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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통 크게' 던졌다…공은 미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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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통 크게' 던졌다…공은 미국으로 북미 대화 유일 조건은 "대화 상대로서 진지한 대우"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이 적지 않은 성과를 들고 돌아왔다. 특사단을 만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3차 남북 정상회담의 4월 개최와 북미 대화에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며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대화에 이렇다 할 요구 조건을 내걸지 않은 김정은 위원장은 "대화 상대로서 진지한 대우를 받고 싶다"는 입장만 밝혔다. 국제사회와 외교적 관계를 복원해 정상국가로 탈바꿈하겠다는 김정은 체제의 방향이 녹아있다는 평가다. (☞관련 기사 : "4월말 남북 정상회담…北, 미국과 대화하겠다")

4월 남북관계 급진전 궤도

특별사절단이 6일 오후 밝힌 방북 결과에 따르면, 남북은 4월 말 제3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함으로써 남북 관계 진전에 전기를 마련했다.

남북 정상회담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앞당겨진 4월 말로 예정된 점이 주목된다. 일각에선 6월 15일이나 8월 15일이 남북 정상회담 시점으로 거론됐으나, 이조차 빠르다는 평가가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시작되는 4월에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경우, 남북 간 평화 분위기가 안착되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수석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왔을 때 문 대통령의 방북을 초청하며 남북 정상회담을 조기에 개최하자는 입장을 밝혀왔다"면서 "조기 개최 입장에 우리가 동의했기 때문에 4월 말로 시기를 확정하고 특정 일자에 대해서는 협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남북 정상회담 장소도 달라졌다. 지난 10일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했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초청한 바 있다. 이와 달리 남북은 이번 특사단 방북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갖기로 합의했다. 서울은 아니지만,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처음으로 판문점 남측 구역으로 내려오게 되는 셈이다.

정 실장은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라며 "그간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렸지만, 이번 3차 남북 정상회담이 판문점 남측 구역인 평화의 집에서 개최된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남북 정상 간 '핫 라인'을 구축하기로 한 점도 남북이 외교적 관계로 소통하며 돌발적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 남북 정상은 4월 정상회담 전에 첫 통화를 갖기로 했다.

김정은 "한미 연합훈련 예년 수준 진행 이해한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고위급 대표단이 오가며 이 같은 남북 관계의 훈풍은 일정하게 예상됐던 대목이다. 반면 북미 대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중재자 역할은 얼마나 진전을 볼지 전문가들도 반신반의했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북미 대화의 조건이자 의제로 명토 박아 북한의 태도 변화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밝힘으로써 미국이 북미 대화에 응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 실장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며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측은 대화를 위한 특별한 요구 조건을 걸지 않았으며, 대화 상대로서 진지한 대우를 받고 싶다는 의사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사실상 '비핵화' 의제를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이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밝힌 대목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비핵화 단계를 동시에 밟아나가겠다는 북한의 기존 입장을 우리 측이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측은 북미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 전략 도발도 중단키로 결정하면서도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평창 올림픽을 위해 연기된 한미 연합 훈련을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면서 "한반도 정세가 안정적으로 진입하면 한미 훈련이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정 실장은 전했다.

정 실장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중단이나 재연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그럴 명분도 없다는 점을 설명했다"며 "이 내용은 북측 대표단이 왔을 때 이미 전달한 내용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보고를 받고 알고 있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특사단으로부터 방북 결과에 대한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앞으로 남북 간 합의 내용을 이행토록 노력하라"고 지시했다고 정 실장은 전했다.

정 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은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해 방북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다만 우리 정부를 매개로 북한이 밝힌 입장 미국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본격적인 북미 대화 재개 여부와 4월 한반도 훈풍의 지속 가능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도 조만간 방문해 통해 한반도 정세 변화에 지지와 협조를 당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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