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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총파업 노선이냐, '새로운' 사회적 대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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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기존의' 총파업 노선이냐, '새로운' 사회적 대화냐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기호1번 김명환과 기호2번 이호동, 차이점은?
새해 첫날부터 임기를 시작할 민주노총 위원장을 뽑는 선거가 한창이다. 4개 후보 조가 나온 이번 선거는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7일까지 진행된 1차 선거와 12월 19일과 20일 양일간 진행된 부분 재투표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 결과, 전체 유권자 79만 명 중 42만 명이 투표에 참가해 기호1번 김명환 후보 19만7000 표(47.0%), 기호2번 이호동 후보 7만3000 표(17.5%), 기호3번 윤해모 후보 4만8000 표(11.4%) , 기호4번 조상수 후보가 7만1000 표(17.0%)를 얻었다(무효 3만 표).

유효 투표수만 놓고 볼 때 기호 1번 김명환 후보가 나머지 세 후보를 합친 표보다 더 많이 얻었으나(47.0% 대 45.9%), 무효표를 포함한 총 투표자 수와 비교하여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1, 2위 후보로 결선을 치른다는 선거 규정에 따라 기호1번 김명환 후보와 기호2번 이호동 후보를 두고, 12월 22~28일까지 선거인 79만 명이 다시 투표를 한다.

대의원대회에서 선출하던 민주노총 위원장을 산하 가맹조직 조합원 직접 투표로 처음 선출한 2014년 선거 이후 노동운동과 민주노총을 둘러싼 정세는 여러모로 변했다.

▲ 기호1번 김명환 후보와 기호2번 이호동 후보의 선거 포스터. ⓒ민주노총

자유 민주주의의 회복과 조직 노동의 성장

우선 정치 정세의 변화가 크다. 극우 성향의 박근혜 정권이 촛불 항쟁으로 탄핵되고, 보수적 자유주의 성향의 문재인 정권이 출범했다. 군부와 비밀경찰의 정치 개입과 사회 통제 등 극우 파시즘의 회귀로 벼랑 끝에 몰렸던 '자유 민주주의'가 '거리 정치'를 통해 회복 중이다.

다음으로 주목할 점은 노동운동 주체 역량의 회복세가 뚜렷해졌다는 사실이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2016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을 보면, 2016년 말 기준 전체 조합원 수는 196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2만8000명 늘었다. 고용노동부가 '노조 아님' 통보를 한 전국교직원노조 조합원 5만3000명 등을 포함하면 조직 노동자 수는 처음으로 200만 명을 돌파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노조 조직률이 10%에 머물며 노동조합운동이 정체됐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2007년 169만 명이던 조합원 수는 지난 10년 동안 30만 명 가까이 증가하였다. 조합원 수 증가에도 노조 조직률이 그대로인 건 노동자 규모도 같이 커졌기 때문이다. 노동자 수는 2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러한 성장세는 민주노총 선거인 수 증가에서도 확인된다. 2014년 당시 67만 명이던 선거권을 가진 조합원 수는 이번에 79만으로 20% 가까이 늘었다.

여기에 덧붙일 사정은 나라 안팎의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이명박-박근혜 극우 체제가 등장하던 2007년 말은 글로벌 금융 위기의 직격탄으로 경제 상황이 대단히 좋지 않았다. 글로벌 경제 침체는 이윤 극대화를 지고의 가치로 내세우며 기세등등하던 '신자유주의'의 허리를 꺾어 버렸다.

'자유 민주주의'를 '산업 민주주의'로 확대

정치적 민주주의가 회복 중이고, 국내외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고, 조직 노동(organized labor)의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지금 정세는 이명박-박근혜 극우 정권하에서 '저지'와 '방어' 중심이던 노동운동의 사업과 활동 기조를 '쟁취'와 '공세'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등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비롯한 노동기본권 보장, 산업 수준의 노사관계와 단체교섭 강화, 노동자 경영참가 확대와 노동자 이사 제도 도입,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90% 미조직 노동자 보호 및 (노조) 조직화, 노동조합 정책 참가와 사회적 대화 등이 현시기 노동운동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2000만 노동 계급의 이익 대변이라는 측면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수준을 '자유 민주주의'를 넘어 '산업 민주주의'로 전진시켜야 하는 노동운동 과제와 맞물려 있다.

역사적 전환기를 맞아 2014년 당선되었으나, 노동조합 활동과 집회를 이유로 임기 대부분을 옥 중에서 보내고 있는 한상균 위원장에 이어 2018년 새해 첫날부터 3년 임기를 시작하는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 어깨에 지워진 과제는 엄중하다.

오는 일주일 동안 치러질 결선 투표에 오른 기호1번 김명환 후보와 기호2번 이호동 후보는 여러 가지 점에서 대조를 이룬다.

김명환 후보의 지지 기반이 특정 정파가 아닌 주요 산별노조 대표자들이라면, 이호동 후보의 지지 기반은 정파 조직인 노동 전선을 비롯한 민주노총 내부의 '좌파' 연합이다. "산별과 지역의 고른 지지"를 내세우는 김명환 후보를 두고 이호동 후보 측에서는 '패권'이라 비판하고 있다.

사회적 대화 관련 입장

기호1번 김명환 후보와 기호2번 이호동 후보는 사회적 대화(social dialogue) 문제에 대한 입장 차가 크다.

"노동혁명과 사회대개혁"을 주장하고 있는 김명환 후보는 기존 노사정위원회를 거부하면서 '새로운 노사정 대화 기구'를 제안한다. 노사정과 국회에서 2인씩 참여한다는 새로운 노사정 대화 기구의 형식과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명확히 하지 않으나,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원칙은 강조한다.

"80만의 결집으로 또 한 번의 승리"를 외치고 있는 이호동 후보는 기존 노사정위원회를 '사회적 합의주의' 반노동자 기구로 규정한다. '새로운'이라는 수사를 붙여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사회적 대화 노선의 '폐기'를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사회적 대타협은 반노동자적 공세를 감추는 가림막에 불과"하며, 사회적 대화는 "반노동자적 비수"고 "환상 놀음"이라는 선명한 입장이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태도

사회적 대화 문제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노동운동의 태도로 이어진다. 김명환 후보는 "반대와 저지에서 대화와 투쟁을 병행하는" 노선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와 당당하게 대화하고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섭과 투쟁 병행 노선'을 천명하되, 투쟁보다 교섭에 중심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이호동 후보는 "단위 노조와 민주노총을 투쟁 기구"로 규정하면서 "중심은 투쟁에" 있다고 역설한다. "교섭과 투쟁이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지만, "조합원들을 중심에 세우는 강력한 투쟁으로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시키자는 투쟁적인 진영"으로 자기 정체성을 강조한다.

산별교섭과 산별노조 문제

다음으로 대비되는 지점은 산업 수준의 단체교섭 및 노사관계 구축에 관한 입장이다. 김명환 후보는 "산별교섭 제도화와 사회적 대화 기구 재구성"을 동시에 강조한다. 이는 사회적 대화와 산별교섭을 연동시키는 전술로 풀이된다.

"지역별, 산업별, 의제별 노정협의"를 내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산별교섭의 주체는 당연히 산별노조이므로 김명환 후보는 산별노조가 중심에 선 민주노총 조직 체계를 구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산별교섭을 내세우는 김명환 후보와 달리 이호동 후보는 산별교섭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다. 대신 "공공부문, 제조부문 공동투쟁 강화"를 내세우면서 "민주노총 지역본부 위상" 강화를 주장한다.

이호동 후보가 민주노총 조직 체계에서 산별노조가 아니라 지역본부에 초점을 맞추고, 산별교섭을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단위노조와 민주노총을 투쟁기구"로 보는 반면, 산별교섭의 주체인 산별노조에 대해서는 "관료주의"로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산별노조에 대한 이호동 후보의 불신은 "산별(노조)에 배정된 대의원을 지역본부에서 선출하고 관할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등 "지역집중성 강화"를 추진하여 "지역공동투쟁, 지역총파업"을 수행한다는 주장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방침

민주노동당이 실패한 이후 지금 노동운동과 직간접으로 연계된 진보정당은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변혁당, 녹색당 등으로 분열되어 있다. 정의당과 민중당은 현역 의원을 둔 원내 정당이고, 노동당과 녹색당은 원외 정당이다. 한편, 변혁당은 의회주의 노선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명환 후보는 스스로를 "민주노조운동과 진보정치의 새바람, 민주노총 총 단결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주도할 수 있는 후보"라고 강조한다. 노동조합과 진보정당에 더해 시민사회단체를 포괄하여 진보정치를 실현하고 사회대개혁을 완성한다는 정치 방침을 갖고 있다.

이호동 후보는 "통합진보당 내부 분열로 현장에 갈등과 분열을 불러"왔던 데 대해 비판적인 평가가 있어야 하며, "진보정당의 대통합은 진보정당 내부의 동의를 바탕으로 진보정당 간에 자주적이고 민주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후보 모두 인위적인 진보정당 통합에는 비판적인 태도를 갖고 있으나, 노동자 정치세력화을 둘러싼 정치 방침 논의와 관련하여 김명환 후보는 민주노총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이호동 후보는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김명환, 이호동 후보의 뚜렷한 입장 차이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민주노총 위원장 결선 투표에 나선 김명환 후보와 이호동 후보는 노동운동이 나아갈 침로(針路)와 관련하여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인다. 사회적 대화와 대정부 관계와 관련하여 두 후보 모두 교섭과 투쟁의 병행을 부정하지 않으나, 현재 시점에서 김명환 후보는 "교섭"에, 이호동 후보는 "투쟁"에 무게를 싣는 것으로 판단된다.

민주노총의 사업과 활동에서 김명환 후보는 가맹 조직인 산별노조를 중심에 세우려 한다면, 이호동 후보는 하부 기관인 지역본부를 중심에 세우려 한다. 이는 민주노총 운동의 주요 방향을 산별노조가 주도하는 산별교섭 활성화로 잡느냐, 아니면 지역본부가 주도하는 지역총파업 수행으로 잡느냐 하는 문제와 연동되어 있다.

민주노총이 노동자 정치세력화 문제를 조직적으로 논의하는 데 있어서 김명환 후보는 적극적인 데 반해, 이호동 후보는 소극적이다. 그 이유는 김명환 후보가 기존 진보정당과 정파 구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데 반해, 이호동 후보는 변혁당을 포함한 '좌파' 연합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3년'의 계승이냐, '새로운' 변화냐

새 민주노총 위원장의 윤곽은 12월 28일 밤과 29일 새벽 사이 드러나게 된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교섭과 투쟁을 병행한다는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교섭을 중심에 세우더라도 투쟁을 바탕에 깔려 할 것이고, 반대로 투쟁을 중심에 세우더라도 교섭을 바탕에 깔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두 후보 사이의 결정적 차이점은 노동운동이 처한 현재 정세에 대한 분석과 판단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에서 2018년으로 이어지는 시기가 교섭을 중심에 세우고 투쟁을 대비할 정세인가, 아니면 투쟁을 중심에 세우고 교섭을 대비할 정세인가 하는 민주노총 운동 주체의 판단이 선거 결과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총파업을 통한 또 한 번의 승리로 집약되는 한상균 집행부 노선의 계승을 내세운 이호동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민주노총의 기조는 지난 3년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난 3년의 민주노총을 분열·고립·무능으로 평가하고, 단결·연대·실력의 민주노총을 내세우는 김명환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민주노총 사업과 활동의 방향은 지난 3년과 비교해서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출범할 민주노총 지도부의 이념과 노선은 향후 전개될 노사 관계와 노사정 관계, 그리고 사회적 대화의 방향을 결정하면서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 경로(자유 민주주의의 산업 민주주의로의 확장)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번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 관심을 기울여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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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원
택시노련 기획교선 간사,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사무국장, 민주노동당 국제담당, 천영세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다. 근로기준법을 일터에 실현하고 노동자가 기업 경영과 정치에 공평하게 참여하는 사회를 만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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