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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노인 99명이 헌법재판소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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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노인 99명이 헌법재판소로 간 까닭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줬다 뺏는 기초연금'에 헌법소원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6개의 출입구가 있다. 6번 출구는 인사동으로 가는 사람들이, 5번 출구는 탑골공원이나 노인복지센터로 가는 사람들이 이용한다. 그래서 안국역에서 내리는 노인들은 대개 5번 출구로 향한다.

노인들이 안국역 2번 계단을 오르다

11월 28일 오전 11시 직전. 지하철에서 내린 20여 명의 노인들은 5번 출구를 지나쳐 2번 출구 계단을 힘겹게 올랐다. 출구를 나온 노인들이 조금 걸으니 지난 봄까지 텔레비전 뉴스에서 자주 봤던 헌법재판소 건물이 나타났다. 헌법재판소 정문에는 노인들과 합류하기 위해 사회복지사 20여 명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먼저 와 있었다.

노인들이 헌법재판소를 찾은 이유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 때문이다. 이들은 '줬다 뺏는 기초연금'의 부당성을 헌법재판소에 알리고 위헌 청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초연금은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라는 심각한 사회문제에 대처하는 노인복지이다. 소득 70% 이하 노인에게 매월 약 20만 원씩 지급하는 보편적 (사회)수당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70%에 속한 노인들이 모두 기초연금을 누리는 건 아니다. 노인세대 중 가장 가난한 기초생활수급 노인에게는 기초연금이 줬다 뺏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이에 약 40만 명의 수급 노인은 기초연금의 혜택을 못 받는 실정이다.

정부가 수급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줬다 뺏는 논리는 '보충성의 원리'이다. 정부는 기초연금법 제5조에 의거 수급 노인에게도 기초연금을 전액 지급하지만, 동시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제5조에 의거 생계 급여에서 기초연금 금액만큼을 삭감하여 지급하고 있다(이름하여 '줬다뺏는 기초연금').

'보충성의 원리'는 수급자의 생계 급여는 최저생계비(중위소득의 30%, 현재 1인 가구 생계 급여는 49만 원) 범위 내에서 국가가 소득을 보전하는 원리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수급 노인이 폐지를 주어 10만 원의 수입을 벌면 이를 소득으로 인정하여 생계 급여에서 10만 원을 삭감하고 39만 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보충성의 원리'에 따라 정부는 수급노인이 받는 기초연금 20만 원을 소득으로 인정하여 생계 급여를 49만 원이 아니라 20만 원을 삭감해 29만 원만 지급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 당사자들이 지난 11월 28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줬다 뺏는 기초연금'에 대해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김재중

보충성 원리, 상식·법률·헌법에 어긋난다!

'보충성의 원리'에 근거한 '줬다 뺏는 기초연금'은 국민의 일반 상식이나 법체계, 나아가 헌법정신에 비추어 볼 때, 몇 가지 결정적 문제를 지닌다.

상식적으로는 노인빈곤 해소를 위해 70%의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제도에서 최빈곤 계층인 수급 노인을 배제하는 것은 형평성의 원리에 배치된다. 기초연금으로 인해 수급 노인과 비수급 노인 사이에 기초연금액만큼 역진적 격차가 생겨버린다.

법률적으로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거 기초연금을 몰수하는 것은 새로운 법률인 기초연금법을 존중해야 하는 "신법 우선" 원칙 위반이다. 게다가 "법"(기초연금법)에서 지급한 기초연금을 "시행령"(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으로 무효화하는 것은 하위법과 상위법 상의 법체계 위반이다.

또한 '줬다 뺏는 기초연금'은 헌법 전문에 명시된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에 위배된다. 제10조 국민이 누려야 할 "인간 존엄과 가치"정신도 위반하고, 헌법 제11조 국민의 평등권 보장을 위반하고, 헌법 제34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이에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 11개 특별·광역시에서 모인 99명의 '수급 노인'이 직접 청구인으로 나섰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과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여, 이 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접수했다. 접수를 앞둔 기자회견에서 수원에서 올라온 수급 노인이 대표로 회견문을 낭독할 때, 모두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2014년 기초연금제도가 도입되면서 우리 수급 노인들도 희망에 들떠 있었다. 정부에서 지급받는 생계급여가 있기는 하지만, 한 달을 제대로 살아나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만 했던 현실에서 추가로 20만 원씩을 지원한다니…. 허기도 해소하고 약도 제대로 사먹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다. 7월이 되자 텔레비전 뉴스에서 봤던 대로 통장에는 '기초연금 20만 원'이라고 찍혀 들어왔다.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하며 몇 번을 다시보고 확인하곤 했다. 주위 수급 노인들과도 서로 확인하며 통장만 쳐다봐도 새로운 기운이 나곤 했다. 그런데 한 달 뒤, 8월에 이상한 일이 생긴 것이다. 매월 들어오던 생계 급여가 20만 원이 적게 들어온 것이다. 정부에서 노인들을 위해 기초연금을 준다고 해서 수급 노인에게도 줬지만, 이전에 받던 수급비(생계 급여)는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결국 기초연금은 앞문으로 들어왔다가 뒷문으로 나가버린 꼴이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응답하라

수급노인의 입장에선 기초연금은 유령 연금이고, 가짜 연금이고, 사기 연금이나 마찬가지이다. 사회복지사의 한 사람으로 나도 함께 외친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를 엄히 심판하고 헌법소원 청구를 조속히 인용하여 헌법 정신을 지키고 빈곤 노인의 권리를 보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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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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