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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취임, 한반도 비핵화 절호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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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취임, 한반도 비핵화 절호의 기회 [정욱식 칼럼] 문재인-트럼프-시진핑은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
예상대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리고 선거 다음날인 10일부터 대통령 임기가 시작됐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 시대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일까?

국내외 상당수 언론과 전문가들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북핵, 한미 FTA 등을 놓고 한미관계의 불안을 점치기도 한다. 실제로 이들 사안은 결코 녹록치 않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등장은 이러한 현안을 뛰어넘는 역사적인 의미와 의의를 내포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의미는 한반도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갖춘 정치 리더십이 10년 만에 귀환했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흡수통일이라는 비현실적이고도 자해적인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러한 망상은 핵보유국이 되려는 북한 정권의 집착과 부정적인 화학작용을 일으키면서 한반도 문제를 크게 악화시키고 말았다.

이 사이에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라는 정체불명의 표현이 유행할 정도로 한국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당사자 지위를 급격히 읽어 버렸다.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공언한 것처럼, "한반도 문제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운명적 순간에 강력한 의지를 지닌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둘째, '코리아 아마겟돈'이라는 종말론적 걱정을 크게 덜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불과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안팎에선 예방적 대북 공격론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북한도 '전쟁불사론'으로 맞불을 놓았다. 다행히 칼빈슨호를 앞세운 미국의 근력 과시는 '엄포용'으로 끝났고, 우려되었던 북한의 6차 핵실험이나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시험 발사도 아직까진 없었다.

물론 전쟁 위기는 앞으로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 그리고 현실적인 전쟁 위기는 미국의 대북 공격론에서 기인한다. 이때 중요한 게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한국이 미국의 대북 공습을 묵인하거나 동조하면 그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설에 '반전(反戰)'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론에 대한 반대 의사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중대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햄버거 협상"에서부터 "전투용 망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새로운 정부는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전투용 망치"를 휘두르는 것을 결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곧 북폭의 현실 가능성은 크게 위축되고 협상이 힘을 받을 수 근거로 작용하게 된다.

셋째, 한국-미국-중국 사이의 대북정책 공조의 복원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약 30년 동안의 한미간의 대북정책 공조의 '조화로운 기간'은 짧았거나 삐뚤어진 것이었다. 양국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해 손을 잡았던 시기는 1991~92년 노태우-조지 H.W 부시, 1998~2000년 김대중-빌 클린턴, 2007년 노무현-조지 W. 부시 등 5~6년 정도에 불과했다. 이 밖의 시기엔 대북정책을 놓고 갈등하거나 북한 붕괴를 염두에 둔 '연착륙론' 및 '전략적 인내론'으로 허송세월을 보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의 종말"을 선언했다. 북한의 정권 교체나 흡수통일을 추구할 의사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리고 대북정책의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라고 단언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에 있어선 양국 정부 사이에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은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 어울리는 짝이 될 수 있다.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인 한중관계의 정상화도 가능해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사드 배치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다. 중국도 한국의 정권교체를 사드 보복 완화를 비롯한 양국관계 회복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사드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것도 있다. 기실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과 북한의 핵 개발로 위기가 고조되었던 2003~2007년 동안에 한중 공조는 한반도 위기 예방 및 6자회담 진전의 핵심축이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시기엔 이전까지 맞잡았던 손을 놓고 서로 삿대질하는 사이로 돌변하고 말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10년 만에 이뤄진 한국의 정권 교체는 10년 만에 한중 공조 복원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주목할 점은 한-미-중 세 나라의 대북정책 목표가 하나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를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체제도 북핵 해결 진전이 없으면 자신의 핵심 이익 수호가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핵 해결에 진력을 다할 것이라는 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처럼 세 나라가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은 2007년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그렇다면 운명적 순간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전화위복의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해야 할까? 구체적인 정책은 추후에 다루기로 하고, 국내외 언론이 '균열' 가능성을 크게 보도하고 있는 한미관계와 관련해 권고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

집권 초기에 한미관계의 '프레임'을 잘 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드나 한미 FTA는 시간을 갖고 재검토하자고 하면서, 한미관계의 핵심을 북핵 해결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도 취임 100일 동안 일관되게 대북정책을 최우선 순위로 삼아왔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프레임 짜기는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조만간 있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는 이를 위한 좋은 기회이다. 먼저 미국이 대북정책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트럼프 본인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의사를 피력한 걸 높이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이제 한미중이 손을 잡고 한반도 비핵평화를 향한 대장정에 나서자고 제안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에게 부족한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잘 준비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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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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