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선동적 글쓰기는 대의 민주주의에 악영향
자유로운 지면, 필진에 대한 개방성, 표현 범위의 자유, 독자와의 쌍방 커뮤니케이션 등 인터넷 언론만이 가지는 특수성은 확실히 주류 언론이 갖지 못하는 강점이다. 여기에 더해 언론개혁과 사회개혁을 열망하며 탄생한 배경은 기존 질서와 주류 언론의 보수적 시각을 비판하는 정향성을 인터넷 언론에 부여했다. 그러나 인터넷 언론 매체의 탄생과 함께 문제점도 나타났다. 주장의 선명성을 추구한 나머지 공격적, 선동적 글쓰기가 언론 기사에도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격적이고 선동적인 글쓰기는 뜻이 선명해지는 효과를 거둘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사회 현상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흐리고 독자들의 합리적 판단을 저해한다. 특히 악의적으로 '내 편'과 '네 편'을 구분 짓는 글쓰기는 대의 민주주의 하에서의 정치인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나 아니면 무조건 그르다는 편중된 시각이 타협과 합의를 실종시키고 정치인들의 자극적인 언행을 부채질하여 '진영정치'를 더욱 견고히 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프레시안의 지성주의가 좋다
내가 프레시안을 좋아하는 첫 번째 이유는 인터넷 언론으로선 쉽지 않을 전문성 위에 진보적 매체라는 점에서 연상되는 객관적 분석 능력의 미비를 보기 좋게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 언론조차 본령인 비판과 감시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인 채 사실조차 왜곡 전달하기 일쑤이고, 인터넷 매체는 또 그들대로 '내 편'이라면 아무리 비합리적 주장이라도 손 들어주는 행태를 보여 왔다. 그러나 프레시안은 달랐다.
사회 현안을 일방적 시각에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 대해 조망하고, 이를 논리 정연하게 분석함으로써 독자들의 합리적 이해를 돕는 또는 촉구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또한 다중의 맹목적 열정이나 일시적 편향에 끌려가지 않고 늘 중심을 잃지 않음으로써 독자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설득으로서의 글쓰기를 보여주었다.
그 때문에 프레시안은 솔직하고 굳세면서도 거칠지 않다. 특히 프레시안의 연재기사와 기획기사는 가히 당대 최고 논객들의 종합선물세트였다. 나를 포함한 독자들은 프레시안이 아니었으면 누릴 수 없었을 맛깔나고 기름진 글 호강을 지금껏 만끽해왔다는 점에 흔쾌히 동의할 것으로 믿는다.
공평하게 비판하기
프레시안을 높게 평가하는 두 번째 이유는 여당일 때나 야당일 때나, 각 정당들에 대해 공평한 태도를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공평하다는 말은 항상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솔직히 프레시안은 적어도 열린우리당-민주당에 몸담고 있는 필자의 눈으로 보기에, 불편하기 짝이 없는 가시랭이였다. 아마 반대로 한나라당이나 진보정당이 보기에도 불편하게 비판적이었을 터이다. 따라서 내가 말하는 공평성이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비판적'이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언론이라는 어름산이(줄꾼)가 타기 어려운 밧줄일 것이다. 모든 권력에 대한 무자비한 비판이야말로 특정 정당에 대한 일방적 비호와 그 반대로서 일방적 매도를 일삼는 지금 주류 언론이 되찾아야 할 핵심적 덕목이다.
특히 진보적 관점을 자임하는 언론일수록 현안에 대해 객관적 시각을 상실한 채 급진적 맹동주의로 치닫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목도해 왔다. 그러나 프레시안은 진보적 관점을 자처하면서도 '우리 편'에 치우치지 않을 뿐더러 진보개혁세력에 대한 건설적 비판 또한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런 면만으로도 프레시안은 품위 있고 어른스러운 언론이다.
작지만 비판적 지성으로 무장했기에 아름다운 언론, 프레시안 창간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우리 공동체의 중심을 잡아 주는 언론으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 프레시안의 지난 10년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글을 보내주십시오. 또 충고와 제안의 글도 좋습니다. 다가올 10년을 준비할 소중한 밑거름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보내주실 곳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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