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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허니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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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허니문은 없다 새 정부가 받아든 두 가지 민심의 명령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87년 직선제 이후 이뤄진 세 번째 정권교체이자 10년 만에 진보정부의 재집권이다. 지난해 10월 29일 첫 번째 촛불이 타오른 지 193일 만이다.

"이게 나라냐"는 비탄에서 비롯된 촛불의 열기가 박근혜를 탄핵하고 새 대통령으로 문재인을 세웠다. 촛불 혁명이 일군 정권교체. 이번 대선의 변할 수 없는 본질이다.

80 대 20으로 갈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반 여론이 대선에서 거의 그대로 재현됐다. 98%의 개표율을 보인 10일 새벽 5시 현재, 유권자의 75%가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탄핵에 찬성한 정당의 후보들에게 표를 던졌다. 탄핵 반대당의 대표주자 홍준표 후보가 시종일관 주장한 '좌파 색깔론'이 거둔 최대치는 25%를 밑돈다.

"나라를 나라답게". 국정을 사유화해 나라꼴을 엉망으로 만든 전임 대통령을 끌어내린 민심이 새 정부에 대한 높은 기대치로 살아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어진 성배이자 독배다.

문 대통령이 얻은 지지율은 41.1%. 그가 목표한 과반 지지에 미달했다. 새 대통령에게 두 가지 신호를 동시에 보낸 민심이다.

첫째, 개혁하라. 마지막 유세에서 그가 말했다. "확고한 개혁 위에서 국민 통합을 완성하겠다. 개혁이 먼저다. 박근혜가 탄핵되고 구속된 것 말고 우리 대한민국이 달라진 것이 없다. 청산, 아직 시작도 못 했다."

그의 말처럼 박정희 신화는 박근혜의 몰락으로 허물어졌지만, 이를 대체할 새로운 체제는 등장하지 않았다.

권력의 사유화와 측근 비리의 창궐, 노동이 배제된 재벌 경제체제, 재벌과 권력의 부정한 유착, 반대파에 대한 낙인찍기와 배척, 이에 동원된 공권력의 수단화, 대북 적대시 정책과 국내 정치 악용…. 넌덜머리나게 익숙한 박정희 체제의 유산들이자 그 중에는 문 대통령을 억압했던 요소들도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이 앞서 경험한 국정, 즉 노무현 정부 역시 나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체제의 틀을 깨지는 못했다. 노무현의 길이 끝난 곳에서 문재인의 길이 시작될 수 없는 이유다. '노무현 정부 시즌2'로는 어림없다.

촛불이 무너뜨린 박정희 신화 위에서 유권자들은 새 체제의 문을 열어야 할 책임을 새 대통령에게 부여했다. 문 대통령이 개혁에 대한 높은 기대치에 못 미칠 경우 민심은 순식간에 등을 돌릴 것이다.

둘째, 자만하지 말라. 유권자 절반 이상의 표가 문재인을 비껴갔다. 탄핵에 찬성한 후보들이 얻은 득표율로 한정해도 문 대통령은 절반을 간신히 넘겨 얻는데 그쳤다. 문재인 정부 견제권을 야권에 나누어 쥐어준 민심이다.

박근혜 탄핵으로 보수정당이 위축된 듯 보여도 보수는 다수파이고 강자다. 국회 구성 역시 향후 3년 간 여소야대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게는 언제든 새 정부를 쥐고 흔들 힘이 있다. 곧바로 국정에 착수한 문 대통령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이다.

그러나 이런 정치 환경이 개혁의 후퇴나 속도 조절의 빌미가 될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는 실체적 개혁을 이루기 위한 연대와 협치의 방법론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탄핵으로 모처럼 국민들이 맛본 정치의 효능감이 개혁의 효능감으로 이어지려면, 국정 시작과 동시에 개혁의 빅텐트를 크게 칠 필요가 있다. 정책연합이나 공동정부 구상은 대선 전에 숙의가 진행되지 않은 탓에 난제다. 섣부른 자리 나눠주기 식 제안은 오히려 상대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 등 정치개혁 과제와 함께 공동정부 구상을 진지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검토해볼만하다. 무엇보다 협치 모델을 어떻게 설정하건, 정의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까지 개혁에 동참시키려면 낮은 자세, 열린 자세가 우선이다.

문 대통령이 "당선되면 바로 야당 당사를 방문하겠다"며 "야당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국민대통합을 이루겠다"고 밝혔던 대로다. 문 대통령의 첫 행보가 박근혜 정부에서 찾아볼 수 없던 국회와의 대화채널 복원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완장 찬 점령군 같은 언행, 패거리 문화, 측근 인사는 경계대상 1호다. 자유한국당과도 대화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탄핵 반대층, 혹은 보수층의 상실감을 다독이는 일 역시 "개혁 위의 통합" 과제다. 당선 확정 뒤 광화문 광장에서 문 대통령은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섬기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1년. 문재인 정부에 주어진 개혁과 통합의 골든타임이다. 나라 안팎으로 위기다. 비상한 시기에 집권한 문재인 정부에 허니문 기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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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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