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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이 발제ㆍ기획한 '나쁜 투표' 거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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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오세훈이 발제ㆍ기획한 '나쁜 투표' 거부해야" [고성국의 정치in]<68>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서울시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하자 서울시 교육청도 덩달아 바빠졌다. 언론노출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곽노현 교육감도 연일 언론에 나와 오 시장의 주민투표강행을 비판하고 나섰다. 권한쟁의소송도 제기했다. 가히 총력전의 양상이다. 지난 금요일 아침 8시30분. 서울시 교육청 집무실에서 곽노현 교육감을 만났다. "정치는 사랑입니다."라고 사인을 해 '고성국의 정치in'을 건넸더니 곽 교육감이 말했다.

"정치는 사랑이다. 이 말이 맞다. 더 큰 사랑이 더 큰 정치다. 사랑이 없는 정치가 '정치판'이라고 하더라. '제로섬 셈법'만 있는 정치를 정치판이라고 하지 않나. 요즘 정치가 그런 것 같다."

주민투표 얘기로 바로 들어갔다.

▲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프레시안(최형락)

"차별급식? 야만의 시절에 있었던 '가정 조사'와 같은 것"

"주민투표, 어떻게 전망하나. 시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나?"
"시민들께서 무상급식을 선택할 것 같다."
"투표율 33.3%가 나올까?"
"33.3%가 안 나올 것 이다."
"투표에 참가 안함으로써 무상급식을 선택해줄 것이다?"
"그럴 것이다."
"나쁜 투표 거부 운동, 네이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시민들이 참으로 본질을 꿰뚫었다. '부자집 아이와 가난한 집 아이를 편 가르는 나쁜 주민 투표 거부 운동' 이렇게 돼 있지 않나. 간단히 말하면 (오 시장이 주도하고 있는 주민투표는) 부모 우열반 만들자는 나쁜 주민투표, 비정한 주민투표다."
"소득 하위 50%만 주자고 하는 것, 그것을 기술적으로 '어느 아이가 무상급식을 받는 아이인지' 사람들이 모르게 시행할 수 있다는 게 오세훈 시장이나 여권의 주장이다."
"아이들은 솔직하고 개방적이다.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는 다 얘기하게 돼 있다. 아이들 시기의 친구 맺기와 우정의 가장 멋진 부분은, 누구와 마음이 통해 사귀게 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어떤 아이든 일단 마음이 통한 이후에는 그 집의 부모 (경제 사정 등을)를 보지 않는다. 어른들만 '그 집의 부모가 몇 평 아파트에 사니' 이런 것을 물어본다.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서로를 보고 친구가 된다. (현재 무상급식 논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 우열반을 통해 아이들 사이에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게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쟤네는 공짜 점심을 먹는 집', '세금 점심을 먹는 아이' 이런 식으로 나뉘는 것은 대단히 안 좋은 것이다. 학교는 아이만을 봐야 한다. 아이를 평등한 가능성의 존재로 봐야 한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이 자꾸 아이의 배후에서 부모의 그림자를 읽어낸다. 거기에 따라 대우를 달리 하는 경향이 있다. 공교육은 이것과 싸워야 한다."
"싸워야 한다?"
"그렇다. 공교육은 부모에게는 눈을 질끈 감고, 아이에 대해서는 눈을 크게 떠서 아이를 온전한 존재 그 자체로 받아줘야 한다."
"옛날에는 학교에서 가정 환경 조사를 했다. 부모를 조사하는 것이다. 요새는 없어졌나?"
"공식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
"민주화 이후 시대가 변해서 그런 조사가 없어진 걸까?"
"어느 순간 그것이 말이 안 된다는 것, 반 교육적이라는 것, 아이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준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됐다. 부모 학력조사, 부모 재산조사 이런 것을 '손 들어'해서 공개적으로 조사했지 않나. 정말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집에 전화기 있는 사람', '피아노 있는 사람' 이런 것도 조사했었고."
"그랬다. 그런 야만의 시절이 있었다."
"조사에 '우리 집은 중산층, 중하층' 이런 것을 아이들이 직접 체크하라고 돼 있었고."
"그런 것을 가정환경 조사에서 없애듯, 급식도 소득으로 나누는 것을 없애야 한다. 교육 당국은 학교에서 (그런 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줘야 한다. 어떤 부모를 만났느냐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영역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줘야 한다. 그것이 공교육이라는 것, 그것이 학교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학교는 심지어 현재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들도 절대적으로 평등하게 서로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장소여야 한다. 거기에 비춰보면 이번 주민투표는 참으로 문제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비밀이 없다. 아이들 사이에서 편 가르기 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이미 주어진 아이들 밥그릇을 빼앗겠다는 것인가"

▲ "이번 투표는 서울시장이 발제해서 기획, 주도한 주민투표다. 이른바 관제 주민투표의 성격을 갖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나쁜 투표 거부 운동'에 대해 '신성한 참정권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다."
"신성한 참정권을 누가 먼저 모독했나? 우리(저)는 열혈 민주주의자다. 엘리트주의와 반대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철학적인 문제다. 엘리트주의는 한마디로 투표와 선거를 싫어한다. 민주주의자들은 투표와 선거를 신뢰하는 사람들이다. 주민투표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다. 이 주민투표가 만약 위법 부당하지 않다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올바른 민의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면, 주민투표를 가장 먼저 와락 안을 사람이 바로 저다. 그런데 왜 반대할까. 먼저 주민투표라는 게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하고 청구해야 하는 것인데, 이번 투표는 서울시장이 발제해서 기획, 주도한 주민투표다. 이른바 관제 주민투표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청구인 51만 여명이 관제로 동원된 사람들인가?"
"그런 뜻이 아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먼저 있었던 게 아니라는 말이다. 서울 시장이 발제를 했고 시민단체들에게 사실상 '주민투표를 조직해 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6~7개월 걸려서 서명 용지가 80만 장 모였다고 했다. 그 때 기자 회견을 누가 했나. 오 시장이다. 주민이 청구할 때 제출하는 서명 용지를 뒤에 쌓아놓고 오 시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했다."
"오 시장이 왜 그랬을까?"
"그만큼 오 시장은 (주민투표가) 오 시장 본인의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오 시장은 단순한 선거 관리자의 역할만 해야 하는데, 심판이 호루라기 들고 주전으로 뛰는 셈이다. 주민투표 청구 기자회견도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주민투표 서명용지의 37.2%가 서울시의 집계로도 무효라고 판명이 난 부분이다. 37% 이상이 무효가 된 박스를 쌓아놓고 기자회견을 했다. 초라하지 않은가."
"41만 8000명의 서명을 받으면 발의가 가능하니까 80만 명 중에 37%가 무효가 돼도 상관없지 않나?"
"보통 서명운동을 하면 여러 가지 이유로 15%까지는 중복이나 잘못 기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37%라면 기술적 오류로 보기 어렵다. 진정성이 없는 서명인 것이다. 주민투표는 고도의 진정성을 필요로 하는 직접민주주의의 비상 탈출구 아닌가. 주민투표가 의미를 가지려면 고도의 정치적 진정성이, 시민적 진정성이 발휘돼야 하는데 정치적 도덕성이 상실된 상황이다. 정치적 도덕성이 상실된 주민투표에서 (오 시장 쪽이) 승리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도덕적 하자가 있고 진정성이 없다는 건 본질적인 문제다."
"시민의 자발적인 운동이 아니고, 서명 과정에서도 진정성이 결여돼서 정치적 도덕적 정당성이 없다?"
"그렇다. 또 하나는 복지 철학의 문제다. 50% 선별 급식, 차별 급식을 한다는 것은 학교를 사실상 부모 우열반으로 나누자고 하는 것이다. '편 가르기'가 된다는 점에서 대단히 반교육적이다. 또 이미 주어진 밥그릇을 빼앗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비정하고 인정머리 없는 주민투표다. 결국 복지를 시혜와 동정의 산물로 여기게 하고 그에 따라 사회적 차별과 낙인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반복지적이다. (오 시장은) 시대착오적인 복지관을 갖고 있다. 여기까지가 정치 철학적이고 도덕적인 문제라면, 두 번째로 적법성의 문제가 있다."

"오세훈의 한강 르네상스를 두고 교육감이 주민투표 하자는 꼴"

"적법성 논란과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지금 세 가지 소송이 진행 중이다.(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무상급식 관련 조례 무효 확인 재판은 대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야5당과 시민단체 대표들은 주민투표 수리 처분 및 무효 가처분 소송을 냈고, 서울시교육청은 권한쟁의 심판 및 주민투표 발의 무효 가처분 소송을 냈다. 편집자 주) 우리가 낸 것은 권한쟁의 소송이다. 서울시장이 서울시교육감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일반 자치가 교육 자치를 침해하고 있다는 말이다. 학교 급식 정책을 정하는 것은 교육감의 일이다. 서울시장의 일이 아니다. 서울시 교육감이 서울시장의 한강르네상스를 못마땅해 한다는 이유로 한강르네상스 관련 주민투표를 교육감이 발제하고 발의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
▲ "서울시 교육감이 서울시장의 한강르네상스를 못마땅해 한다는 이유로 한강르네상스 관련 주민투표를 교육감이 발제하고 발의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프레시안(최형락)
"재판부의 판결에는 시간이 걸리지 않나?"
"이번 주민투표는 불법부당성, 위법부당성의 정도가 워낙 중대하고 심각하고 현저하다. 오래 끌 이유가 없는 사안이다. 오 시장이 제기한 소송도 마찬가지다."
"집중심리라도 해서 법원이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것인가?"
"당연하다. 안 그러면 불법에 대한 방조에 지나지 않는다. 시민들 사이의 쓸데없는 분란을 방조하는 것이다."
"사법부가 서울시가 교육감 권한을 침해했다고 결론을 내리면 그 순간 주민투표가 중단되나?"
"중단된다. 뿐만 아니라 주민투표가 (위법성 때문에) 무효라고 선언해도 중단된다. 서울시장이 중심이 돼 주민투표를 진행시키고 있는 부분, 교육감 권한을 침해한 부분, 예산 사안에 관한 주민투표는 성사가 안 된다는 것 등이 다뤄지고 있는데, 행정법원에서 8월 16일에 선고가 나온다. 16일에 가부가 확정될 것이다. 워낙 사안이 명백해 (주민)투표를 할 일이 없을 것이다. (야당이 행정법원에 제기한 무상급식 청구 수리 처분 집행 정지 소송을 말한다. 서명 과정에서 공무원 개입, 대리 서명 등이 있었다는 절차적 하자 문제, 예산 관련 사안은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어서 '주민투표법 위반'이라는 부분 등이 쟁점이다. 편집자 주)"


좀더 세부적으로 들어갔다. 서울시가 발의한 주민투표 문안은 '무상급식 지원범위에 관하여'라는 제목 하에 △소득 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 실시 △소득 구분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는 2011년부터, 중학교는 2012년부터 전면적으로 무상급식 실시'로 확정된 상태다. 곽 교육감은 이 문안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이것이다. 예산에 관한 사안은 주민투표에 붙일 수 없게 돼 있다. 이 해석이 제대로 알려졌으면 좋겠다. 모든 정책은 예산을 수반하기 때문에 모든 정책이 주민투표 대상이 안 되는 게 아니라, 주민투표로는 예산 액수를 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서울시 입장인)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실시하자는 것은 예산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두 번째 안에는 (교육청 등의 입장인) 'OO년 부터' 전면 실시, 이렇게 돼 있다. 액수는 안 나와있지만 예산은 특정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집행부의 예산 편성권, 의회의 예산 심의 확정권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다. 사실 이 얘기는 오 시장이 시 의회를 상대로 무상급식 조례가 월권이라고 주장했던 당시 사용했던 주요한 논리다."

▲ "이것은 집행부의 예산 편성권, 의회의 예산 심의 확정권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문안과 관련된 부분, 특히 예산 관련된 부분이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그 밖에도 꼼수가 세 가지나 있다. 첫째, 주민투표 문안 공고는 7월 26일에 했다. 발의는 공고일로부터 1주일이 지난 8월 1일에 했다. 공고할 때의 주민투표 문안과, 발의할 때의 문안이 두 가지가 바뀌어 있다. 그것은 그 사이에 제기된 우리의 반론 때문이다. 명백한 위법 상황을 빠져나가기 위해 궁리를 했을 것이다. 우리가 '서울시장의 월권'이라고 주장하니까. '무상급식 지원 범위에 관하여'라는 (주민투표) 제목을 붙였다. 그 전에는 제목이 없었다."
"두 번째는 뭔가?"
"무상급식 지원 범위라고 했을 때, 누구(주체)의 지원 범위냐. 서울시의 무상급식 지원 범위인가? 서울시의 무상급식 지원범위에 관해 주민투표에 붙이면 월권도 아니고 상관없다. (서울시가 지원하는 예산) 700억 원 가량만 가지고 주민투표를 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그 결과에 대해 서울시 교육청은 기속되지 않으니 그대로 가면 된다."
"주민투표가 무상급식 전체에 대해서가 아니라 서울시가 '700억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지원하느냐 마느냐'는 것으로 된다는 뜻인가?"
"그렇다. 만약 지원 주체가 교육청을 포함하는 것이 되면 문안 내용이 '월권'이 된다. 그래서 애매모호하게 나가고 있다. 우리가 바로 그렇게 반론을 했다.
"세 번째 문제는 뭔가?"

▲ "오 시장이 여권 내 잠재적 대권 주자이기 때문에 '복지 포퓰리즘과의 성전' 같은 표현을 쓰면서 과잉 이념화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상처받기 쉬운 아이들이 오 시장 눈에는 안 보이는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7월 26일자 주민투표 문안에는 (교육청 등이 주장하는 문안에) 2011년 초등학교 전면 실시, 2012년 중학교 전면 실시, 이렇게 돼 있었다. 그런데 문안이 갑자기 '2011년부터 초등학교 전면 실시' 이런 식으로 '부터'라는 말이 들어갔다. '2011년 부터'라는 것은 '2012년에'라는 것과 의미가 다르다. '2012년부터'라고 정했다면 그 뒤에 나오는 '전면'이라는 말이 빠지고 '단계적'이라는 말이 들어가야 맞는 것이다. 그런데 '부터'라고 해놓고 '전면'이라는 말을 넣은 것이다. 앞뒤가 맞지 않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의 보도자료를 보면 모든 사안에서 '전면적 실시냐 단계적 실시냐'를 두고 주민투표에서 선택하라고 돼 있다. 이것이 사실 보편적이냐 선별적이냐의 문제인데, 전면과 단계로 나누고 그것을 문안에 억지로 적용하고 있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보편'이냐 '선별'이냐 이렇게 가면 서울시 쪽에서 이길 수 없다고 봐서 그런 것인가?"
"보편, 선별 프레임으로 가면 자기들이 불리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무상급식'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선결 조건"

"오세훈 시장은 이 주민투표를 복지포퓰리즘과 싸우는 성전이라고 성격 규정을 했다."
"지금 우리는 공교육에서의 교육 복지를 '차별 없는 복지'로 갈 것이냐, '차별하는 복지'로 갈 것이냐를 논의하고 있다. 단적인 사례가 아이들 점심 급식 문제다. 그런데 오 시장은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를 '과잉 정치화'시켰다. 왜 그랬나. 오 시장이 여권 내 잠재적 대권 주자이기 때문이다. '복지 포퓰리즘과의 성전' 같은 표현을 쓰면서 과잉 이념화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상처받기 쉬운 아이들이 오 시장 눈에는 안 보이는 것이다. 아이와 교육이 완전히 실종돼 이념과 정치로 덧칠이 됐는데 오 시장이 바로 그렇게 만들었다."
"한나라당 서울시당위원장인 이종구 의원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 시장 경제체제를 유지하느냐, 사회주의체제로 가느냐를 결정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진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무지하다고 해야 할까. 그런 어법은 이제 극복해야 한다. 더 이상 통용도 안 되고, 식상하게 된지 오래다. 공교육 자체가 보편적 복지다. 그 공교육은 민주주의의 선결 조건이다. 아이들이 어른이 돼 자신의 의지를 민주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무상급식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다. 포퓰리즘이 아니라 민주주의다.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다는데 대해 서글픔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로 학부모들과 대화를 많이 하나?"
"작년 1년 한 해 동안 50번 넘게 강연을 했다. 많은 분들이 학부모였다. 많은 얘기를 나눴다. (학부모 입장에서) 무상급식은 (찬성:반대가) 8대 2 정도다. (반대하는) 2 역시 참 좋은 마음이다. 우리는 형편이 웬만큼 돼서 안 받아도 되니까 그것을 저소득층 아이를 위해 써 달라는 것이다. 이것은 선의다."
"강남도 그렇나?"
"그렇다. '우리는 비교적 여유가 있으니 무상급식은 꼭 안해도 되는데, 그 돈으로 학교 시설을 더 잘 해달라'고 한다. 그런데 학교 시설도 보편적 교육 복지에 들어가는 것이다."
"학교 시설은 소득 하위 50%로 나눌 수 없을 것 같다. 화장실을 50% 이상과 이하로 나눌 수 없으니까?"
"(웃음) 그렇죠. 그게 바로 보편적 복지다. 무상급식도 학교 시설과 다를 게 없다. 이를테면 버스전용차선 같은 것, 저런 것이 사실 시민들의 보편적 복지를 높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가난한 사람, 돈 많은 사람 구분 없이 모두가 (버스전용차선을)이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이) 성공한 사람도, 결국은 보편적 복지로 성공한 셈이다. 지금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것은 보편적 복지의 확대다. 보편적 복지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일부 사람들이 대단히 잘못된 견해를 갖고 있다. 선별적 복지는 가난한 사람에게 주는 것이기 때문에 선별적 복지의 경제 효과는 대단히 제한적이다. 그런데 보편적 복지를 제공하면, 그 혜택을 받은 중상층은 보편적 복지 때문에 생긴 두둑해진 주머니를 가지고 문화 소비도 하고, 투자도 하고 기부도 하게 된다."

"나쁜 것을 넘어 '불법 투표'다"

"오세훈 시장이 최근 폭우로 인한 수재에 대해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주민투표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태도를 바꾼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 부분을 코멘트하는 것은 교육감으로서 적절치 않다. 다만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오 시장이 무상급식을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몰아붙이면서 정치적으로 뻥튀기를 했다는 점이다. 찬찬히 뜯어보면 그런 왜곡·과장이야말로 망국적 포퓰리즘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왜 부자집 아이들까지 공짜 점심을 주느냐. 부자들까지 주면 당신들 복지 재원이 줄어든다'고 속삭이고 부자들에 대해서는 '이런 식으로 가면 당신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속삭인다. 서민들과 부자들에게 '맞춤형' 계급 선동을 하는 식으로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두 선출직 간에 정책 이견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을 가지고 이전투구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저는 그동안 정치적 발언을 자제해 왔다. 저는 교육감으로서 교육적 견지에서만 말을 하고 있다. 현재는 사법적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이번 주민투표는 위법해서 사법부가 중단시킬 것이라는 점이다."ⓒ프레시안(최형락)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오염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는데, 한나라당에서는 중앙당 차원에서 주민투표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이번 주민투표는 위법하고 부당해서 사법부가 중단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나쁜 투표라서 투표하지 말자고 시민들에게 말하고 있다. 나쁜 것을 넘어서 불법 투표라고 믿기 때문에 (투표장에) 갈 이유도 없다. (투표장에 가도 둘 다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디에 찍어야 하는지, 찍을 곳이 없다. 만에 하나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강행된다면 그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것은 어디까지나 학교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 투표라는 점이다."

아침 이른 시간, 어렵게 만든 1시간 동안의 인터뷰 내내 무상급식 얘기만 했다. 상황이 상황이라 그랬기도 했고, 막상 얘기를 하다 보니 무상급식문제가 갖고 있는 쟁점들이 하나 같이 쉽지 않아서였기도 했다. 이리 얽히고 저리 꼬인 무상급식 이슈를 고르기우스의 매듭 끊듯 속 시원하게 끊어버릴 알렉산더 대왕은 없는지. 새삼 우리 정치권의 무능을 생각하게 된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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