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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프로슈머' 시대, 낡은 관행과 단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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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프로슈머' 시대, 낡은 관행과 단절해야" [초록發光] 에너지 전환과 정책 통합
재생에너지 전력 설비 확대를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2017년 한해 신규 설치된 태양광발전설비가 1184MW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하고 정부의 '3020 정책'으로 올해 신규설치가 40~50% 더 늘어난다고 한다.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외쳐온 필자로서는 정부의 이런 정책 노력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재생에너지 전력 설비 확대 정책의 속도전이 정부가 지향한다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시킬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현재 국내에서 소비하는 전력 공급원을 석탄과 원자력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서 재생에너지 전력 설비 확대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설비 확대만으로 재생에너지 전력 소비가 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풍력 설비가 많아져 바람이 좋은 시간대에 전력 생산이 늘어나도 그만큼 수요가 늘지 않으면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리는 상황이 늘어나 강제로 풍력 설비 가동 중단을 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가 있다. 혹은 전력망 자체가 늘어나는 재생에너지 설비를 고려하지 않아 송배전 선로 자체가 제한 수용량을 갖고 있을 경우도 늘어난 풍력 설비가 가동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즉, 개별 발전 설비와 설비에서 생산된 전력 공급과 소비와 직접 연관이 있는 전력망, 전력망의 운영 관리 기술 등이 함께 고려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의미의 에너지 전환은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에서도 신재생통합관제시스템 구축을 고려하고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설비 정책 속도를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의 또 다른 특징은 분산형 전원이라는 것이다. 자원이 산재해있다는 점과 소형 발전 형태로 개인 발전소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소위 에너지 프로슈머의 출현을 가능하게 한다. (프로슈머(prosumer) :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를 합친 표현.)

에너지 프로슈머가 실제 기능하기 위해서는 개인 발전 설비들이 전력망에 연계되어야 하고 이들 설비에 대한 실시간 제어도 가능해야 한다. 개인 발전에 대한 제어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발전 설비에 대한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전력망 관제 시스템과 교류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는 현재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소위 4차 산업혁명기의 IoT, ICT 기술들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 정책, 에너지 프로슈머 진작 정책 등이 소형 설비들의 증가를 가져올 것인데 이와 관련하여 전력망 인프라 구축과 관련한 정책들 역시 균형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주요 에너지원이 바뀌게 되면 이렇게 전력망과 같은 인프라 차원의 변화 뿐만 아니라 공급자와 소비자 행동 변화가 초래되고 이에 상응하는 법제 개편 또한 요청된다. 소형 태양광 발전업자의 등장과 더불어 전기 안전관리자를 의무로 지정하게 하는 전기사업법 일부 개정이 있었듯이 다양한 에너지 프로슈머의 등장은 전기사업법의 전반적인 개편을 요청하게 될 것이다. 개인 발전업자에게는 개별 설비 관리만이 아니라 전력망의 균형을 유지하는 의무가 부과될 수 있도록 하는 법개정이 필요한 것이다. 재생에너지원에 불리하게 제정되어 있는 에너지세제법에 대한 개편 또한 요청된다. 에너지 프로슈머들이 증가하고 또한 이들 간의 개인 전력 거래도 가능하게 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전력 거래 시장 창출 정책도 나와야 하고 이를 관리하는 법제 개편도 필요하다. 관련한 개인 정보 보호 정책 강화도 병행되어야 한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은 이렇게 다만 전력 정책을 넘어서는 통합 정책적 노력을 요청하고 있다. 전력망의 스마트화를 위해서는 관련 기술 개발, 새로운 실시간 제어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연구 개발과 같은 연구 정책도 필요하고 전력 시장 개편, 세제 개편 등이 종합적으로 마련, 실행될 필요가 있다. 급격히 늘어나는 재생에너지 전력설비로 인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대책도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 수급 정책 위주의 전력 정책에 익숙해왔던 정책 관행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은 듣기 좋은 구호로만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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