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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열어젖힌 '지옥문', 정부 관리들도 허둥지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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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열어젖힌 '지옥문', 정부 관리들도 허둥지둥 난감한 외교·안보 관료들…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트럼프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것과 관련, 미국의 외교‧안보 관리들이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준 상황이라 이를 수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6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의 평화 절차에 매우 헌신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동의한다면 대통령도 2국가 해법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70년 이상 끌어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종식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인데,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해버린 상황에서 과연 팔레스타인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지도 의문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중 어느 한 쪽 편을 든 것은 아니라는, 이해하기 힘든 논리를 들고 나왔다.

그는 미국 방송 CNN <울프 블리처의 상황실>에 출연한 자리에서 동예루살렘을 둘러싼 분쟁과 관련해 "미국이 아니라 양쪽이 결정할 일"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한 쪽을 선택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 행정부의 수장인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한 쪽'인 이스라엘을 선택한 상황에서 헤일리 대사의 이같은 수습 발언이 과연 팔레스타인과 중동, 그리고 대부분의 국제사회에 얼마나 소구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방송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으로 중동 평화협상이 당분간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을 백악관도 잘 알고 있다면서, 백악관은 이 여파를 일시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미국의 입장을 밝혀놓는 것이 평화협상에 줄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미국의 의도와 무관하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아랍권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상당한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예루살렘의 지위는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직접 현상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며 2국가 해법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는 오는 8일 이 문제와 관련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예루살렘은 특별한 도시이자 유대인과 기독교 신자, 이슬람 신자 모두에게 신성한 곳으로 평화를 위한 특수한 소명을 지니고 있다"면서 "모든 당사국이 유엔의 결의안에 따라 예루살렘의 현재 상황을 존중할 것을 진심으로 당부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의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성명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국가의 미래 수도로서 예루살렘의 지위 문제는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동맹인 국가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려는 미국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중동의 평화를 위해서도 이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일침을 놓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유감스럽다면서 "프랑스는 그(트럼프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으며 국제법과 유엔 안보리 결의에 역행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역시 국제사회와 유사한 입장을 보였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발표와 관련 "국제사회의 대다수 국가들과 더불어 그간 우리 정부는 협상을 통한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 왔다"며 "예루살렘의 최종 지위는 중동 평화과정을 통해 원만한 타결책이 모색되어야 할 쟁점 사항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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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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