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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협상, 트럼프의 ‘변칙과 변덕’을 활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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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협상, 트럼프의 ‘변칙과 변덕’을 활용하라 [박영철의 국제 경제 읽기]트럼프의 '출구전략'에 당당히 대응해야
지난 7월 12일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오는 8월 워싱턴DC에서 한미FTA 협정의 개정 필요성을 고려하기 위해 특별공동위원회를 열자고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


미국이 요구한 것이 이미 몇 년 전에 소위 '쇠고기 파동'을 일으키면서 합의한 협상 전체를 다시 검토하는 '재협상(Renegotiation)'인지, 아니면 양국 간에 문제가 되는 조항들만을 바꾸는 '개정(Amendment) 협상' 인지, 처음에는 약간의 혼란이 있었지만, 미국 측이 "개정 및 수정"이라고 공식 통보해 와 일단 혼란은 정리됐다.

재협상이든 개정 협상이든 한국은 이런 요구가 올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트럼프는 이미 대선 때부터 한미FTA를 '끔직한 협상(horrible deal)'이라고 공언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 협정 요구가 왜 발생했는지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중요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경력이 없고,'미국 우선주의' 깃발 아래 세계화(Globalization)의 꽃인 FTA의 황금률인 당사국 간의 '상호성(Reciprocity)'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미FTA 개정협상 요구는 트럼프 대통령의 출구전략이다. ⓒ연합뉴스


사면초가 트럼프의 극단적 보호무역 정책, 당당한 대응이 최선

트럼프 대통령은 곧잘 '변덕과 변칙의 전략'으로 대형 비즈니스 협상(Big Business Deals)에서 승리를 거둔다고 알려져 있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개정 협상 요구에 대해 차분한 그러나 확고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한미FTA 개정 협상, 당당하게 임하라.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준비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13일 청와대의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미국의 한미FTA 개정협정 요구에 대해 한국 협상팀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 방향을 제시한 내용이다.


이 짧은 구절에 담긴 세 가지 용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 미국의 한미FTA 협상 요구는 '재협상'이 아니라 '개정 협상'임을 확인한 것이다. 둘, 한국 정부는 이번 개정 협정에 '당당하게', 즉 '동등하게' 임할 것이다. 한국의 전 정권들의 '저자세' '굴욕적' 협상은 하지 않겠다. 셋,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양국에 도움이 되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최고의 선택'을 일궈낼 생각이다.

도대체 미국이 지난 6월 말의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제기하지 않은 한미FTA 개정협정을 갑자기 요구하고 나온 배경은 무엇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그 배경과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미FTA는 불공정한 협상이다. 이 협정이 2012년 발효하고 나서 미국의 한국과의 상품수지 적자가 2011년의 132억 달러에서 지난해에 277억 달러로 배로 늘었다. '공정한 협상'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

미국 측 재협상 요구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조심스럽지만, 매우 단호하고 논리적이다. 전처럼 무작정 미국의 요구에 '끌려 다닐'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첫째, 미국의 한국과의 상품수지 적자가 지난 5년간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협정 발효 직전인 2011년 113억 달러에서 지난해 277억 달러로 증가했다. 그러나 서비스수지는 오히려 미국이 매해 100억 달러 정도 흑자를 내고 있다. 그리고 무기 수입액은 무역수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결과적으로 "무역뿐 아니라 서비스, 농축산 등 전체를 따지면 한미FTA는 불공정 거래가 아니라 '상호 호혜적'이라고 평가한다'고 선언했다.


둘째. 한미FTA가 상호 호혜적이라는 두 개의 보고서가 있다. 정태인 교수(한겨레 21 제1175호)가 인용한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2016년 보고서는 미국의 한국과의 무역 적자가 2015년 283억 달러지만 한미FTA가 없었다면 440억달러의 더 큰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시 말하면 미국은 한미FTA로 157억달러의 이익을 본 것이다. 또 국제무역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한미 FTA 발효 이후 5년 동안(2012~2016) 미국의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2011년 8.5%에서 2016년 10.6%로 2.1%포인트 상승하고 한국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도 같은 기간 2.57%에서 2016년 3.19%로 증가하여 양국 모두 FTA를 통한 호혜적 성과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셋째, 현대경제연구원의 '경제주평'(17-3)은 한미FTA가 폐기되는 경우 향후 4년간(2017-2020) 한국이 입을 대미 수출 교역의 손실을 연 30억 달러로 추정했다. 한국경제연구원(4월 30일)도 한미FTA 협상이 폐기되는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은 앞으로 5년간(2017-2021) 최대 170억달러(19조4000억원)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 34억 달러 손실은 한국이 넉넉히 감당할 수 있는 낮은 수준으로 평가한다.

넷째, 현재 우리 정부는 개정 협상에 '합의'한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가능한 개정 협상의 시기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과 변칙'의 외교 스타일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극적인 예로, 지난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에서 가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이 몇 주 전에 탈퇴한 파리 기후협정에 복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과 변칙' 외교의 극적인 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치밀한 경제 논리에 기반을 둔 튼튼하고 당당한 대응 전략만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지난해 277억 달러의 상품수지 적자 중 어떤 부분이 한미FTA 때문이고 또 어떤 부분이 양국의 거시적 경제환경 및 미시적 산업 구조적 요인인지를 조사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공동연구를 제안할 계획이라 한다

다섯째, 지난 6월 말 한미정상 회담 기간 중 한국 정부는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을 확대하고 대규모 투자(향후 5년간 128억 달러)와 구매(항공기 등 향후 5년간 224억 달러)라는 '선물'을 제공했는데도 트럼프의 개정 협상 요구를 막지 못했다.'미국 달래기'에 만 급급한 비위 맞추기 통상 정책은 이제 그 효과를 상실한 상태이다.


여섯째, 만약 개정 협상을 하는 경우에는 미국의 농축산물 수입과 한미FTA의 최고 독소조항으로 알려진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Investor- State Dispute=ISD)에 대해 치열한 논의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는 지난 주 여론조사에서 최저점(34%)을 기록하고 있고, 지난 대선 때 러시아의 불법 선거 개입을 수사하는 특검이 시작됐고, 트럼프 아들과 사위의 '러시아 커넥션' 관련 수사로 정치적으로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 따라서 트럼프는 이 상황에 '출구 전략'으로 기존 자유무역협정을 재협상하거나(NAFTA 와 한미FTA)나 탈퇴(TPP 경우)하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에 케케묵은 '자국산 구매 규정(Buy America Act)' 을 대폭 강화하는 등 극단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차분하고 당당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필수적이며 최고의 대응책이 된다.

미국의 한미FTA 개정 협상 요구에 문재인 정부는 '꽃놀이패'는 아니지만 해볼 만한 카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한국 경제에 플러스가 되는 협상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기사 작성에 도움을 준 전희경 박사에게 감사합니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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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서,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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