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이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 뜻을 밝히면서, 여야 대립 정국이 분수령을 맞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읍소' 모드에서 '비판' 모드로 태도를 전환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국회 보이콧', '장외 투쟁' 등을 거론했던 자유한국당의 '저항 수위'에도 눈길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야당이 강경화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를 다시 채택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한다. 청문보고서 재송부 기일도 사흘에서 닷새 정도로 줄일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자유한국당 등 야당을 향해 "반대를 넘어서서 대통령이이 그를 임명하면 더 이상 협치는 없다거나 국회 보이콧과 장외 투쟁까지 말하며 압박하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면서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 의지를 확인했다. (☞관련 기사 :文대통령 "강경화 임명하면 장외투쟁?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직접 야당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표출함으로써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의 저항 수위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여당에 대한 '비협조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예고까지 한 상태다. 여야 대치가 '강 대 강'으로 격화되는 수순이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나와 "청와대가 강경화 후보자를 임명하면 '국회 보이콧'까지 가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을 받고, "국회 보이콧만이 모든 전략이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지금 전략을 미리 얘기하는 건 현재 시점에서 적합하지 않다. 다만, 강경화 후보자가 임명됐을 때는 지금 수위보다는 좀더 강한 수위로 올라갈 것은 확실하다"고 답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강원도 고성에서 열린 당 워크숍에서 "만약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협치 구도를 무시하고 협치를 안 하겠다는 대통령의 자세로 판단하고, 앞으로 정부 여당에 협력하는 역할에 응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바른정당 조영희 대변인도 청와대가 강경화 후보자를 임명하면 "국회 파행과 여야 대치 정국을 자초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면서 "산적한 국정 현안을 앞두고 이 때문에 국회가 공전한다면 그 모든 책임은 문재인 대통령이 져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읍소' 모드에서 '비판' 모드로 태도를 바꾸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야당이 강경화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대통령의 인사를 비판하기에 앞서 야당이 과거의 퇴행적 정치 행태를 반복하는 것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원내대표는 "우리가 협치를 얘기하는 것은 과거의 관성과 행태를 유지하자는 게 아니라, 국민의 걱정과 바람을 살피고 실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협치'를 당부하며 자세를 낮췄던 태도를 바꾸며 강경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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