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외교 강경파로 꼽히는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됐다. 오는 5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정부의 외교‧안보 진용이 강경파로 채워지고 있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이하 현지 시각) 본인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존 볼턴이 나의 새로운 국가안보보좌관이 될 것임을 알리게 돼 기쁘다"면서 "훌륭하게 일해준, 나의 영원한 친구로 남을 허버트 맥매스터에게도 매우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전 대사가 오는 4월 9일 정식으로 임명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볼턴 전 대사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5년 8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유엔대사로 근무했다. 2003년에는 북핵 협상의 미국 대표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 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폭군 같은 독재자'이며 북한에서의 삶은 지옥과 같다고 말했다. 이 사실이 북한에 알려지면서 북한의 비난이 이어졌고, 결국 협상 대표단에서 제외됐다.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볼턴 전 대사는 오는 5월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그는 지난 21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회담에서 '북한이 시간을 벌려고 한다'는 판단이 선다면 아마 회담장을 나올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그는 지난 8일 미국 방송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한은 운반 가능한 핵무기를 손에 넣는 것에만 진지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승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왜 멈추겠냐"며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보다 군사행동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는 볼턴 전 대사의 임명을 두고 <로이터>통신은 "슈퍼 매파"(Super-hawk)가 백악관에 입성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에이에프피>통신은 "최강 매파"(Arch hawk)라고 평가했다.
이에 과연 5월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지를 두고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후임으로 임명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이번에 임명된 볼턴 전 대사 등 대표적인 강경파들이 트럼프 정부 내 외교안보팀으로 진입하면서,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이 대화나 외교보다는 압박이나 군사 행동 등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볼턴 전 대사는 본인이 그동안 썼던 글이나 인터뷰는 "이제 다 지나간 일"이라면서 개인적인 의견보다는 종합적인 상황 판단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이후 폭스뉴스에 출연한 자리에서 북한과 이란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으면서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하는 말이며 내가 그에게 하는 조언"이라고 말했다.
볼턴 전 대사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정직한 중개인"이 되는 것이라면서 "국가안보보좌관은 대통령에게 폭넓은 선택지를 제시해야 하고, 대통령은 보좌관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고 밝혀 향후 민감한 사안을 다룰 때 본인의 주장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23일(한국 시각) 존 볼턴의 임명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강경파냐 아니냐보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과 바로 대화할 수 있는 참모들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이고, 안보 보좌관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뜻을 맞춰야하기에 거기에 충실하게 이 문제를 협의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