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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스라엘 수도는 예루살렘"…중동 '레드라인'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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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트럼프 "이스라엘 수도는 예루살렘"…중동 '레드라인' 위협 美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선언할 듯, 중동 국가 일제히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행보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 수도 인정 문제와 관련,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동 지역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5일(이하 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위치하고 있는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실행할 것이라면서,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 등 주변국 지도자들에게 이를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내일 그 조치와 관련해 연설할 것"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중에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는 것은 곧 미국이 이스라엘의 수도가 예루살렘이라고 인정하겠다는 뜻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분쟁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주는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이는 기존 미국 정부의 입장과는 다르다. 미국 정부는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 이후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지위 협상과 관련, 예루살렘의 문제가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오래 전부터 유지해왔다. 이 분쟁에는 영토뿐만 아니라 유대교와 이슬람교 간 종교적 문제 및 역사적 문제까지 개입돼 있어 미국이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 문제에서 한 치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 동부와 서안 지구를 점령한 뒤 예루살렘 전체를 자국의 수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 동부가 이스라엘에 의해 무단으로 점령당한 것일 뿐이고 국가 지위를 되찾으면 반드시 다시 가져오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입장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아랍 국가들에서는 일제히 반대한다는 입장이 쏟아져나왔다.

우선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는 미국이 입장을 바꾸면 "중동 평화협상에 참여할 자격을 잃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팔레스타인의 무장 저항 단체인 하마스는 새로운 인티파다(주민 봉기)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미국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은 "용납할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며 "그런 조치가 취해지는 즉시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단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는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아랍권의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다.

중동 지역에서 미국과 가장 끈끈한 우방 관계를 맺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주미 사우디 대사인 칼리드 빈살만 왕자는 성명을 통해 "예루살렘의 지위에 대한 미국의 발표가 무엇이든 지역의 긴장을 높이고 평화 프로세스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맞닿아있는 요르단의 아이만 사파디 외교장관 역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은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예루살렘의 지위를 바꾸려는 결정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엔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우려를 표명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근거해 예루살렘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당사자의 직접 협상을 통해 해결돼야만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아랍권과 국제사회의 반발을 의식한 듯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주 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당장 예루살렘으로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에이피> 통신은 이날 정부 관계자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겠지만 대사관을 즉시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의회는 지난 1995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 자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라고 요구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이 법에는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고려해 6개월 유예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달렸다.

이에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전임 대통령들은 단서 조항에 근거해 6개월에 한 번씩 조항을 갱신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올해 6월 한 차례 이를 갱신한 뒤 또다시 갱신 시점이 도래하자 대사관을 옮길 계획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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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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