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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포와 단거리 탄도 미사일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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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포와 단거리 탄도 미사일 사이에서 [한반도 브리핑]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북한이 지난 26일 강원도 깃대령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3발을 발사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에서는 "개량된 300mm 방사포(대구경 다연장포 : Multiple Rocket Launcher)로 추정되나, 정확한 특성과 재원에 대해서는 군 당국이 계속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처음부터 ‘단거리 탄도미사일’라고는 하고 모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28일 한미 공동 평가 결과 단거리탄도미사일이고 3발 중 2발은 성공한 것으로 최초 발표를 번복했다. 이 역시 정확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번엔 북한이 발표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북한이 쏜 발사체에 대해 탄도미사일인지 방사포인지 한미 간의 초기 분석 결과가 서로 달라서 여러 논란이 제기됐다. 우리의 정보분석평가 능력뿐만 아니라 한미 간 정보 공조에 문제점이 있는 것처럼 비춰졌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단순히 발사체 종류를 놓고 한미 간 초기 일시적인 혼선을 넘어 북한 도발에 대한 한미 간 견해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는 점이다. 탄도미사일은 유엔 제재 대상이나 방사포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번 북한의 행동은 전략적인 도발과 무관한 것이 분명하며 통상적인 훈련 차원이라 일본도 NSC를 소집하지 않았으니 우리도 NSC를 열 상황이 아니었다고 한 것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 도발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했다는 의심을 사고 의혹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이에 대해 보수언론과 야당이 맹폭을 가했다. 보수언론은 현 정부가 남북관계에 목을 매 북한 도발을 고의적으로 축소하려 했다는 억지 프레임을 만들어 상황을 확대시켰다. 야당은 정확한 진상조사와 함께 책임자 문책까지 요구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발사체 수준을 일부러 낮춰 발표할 이유는 없었다며, 최초 발표에 혼선이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로 인한 여파는 쉽게 가라않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발사체는 일단 단거리탄도미사일로 결론은 났지만 이 역시 정보판단일 뿐이다. 그런 만큼 발사체의 종류를 놓고 한미 간 왜 초기 혼선이 빚어졌는지에 대해서도 단순한 오류인지 의도된 것인지 단정할 수는 없다. 단지 상황의 객관성을 두고 본다면 의도적인 축소 주장은 현 정부 흠집 내기이자 음모론에 가깝다.

▲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시작됐던 지난 21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상상을 한번 해 본다. 26일 북한이 발사한 장소는 군사분계선에 인접한 강원도의 깃대령이라는 지역이었다. 지금까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 온 지역은 대부분 우리의 정보자산으로 사전 탐지하기에 한계가 있는 북쪽이었다. 그러나 깃대령은 지역적 특색상 군사분계선에 접해 있어 우리의 정보자산이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어 미국의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아도 된다.

따라서 이번만큼은 발사 이전부터 독자적인 정보수집이 가능했을 것이고 발사 직후 어느 때보다 빨리 우리 군의 레이더와 이지스함이 접촉했을 것이다. 여기서 나온 비행거리와 고도, 속도, 발사궤도 등을 바탕으로 발사체가 무엇인지 분석에 신속하게 들어갔다. 무엇보다 최대 고도가 50여 km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고도보다는 낮은 완만한 포물선 궤적을 가졌다는 점에서 300밀리 방사포에 우선순위를 높게 둔 것이다.

청와대든 국방부에서는 매번 북한이 무엇인가를 쏠 때마다 확인 중이라는 말만 반복했던 때를 생각하면 이번만큼은 미국의 도움 없이 우리 스스로 무언가 알아낼 수 있고 그간 겪었던 수모를 일시에 날려버릴 생각에 잠시 평정심을 잃었던 탓일까? 너무 성급했다. 국민들에게 자랑하고 칭찬받으려다 결국 발목 잡히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지 해서 더욱 애잔하다. 발사체의 정체와 북한 도발의 성격을 놓고 청와대가 애써 수위를 낮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스스로 키운 것이다.

이러한 상상이 맞다고 해도 실제 문제는 드러나지 않고 잠재되어 있다. 무심결에 하는 말과 행동이 진심을 반영한다고 했다. 이번 일을 청와대 관계자 어느 한 개인의 관련 정보의 부족이나 단순한 말 실수 정도로 보아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한 집단의 분위기가 소속된 구성원의 말과 행동을 은연중에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에 대한 자기반성이 없다면 앞으로도 이러한 의도치 않은 말과 행동으로 논란을 야기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상황의 객관성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 편향 또한 경계해야 할 일이다. 지금의 북한과 한반도 주변 정세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변하였다. 김대중-노무현 시대의 대북정책을 계승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을 그 시대 그대로 보고 그 때의 정책을 답습하는 것은 아니 될 일이다.

자신에게 동의하거나 자신이 선호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나와 의견이 다르거나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배척해 버려서는 안 된다. 우선 변화된 안보환경을 새롭게 읽으려 하는 객관적 배움의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이번 북한 발사체 논란을 지켜보면서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면 이것이 곧 아는 것이다"라는 공자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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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엽
김동엽 교수는 해군과 국방부에서 근무하다 지난 2011년 중령으로 예편했습니다. 국방부에서 북핵과 군사회담을 담당했고, 예편 이후에는 북한대학원대학교 민족공동체지도자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지금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저술 및 연구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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