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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개념'에 대한 심각한 오해, 그리고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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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개념'에 대한 심각한 오해, 그리고 진실 [기고] 자유시장경제와 토지공개념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기하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우리나라는 자유 시장 경제를 경제의 기본질서로 채택하고 있는데, 토지공개념은 이것과 충돌한다는 것이다. 이런 반대와 우려는 토지공개념을 적용하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 같다는 '통속적' 인식에 기초해 있다. 왠지 시장은 '공(公)'이 아니라 '사(私)'와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일반재화의 경우에는 그 생각이 맞는다. 그렇다면 인간이 만들지 않은, 그 존재량이 고정되어 있는 토지의 경우에도 그럴까?

토지공개념이란 무엇인가?

먼저 토지공개념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일반적으로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소유와 처분을 국가가 규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모호한 정의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토지공개념을 통해서 달성하려는 목표와도 거리가 멀다. 토지공개념을 통해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바는 토지문제 해결이다. 그러면 토지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토지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토지투기다. 토지 불로소득이 없으면 투기수요는 사라진다. 불로소득이 예상되지 않으면 서울 사람이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수도권 근교에, 강원도 평창에 땅을 사놓지 않는다. 불로소득이 예상되지 않는다면 농지를 택지로, 그린벨트 지역의 재산권자들이 개발제한을 풀어달라고 민원을 넣지도 않는다.

이렇게 토지공개념의 목표가 토지투기의 완전 차단이라면, 토지공개념은 재산권의 3요소인 이용권, 처분권, 수익권에서 수익권 환수에, 즉 토지 불로소득 환수에 집중하는 것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대신 이용권과 처분권은 개인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겨야 한다. 농민의 농지 소유 규모는 농민이 알아서 정할 일이고, 공장 부지의 규모도 사업하는 사람들이 결정할 일이며, 택지의 규모도 그 집에 살 사람이 정할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토지公개념은 수익권이 공공에게 있는 것으로, 토지私개념은 수익권이 개인에게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둘을 비교해본다.

토지수익권 환수 자체가 시장 친화적이다

먼저 토지공개념의 수익권 환수 자체가 시장경제에 부합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토지수익권 환수의 주된 방법은 세제이다. 그런데 경제학 원론에 나오듯이 토지보유에 부담시키는 토지보유세는 경제를 왜곡시키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재 정부 세입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은 어떤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노동에 부과하는 세금은 노동 공급을 억제한다. 생산을 통해 늘어난 가치에 매기는 세금인 부가가치세는 가격을 올려 상품 수요를 줄어들게 만든다. 따라서 참다운 자유 시장 경제를 주장하려면 토지수익권을 환수하는 토지보유세는 올리는 대신 소득세나 부가가치세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요컨대 토지수익 환수를 반대하는 토지私개념이 오히려 자유 시장 경제 질서에 어긋난다.

토지私개념이 토지의 효율적 배분을 방해한다

토지수익권을 개인에게 두는 토지私개념은 토지의 효율적 배분을 방해하기도 한다. 우리가 가격을 매개로 작동하는 시장을 존중하는 이유는 그것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주기 때문이다. 자원 배분이 효율적이라는 것은 '소유자=효율적 사용자'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토지私개념 하에서 이 등식은 잘 성립하지 않는다. 토지는 대부분의 경우 일반물자와는 달리 가치가 하락하지 않고 상승한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감가(減價)되는 일반물자의 경우에는 효율적 사용자가 아니면 손해가 되므로 소유하지 않지만, 토지처럼 값이 오르는 경우에는 개인 차원에서 이익이 되므로 효율적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소유하려고 든다. 한편 이런 목적으로 토지를 소유한 자들 중에는 토지를 놀리거나 저밀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더 많은 투기이익을 제때에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토지私개념이 토지의 최선 사용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수익권 환수를 핵심으로 하는 토지公개념 하에서는 토지가 효율적으로 이용할 사람에게 배분된다. 수익권이 없다는 것은 토지이용자가 임대료가 되었든 세금이 되었든 토지 가치에 비례하여 그 가치만큼 공공에 납부한다는 뜻인데, 그렇게 하면서까지 토지를 놀리거나 저밀도로 사용할 사람은 없다. 자신에게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자신이 없으면 소유를 포기하게 되는데, 결국 이렇게 되면 그 토지는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이전된다.

토지私개념은 시장 '윤리'와도 충돌한다

한편 토지私개념은 시장 ‘윤리’와도 충돌한다. 언뜻 보기에 시장은 윤리와 거리가 먼 것 같지만, 사실 시장은 윤리가 없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시장 윤리 중 하나는 “‘먼저’ 기여하고 ‘나중에’ 대가를 가져간다.”는 것이다. 노동자가 임금을 받는 것은 노동력을 ‘먼저’ 제공했기 때문이다. 자본소유자가 자본사용의 대가를 가져가는 것도 그가 ‘먼저’ 자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토지투기를 통해서 버는 돈은 어떤 기여에 대한 대가일까? 토지소유자는 아무 기여도 하지 않았다. 투기이익은 기여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생산한 것 중에 일부를 가져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투기행위가 개인에게 이익이 될 수는 있어도 나라 전체에는, 즉 국부를 늘리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해를 준다.

토지私개념은 시장 전체를 불안하게 만든다

토지私개념은 시장경제 전체를 불안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경험한 경제위기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변수는 단연 토지투기다. 즉, 토지가격의 거품 생성과 붕괴(boom and bust)가 경제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 주된 변수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다. 대부분의 학자들이 이 사태를 금융 시스템 자체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사태의 본질은 토지 거품의 생성과 붕괴였다. 이름도 생소한 수많은 파생금융상품들이 토지 거품이라는 모래 위에 지어진 것이어서 토지 거품이 붕괴하자 금융 위기가 초래된 것이다. 그뿐 아니라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에 일어난 북유럽 복지국가들의 금융 위기,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일본의 장기불황도 바로 토지거품 생성과 붕괴가 낳은 결과였다. 이렇게 토지私개념은 시장경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자세한 내용은 <위기의 부동산: 시장 만능주의를 넘어서>(이정전·김윤상·이정우 외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참조).

자유 시장 경제는 토지공개념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시장주의자라면, 다시 말해서 자유 시장 경제를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토지 불로소득 환수를 핵심으로 하는 토지공개념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 토지공개념 적용으로 토지투기가 사라지면 토지시장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투기수요가 사라지게 되면, 즉 시장에 일반물자처럼 실수요만 등장하면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필요도 없어진다. 정부가 실수요인지 투기수요인지를 가리기 위해서 애쓸 필요도 없다. 외지인들의 농지 매입을 막기 위해 행정력을 동원할 필요도 사라진다. 고위공직자가 보유한 토지가 투기용인지 아닌지를 캐내기 위한 방송과 언론의 심층·탐사 보도도 불필요해진다.

한국의 많은 보수주의자들은 자유 시장 경제를 위해서 토지공개념의 헌법 명기는 안 된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 진정한 자유 시장 경제를 구현하려면 토지공개념 헌법 명기는 꼭 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는 토지투기 없는 시장경제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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