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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중심'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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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중심'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 [기고] 리츠, 도시재생뉴딜을 위한 최적의 도구?
촛불 시민이 만든 새로운 대한민국이 출발했다. 새 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꽤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했듯 적폐를 청산하고 사람중심 경제의 토대가 잘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우리의 도시도 개발 논리 속에 삶터에 누적된 폐해가 청산되고, 사람중심의 마을과 도시가 살아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표적인 공약으로 '도시재생 뉴딜'을 꼽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하고 있는 도시재생 뉴딜은 "신축 개발형 정비사업이 아니라 도시의 원형과 정체성을 살리면서 재생시키는 도시혁신사업으로 지방분권과 협력적 거버넌스에 의한 추진"을 표방하고 있다. '개발에서 재생으로 공공주도에서 민관 협력으로'의 올바른 방향이 다양한 유형으로 구현되기 위하여 실행방안과 전략을 세부적으로 마련하고 재생사업의 주체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토대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도시재생과 관련한 여러 분야에서 도시재생 뉴딜에 대한 각각의 기대와 참여 의지를 보여주면서 구체화 되지 않은 정부의 추진 방향과 목표 지향을 자기 이해에 유리하게 유도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관측된다. 공공기관들은 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하느라 무르익지 않은 제안과 전담 부서 조직화에 분주하고, 지자체와 민간 영역은 사업 참여의 기회를 얻기 위한 구애에 열심이다. 무엇보다 '50조 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이 공공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제안되는 민간 재원조달 방식에 대한 기사들은 도시재생 뉴딜에 가졌던 기대들을 우려로 바꾸어 놓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리츠(REITs)는 도시재생 뉴딜을 위한 최적의 도구인가?

최근 도시재생에 민간자본 투입을 제시한 언론의 기사(6월 4일 자 <뉴스1> '[도시재생 전성시대①]'50조' 재원해법 부동산 리츠로 푼다')가 나오자 현장의 활동가와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기사에는 "현실적으로 정부재원으로 도시재생에 50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기엔 역부족"이라며 "500곳의 도시재생을 위해선 결국 민간자본을 통한 재원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위하여 리츠(REITs)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리츠(REITs)는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의 약자로 부동산투자신탁(이하 ‘리츠’)을 말한다. 리츠의 사전적 정의는 "소액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대출에 투자하여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회사나 투자신탁으로 주로 부동산개발사업·임대·주택저당채권 등에 투자하여 수익을 올리는 상품"(두산백과사전)이다. 부동산 개발을 통한 수익을 다수가 공유하기 위하여 소액 투자자들에게도 참여 기회를 부여하고 사업 주체는 개발자금을 다수로부터 확보하여 추진동력을 갖춘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수단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부동산 시장에 작동되고 있는 리츠는 이 개념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NH투자증권의 리츠 동향 보고를 보면, "2016년까지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사모(일반이 아닌 특정 투자자, 주로 기관과 금융권 주도) 부동산펀드가 약 97%를 차지하고 있고 지난해까지 상장 리츠는 단 4개뿐이다. 부동산펀드와 리츠가 도입된 이래 계속 지적 받아온 투자정보의 비대칭성과 한정된 수요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기관 투자에 편향돼있고 일반 투자자들의 접근이 쉽지 않아 자산시장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마디로, 현행 리츠는 소액투자자들의 참여경로가 미비한 그들만의 리그로 개발이익이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독점되고 있으며, 부동산의 장기적인 가치상승 보다는 단기적인 가격차에 따른 수입 분배를 목적으로 한 프로젝트성 사업의 투자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리츠를 별다른 고민 없이 재생 사업에 적용하게 된다면, 다음과 같은 상황들이 예측된다. 도시재생 뉴딜은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전환되면서 공간의 장기적 사용가치보다는 단기적 교환가치를 극대화하게 될 것이다. 리츠에 참여하지 못하는 지역공동체와 사회적 개발 주체들은 자연스럽게 사업기획, 실행, 투자, 성과 공유 전반의 참여 기회가 상실되며, 사업 후 공간의 상품화에 따르는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커진다. 수십 조 원의 막대한 공적자금은 외부자본의 이익 실현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결국 도시재생 뉴딜은 사람(Human)이 아니라 자본(Capital)이 중심이 되며, 공동체가 아니라 시장(Market)이 주도하는 개발 사업으로 변질될 것이다.(리츠를 활용한 도시재생 사례 1호로 소개되고 있는 천안시의 도시재생 리츠 사업의 경우만 보더라도, 2300여억 원의 사업비 중 천안시 300억 원, HUG 450억 원(투‧융자), 민간자본 1500억 원이 출자한 구조다. 재생을 표방하지만 주민과 공동체가 배제되는 자금조달 방식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중심인, 공동체 기반 재생 전략을 논의하자

앞에서 언급한 이유로 도시재생 뉴딜에 리츠의 적용을 우려하고 있지만 올바른 목적이 설정된다면 재원조달 도구로서의 리츠는 재구성될 수도 있다. 수단이 결과를 좌우하지 않도록, 목적에 적합한 수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떠한 사업에 있어서 자원 의존성은 의사결정 구조 전반을 좌우한다. 재원이 사업 참여자들의 주도성, 계획, 실행, 소유에 대한 권한과 책임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만 의존하는 것은 협력적인 거버넌스에도 걸림돌이 된다. 도시재생 뉴딜을 통하여 공공성이 확보되고, 공동체의 자발성과 자립성이 강화되며 지역경제의 내생적 활성화를 통하여 일자리 창출과 경제 민주주의의 구현에도 기여하려면, 도시재생 뉴딜이 추구하려는 목표에 적합한 재원조달 구조는 물론이고 소유와 개발 방식을 공동체에 기반하여 구조화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공동체투자신탁(//www.mercycorpsnw.org/community/investment-trust/)

공동체에 기반한 재생이 이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가 참고할 만한 공동체 기반의 재생 사례들은 이미 존재한다. 그것도 부동산 투자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들 말이다. 미국의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에 노스이스트(Northeast) 부동산투자협동조합()은 지역 주민 240여 명으로 구성된 조합원들이 출자하여 낙후되어 공실로 방치된 상점을 매입(지역자산화)하고 리모델링한 후 마을기업에 임대하여 상권을 되살리고 지역을 재생시킨 사례로 발생한 임대수익은 조합원들에게 배당도 해주고 있다. 또 한 사례는 리츠의 공동체버전으로 사루스이스트 포틀랜드(Southeast Portland)의 멀시 콥스(Mercy Corps) 공동체투자신탁(Community Investment Trust)이다. 이 투자신탁은 지역주민들로부터 매월 소액의 투자를 받아 공간을 재생시키고 지역기업들을 입주시켜 활성화한 후 투자한 지역주민들에게 성과를 공유하는 투자구조를 갖추고 있다.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던 부동산을 삶의 조건이자 터전인 공동체로 바꾸면 리츠와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부를 형성하는 재생 전용 투자 시스템이 구현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샌디에이고 다이아몬드 지역의 마켓크릭플라자 사례도 흥미롭다. 지역의 제이콥스 재단이 주민들과 함께 큰 규모의 쇼핑몰을 함께 개발하고 운영하며 최종적으로 소유권을 주민에게 이전해 지역자산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사례다. 이 사례는 주민들이 처음부터 개발회사의 주주로 참여하여 10년에 가까운 기간에 시설관리회사, 식당, 이벤트 회사 등의 운영에 직접 참여하면서 지역 일자리 창출은 물론 자산 운용 역량을 키워왔으며, 2018년에는 지역주민들에게 재단 소유의 지분을 더 오픈하여 지역주민이 주도적으로 소유 운영하는 쇼핑몰로 전환될 계획이다. 2만 평 규모의 쇼핑몰을 개발한 사례를 보면서 공동체 투자에 의한 재생에 있어서 규모는 문제가 되지 않음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도 도시재생 뉴딜을 통하여 이보다 더 훌륭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사람이 주인인, 공동체에 기반한 도시재생을 추진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하는 전략적 요소들을 함께 제안해보자. 우선 재생사업지의 개별 토지를 신탁방식으로 담아 공유자산화(Commoning)하고, 지역주도로 기획하고 실행하며 가치를 제어할 수 있는 '도시재생 신탁'을 도입해야 한다. 이와 함께 토지의 공동체적 활용을 목적으로 토지비축 기능을 담당하는 지역형 토지은행도 제안한다. 두 번째로, 재생사업에 대한 재원조달은 민·관·공동체의 융합 투자와 지역적 선순환이 가능한 지역 기반 금융 플랫폼으로서 사회적 성과와 배당이 연동되는 '공동체리츠'가 필요하다. 특히 지역주민의 투자는 필요충분조건이다. 또한 공동체 기반의 다양한 재원조달 방안인 부동산투자협동조합, 도시재생 전용 크라우드펀딩 등의 도입도 필요하다. 세 번째로, 사업 주체는 지속가능한 재생을 담보할 수 있는 지역 기반 '도시재생법인' 구조를 활용해야 한다. 이 법인(SPC)은 지역기업의 자격을 갖추도록 해야 하며, 재생형 사회적경제조직과 지역 기반의 중소기업을 적극 육성하여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규모 있는 사업의 경우 중견, 대기업과 공기업, 도시재생법인 간의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추진하는 등 가급적 독점적인 사업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가 형성되려면 공동체 내부의 재생 역량이 강화되어야 하며 사회적 신뢰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공공은 재생역량 강화를 위한 생태계 구축과 민‧관‧공의 협력적 거버넌스에 집중해야 한다. 도시재생은 빠른 성과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은 우리가 원하는 재생의 방향이 무엇인지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하여 사람중심의 도시재생 뉴딜을 구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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