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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대기업 총수들, 골목 말고 넓은 세상 가서 경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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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낙연 "대기업 총수들, 골목 말고 넓은 세상 가서 경쟁하라" 막바지 청문회 "아베 총리를 각하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이틀째 오후를 맞으면서부터 도덕성 검증보다는 정책 질의가 주로 이뤄졌다. 야당이 준비한 도덕성 검증 관련 '실탄'이 거의 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도덕성과 관련된 질의응답도 간간이 이어졌지만, 대개 이전에 나온 내용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다.

대신 정책 사안에 대해, 이 후보자를 가운데 놓고 여야 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25일 오후 질의에서 "총리가 되면 범정부 을지로위원회 역할도 적극적으로 봐 달라"고 주문하면서 "총리 역할이 중요하다. 강력하게 을(乙)을 보호하는, 을에게 도움이 되는 정부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각 부처별로 을지로위를 돕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것은 나라다운 나라, 정부다운 정부가 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을지로위가 실제로 을에게 도움을 주는, 작아 보이는 정책도 소홀히 하지 않고 찾아내는 일을 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가장 빛나는 업적이 될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임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또 을지로위를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격상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면서 "아마 국정기획자문위에서 (상세안을) 마련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하기도 했다.

제 의원은 이 후보자가 전남지사 시절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일부 규제 완화 조치를 취했던 데 대해 비판적으로 언급하기도 헀고, 이 후보자는 웃으며 "처음부터 철이 들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일하면서 알게 됐다"고 답했다. 그는 재벌의 골목상권 침해와 관련해 "대기업 총수들에게 간곡한 말씀 드리고 싶다. 젊은 총수들이 한 일이 떠오르지 않는데, 굳이 떠올리면 골목 상권 침해가 떠오른다"고 비판하면서 "넓은 세상 가서 경쟁하고, 골목으로 들어오지 마시라. 그렇게 되도록 저희도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보수 야당 쪽에서는 반론이 제기됐다. 바른정당 김용태 의원은 "야당이 여당 됐는데 을지로위를 (계속) 둔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정부의 국정 기조, 방침을 '을을 더 보호한다'는 방향으로 바꿀 수는 있다. 하지만 국가 기구, 제도적 절차를 따르지 않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위, 감사원, 신설되는 중소기업부가 을지로위로 망라되는 게 아니라, 각 기관이 정부 기조에 맞춰서 해 나가고 총리가 이를 조율하는 게 맞지 않나"라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을지로위는 애칭이랄까, 우리끼리 통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저도 정부 공식 기구 속으로 흡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것은 국정기획자문위가 그림을 그릴 것이지만, 지금 단계에서 제가 상상하는 것은 각 부처별로 약자 보호 시책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총괄 조정하는 것은 총리실에 두는 게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재차 "국무조정실이 (원래 하는) 역할이 그것 아니냐"며 "총리가 리더십을 통해 할 일일지, (을지로위가) 옥상옥이 될 우려가 있다"고 했고, 이 후보자는 "옥상옥이 되지 않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보육 문제와 관련해서는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이 유치원-보육시설 일원화 문제를 들고 나왔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유·보 이원화라는 현실, 나눠져 있어 생기는 문제가 많다"면서도 "그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가는 발언을 신중히 하는 게 좋다"며 대안 제시는 하지 않았다.

앞서 이날 오전 민주당 윤후덕 의원이 제주해군기지 공사 반대 시위자들에 대한 구상권 행사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관련 기사 : "이건 낙제점" 이낙연 핀잔 준 민주당 의원, 이유는?) 김용태 의원이 반대되는 취지의 질의를 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구상권 행사도 해군이 법적 절차 검토를 거쳐 한 것"이라며 "철회를 하더라도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그런 우려는 당연히 생길 수 있고 해소돼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정당한 요구, 주장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게 옳으냐 하는 문제에 있어서, 구상권을 철회하더라도 법적 안정성 지속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이냐 하는 문제를 제가 '신뢰'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자신의 발언 순서에서 재차 "구상권 청구는 사실상 이중 처벌"이라며 "맞지 않다고 다시 말씀드린다"고 역으로 비판했다. 이 후보자가 언급한 '신회 회복' 조치 등 일종의 조건을 붙이지 않고 바로 구상권 청구를 철회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윤 의원은 이 후보에게 국가보안법에 대한 견해를 물었고, 이 후보자는 "국보법은 예민한 법이지만 7조 찬양고무죄에 대해서는 다수 국민 의견이 과도한 금지라 필요 없다고 모아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국민 뜻보다 많이 앞서가지 않고 함께 가는 선에서 조정했으면 한다"고 답했다.

"일본 총리 '각하'라고 안 불러…국보법 7조 불필요"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이 후보자는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과 바른정당 김용태 의원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해법을 묻자 "국민 대다수가 (12.26 합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을 (일본이) 인정하고, 고노 담화 등 지혜를 발휘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의원이 "일본 정부가 만약 '어떤 경우에도 합의 파기는 있을 수 없다'고 한다면 어떻게 풀어나가겠느냐"고 묻자 그는 "구체적 방법이 아직 있지도 않고, 말씀드리는 것도 빠른 단계"라고 즉답을 피하면서 "한일 간 함께할 일이 많은데, 이런 과거 역사 문제가 방해되지 않도록 지혜를 발휘하자는 틀에서 여러 모색을 하고 있고, 그 모색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지난해 일본과 체결한 한일 군사정보조호협정(GSOMIA)에 대한 의견을 물은 데 대해서는 "제가 아직 그것을 면밀히 보지 못했다"며 "필요성, 효용성 등을 좀더 들여다봐야겠다"고만 했다.

이 후보자는 자신이 과거 2013년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일본의 아베 총리를 '각하'라고 부른 것을 옹호했다는 지적에 대해 "공식 석상에서 당사자 앞에서 그렇게 하는 일은 외교 관례상 있다. 그런 문제로 논란이 확산될 필요까지는 없다는 차원에서 말씀드린 것"이라며 '만약 총리가 되면 아베를 각하라고 부를 것이냐'는 질문에는 "저는 안 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북관계에 대해서는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이 "대북 식량 지원을 재개해야 한다고 보느냐"고 물었고, 이 후보자는 "현 단계에서 국민 정서가 그것을 수용할 수 있을지 좀 자신이 없다"고 답했다. 윤후덕 의원이 질의한 전술핵 도입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는 "반대"라며 "전술핵을 배치하면 북한 비핵화를 요구할 명분을 못 갖게 된다"고 했다. 남북 총리 회담에 대해서는 "여건이 성숙되면" 해야 할 것이라고 답하고 "여러 대화 채널을 갖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 윤 의원이 쌀이나 현물로 임금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 후보자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생각한다"며 "서로에게 긴요한 대안이 될수 있다 우리는 쌀의 좋은 소비처(를 찾고), 북한은 식량 문제(해결하고), 달러 결제에 따른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 시비 등) 리스크도 해결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 중국의 무역 보복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우선 중국과는 8월까지 정상회담이 적어도 한 번, 많으면 두 번 있을 수 있다"며 "그 기회를 잘 살리고, 정상회담 이전에 실무 회담에서 다듬어서 정상회담에서 결실을 내야 한다. 그 쪽에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답했다.

이 후보자의 도덕성 관련 질의응답 가운데는 김광수 의원이 아들 재산 형성에 대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이 후보자가 "아이 생활비를 보태 주는 것은 없다. 지금도 아이의 마이너스 통장에 8400만 원 빚이 있다. 돈이 있는데 왜 안 주느냐? 하나의 원칙이다. 아이가 좀더 자립심을 갖고 자기 생활 책임지는 사람으로 성장해 주기 바란다"고 답변한 것이 비교적 새로운 내용이었다. 이 후보자는 결혼 비용이나 전세 보증금을 사돈 쪽에서 더 많이 부담한 것이 '4선 국회의원과 사돈을 맺게 돼서' 그런 것 아니냐는 의혹에는 "아니다. 제 아이와 며느리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짝꿍이었다. 정략적 계산에 의한 결혼은 추호도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오후 들어 시작된 증인·참고인 신문에서는 윤주식 전남개발공사 기획관리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 실장은 이 후보자 부인의 그림을 공사가 구매한 것과 관련, 이 후보자나 부인으로부터 구입 부탁을 받은 바는 없다고 증언했다. 윤 실장은 그림 구입은 전승현 당시 공사 사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고, 그와 관련해 전 사장이 왜 그런 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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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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