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앞으로 꼭 해결해야 할 현안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소득 불평등 현상을 해소하고, 하나는 선진국 중 가장 뒤떨어진 국민 보험제도를 수정 보완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5월 4일 4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하원을 통과한 후 현재 상원에 대기 중인 소위 '트럼프케어'가 현행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고 대체하는 새로운 미국 건강 보험법(The American Healthcare Act-AHCA)으로 등장하고 있다.
요즘 아침에 이메일을 열기만 하면 '트럼프케어 법안의 상원 통과 저지'를 주장하는 청원서를 관련 기관에 보내자는 호소문을 만나게 되고, 진보 성향의 미 언론은 상원의 공화당 원내총무인 미치 매코널이 심지어 동료 공화당 상원의원들조차도 모르게 밀실에서 '극비'의 트럼프케어 법안을 만들고 있다고 비난한다.
"트럼프케어 시행되면, 보험 미가입자 18%로 늘어날 것"지금부터 현행 오바마케어와 상원에서 만들고 있는 트럼프케어의 구조적인 중대한 차이점을 검토하고 트럼프케어의 통과가 미 국민에 끼칠 파급효과를 분석해보겠다.
우선 예상외로 많은 미 국민이 모르고 있는 중대한 보험 관련 통계 하나를 소개한다. 얼마나 많은 미 국민이 자비로 건강보험을 부담하거나 돈이 없어 건강보험에 아예 가입을 못 하고 있을까?
2016년 현재 미 국민 전체(약 3억 2200만 명)를 100이라 할 때 어떤 형태의 건강보험도 없는 미가입자의 비중은 9%(오바마케어가 시행되기 직전인 2014년에 이 비중은 무려 18%였다), 개인 자비 부담자 비중은 7%, 고용주 후원 건강보험 가입자 비중은 49%, 메디케이드 수혜자 비중은 20%, 메디케어 수혜자 비중은 14%, 그리고 기타 2%이다.
2000여 페이지의 두꺼운 오바마케어 설명서를 간단히 설명하면, 북유럽 국가나 프랑스, 한국 등이 시행하고 있는 '전 국민 보험제도(A Single-Payer Health Care)'를 추진하던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집요한 공화당의 반대에 굴복하여 어쩔 수 없이 타협한 반관반민(개인이 사고 정부가 보조금을 대주는) 보험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고 대체할 트럼프케어의 중대한 조항을 살펴보자.
첫째, 오바마케어의 보험 가입 의무와 미가입 시 내는 벌금 조항이 없어진다. 문제는 이런 강제 조항이 없으면 보험 미가입자 비중이 2010년대의 높은 수준 (15%~18% 선)까지 다시 올라갈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중립성향의 의회예산국(CBO)에 의하면, 2026년에 2400만 명의 '신규' 미가입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둘째, 오바마케어에 있는 '기존 질환이 있는 환자'를 보험회사가 거부할 권한이 없다는 조항을 삭제한다. 바로 이것이 오바마케어 중 가장 '인기 있던' 조항이었다. 공화당의 보수 상원 의원 대여섯 명이 이 조항 삭제에 반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 언론 다수는 만약 트럼프케어가 상원 통과에서 좌절된다면 바로 이 조항 때문일 것으로 예측한다.
셋째,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보조금을 폐지하고, 소득이 아닌 연령을 기준으로 개인별 세액공제(Tax Credits)를 도입한다. 민주당 상원의원 척 슈머는 “이 세액공제는 마치 암 환자에 감기약 처방”을 하는 것과 같다고 비난한다.
넷째, 트럼프케어는 단연코 개인들보다 보험산업, 의료업계, 병원, 의사 등에게 유리한 제도이다. 따라서 소득 양극화 현상이 오히려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하원의 민주당 원내총무인 펠로시는 “트럼프케어는 개인 소비자의 지갑의 돈을 빼서 기업과 의사들에게 전달한다'고 혹평한다.
현재 민주당 상원의원 48명 전원과 공화당 보수파 상원의원 4~5명이 미치 매코널이 극비 속에 '밀실'에서 조작한 트럼프케어를 '건강보험의 재앙'이라며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미 언론 다수는 다음 주 목요일쯤 표결이 예상되는 이 트럼프케어 법안이 상원을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지만, 트럼프 정부에서는 최근 조지아 주 보궐선거에서처럼 예상 밖의 일이 자주 생기고 있어 예측을 불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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