력을 갖고 있다. 그들이 장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만큼 핵탄두를 소형화하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남한이나 일본을 타격할 능력은 이미 갖추고 있다. 이 보복 행위는 3차대전은 아니더라도 핵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맥매스터나 매티스는 이를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트럼프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려고 하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두 번째 선택지는 대화다. 지난 30년 동안 협상의 토대는 한반도의 비핵화에 있었다. 그런데 트럼프는 전통적인 원칙을 존중하는 대신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그는 북한을 핵무장국으로 인정하고 비확산조약(NPT)의 범주 안에 통합시키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위험은 제한적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실상 궁지에 몰린 체제의 마지막 수단이다."

실제로, 북한이 김일성의 비핵화 유훈 통치에도 불구하고 핵무장력을 갖는 것을 북한 헌법에 담게 된 이유는 스즈키 교수가 말한 대로 북핵이 궁지에 몰린 북한 체제의 마지막 수단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 배경과 연원에 대해 한반도 분단의 지정학적 접근을 통해 다시금 살펴보기로 하자.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소련 체제가 붕괴되면서 독일은 통일되었지만, 한반도는 통일의 길로 가지 못했다. 이 점은 그 이전 2차 세계대전에 패배한 독일이 분단되었던 데 비해 동아시아에서는 패전국인 일본이 아닌 한반도가 분단되었다는 점과 함께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분단에 더 중요하게 작용했고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해 준다. 간단히 말해, 한반도의 분단은 이념의 분할선이라기보다는 대륙세력(중국, 러시아)과 해양세력(미국, 일본) 사이의 분할선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령 그리스 문명과 로마 문명은 둘 다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반도로서의 지정학적 위치가 대륙문명과 해양문명이 만나는 긍정적 역할로 가능했다면, 한반도는 주변이 강국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에서 그들 사이의 역학관계에 수동적으로 노출되어 있다는 차이가 있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한반도를 사이에 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의 쟁탈전이었으며 여기서 승리한 일본이 그들과 같은 해양세력인 미국과 영국의 비호 아래 한반도를 식민지화했던 비극의 역사도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위치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 결과였다.

소련 체제가 무너진 뒤 해양세력의 최첨단인 남한은 대륙세력인 중국과 러시아와 수교를 맺은 반면에 대륙세력의 최첨단인 북한은 해양세력인 미국, 일본과 수교하지 못한 채 적대 관계로 남아 있다.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의 개선을 바란다면 먼저 미국과 일본으로 하여금 북한과 수교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그 반대로 일관했다. 북한이 궁지에 몰리게 된 가장 중요한 배경이다. 또한 북한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전 국토가 초토화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으며, 21세기에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등이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행동에 의해 궤멸되는 모습을 보아야 했다. 미국의 군산복합체의 이익만을 추구한 부시 미 대통령은 대량 살상무기를 빙자하여 이라크를 침략했지만 정작 대량 살상무기는 없었다. 그리고 사담 후세인은 참담하게 최후를 맞았다. 북한 당국자들에게 그들 자신의 안위는 물론 체제 수호를 위해 핵무장 등 무력을 강화하는 것 이외에 다른 수단이 없다는 점을 미국이 가르쳐 주었다고 하면 지나친 말이 될까?

윌리엄 페리의 조언

군사행동이라는 선택지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처음 나온 게 아니다. 부시 행정부는 여러 차례 북한을 공격할 것이라고 위협했고 이를 위한 연습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데, 지금도 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르몽드>는 전하고 있다.

"어떻게 전쟁으로 치닫게 하지 않으면서 타격할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로 미국의 새 대통령이 정치적 비용을 치를 결심을 하지 않은 채 외교적 방안을 강구할 것인가?"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 담당 고문이었던 빅터 차는 현 상황을 이렇게 요약했다. 클린턴 대통령 당시 국방장관을 지낸 윌리엄 페리는 충돌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북한 체제의 안전과 경제협력을 보장하는 것과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생산을 동결하고 핵기술을 팔거나 퍼뜨리지 않는다는 약속을 교환하는데 있다고 평가했다. <르몽드>는 그가 <허핑턴 포스트> 사이트에 이렇게 썼다고 전한다.

"미국이 여러 해 동안 추구한 것은 협약이 아니다. 그런데 협약만이 군사행동을 피할 수 있는 현실적이며 유일한 가능성이다."

홍세화 협동조합 가장자리 이사장의 '나라 밖 이야기'는 <작은책>과 필자의 동의를 받아 <프레시안>에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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