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5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 보고에 참석한 자리에서 "(북한의 ICBM) 사거리를 7000~8000km로 평가했지만 재진입 기술이나 그 외의 것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 장관은 "ICBM이라고 하려면 사거리와 재진입, 유도조정, 단 부리 등에서 성공해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우주로 날아갔다가 대기권에 재진입한 탄두부가 군사적 성능을 발휘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도 재진입 기술 성공 여부는 성공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장관의 보고대로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ICBM이 가져야 할 핵심 요소다. 미사일이 우주로 나갔다가 다시 대기권 안으로 진입해야 표적을 맞출 수 있는데 여기서 탄두가 들어있는 부분이 대기권을 통과할 때 열과 압력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미사일이 마하 20~30 정도의 초고속 속도로 공기 밀도가 높은 대기권이 진입하면 섭씨 6000~7000도의 열이 발생한다. 이 때 탄두부가 깎이는 '삭마'(削磨, ablation) 현상이 일어나는데 안정된 형태로 깎여야 미사일이 원래 계획했던 궤도를 비행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열과 압력으로부터 탄두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기술들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탄두가 대기권 밖으로 튕겨져 나가거나 진입하면서 폭발할 수 있다.
한 장관 역시 이점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ICBM의 최고속도가 마하 21 이상이라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열과 압력이 엄청나다. 열은 섭씨 7000도 이상을 견뎌야 한다"며 "북한이 ICBM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려면 최소 7000도에서 견딜 수 있는 탄두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국방부의 입장은 미국 정부의 태도와는 차이가 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4일(현지시간) 공식성명을 통해 "북한의 ICBM 발사는 미국과 동맹국들에 새로운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공식 확인했다.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도 미국은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ICBM인 것으로 결론내렸다면서 "우리는 자신과 동맹국을 수호하고 고조되는 북한의 위협에 맞설 우리의 능력을 전방위로 전개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한미 간의 이 같은 차이는 북한의 ICBM을 공식화해 재재와 압박의 강도를 높이려는 미국과 대기권 재진입 기술력 미비로 '레드라인'까지 넘지는 않았다며 대화 공간을 모색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시각차라는 해석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3월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모의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군 당국은 해당 시험이 섭씨 1500~1600도 환경에서 실시한 '기계적 삭마'시험에 불과하다며 재진입에 필요한 기술을 검증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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