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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첫 영수회담서 "개헌도 적폐청산도 그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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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홍준표, 첫 영수회담서 "개헌도 적폐청산도 그만하라" 문재인-홍준표 첫 단독회담, 평행선? 전환점?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13일 오후 청와대 영수회담에서는 주 의제인 남북관계 문제 외에 국내정치 관련 현안들도 언급됐다. 주로 홍 대표가 야당 입장을 전달하고, 문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 없이 듣기만 했다고 홍 대표와 청와대 양측이 전했다.

홍 대표는 이날 영수회담 후 국회로 돌아와 연 기자 간담회에서, 자신이 문 대통령에게 국내정치 현안과 관련해서는 총 5가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개헌 발의 철회 △김기식 금감원장 임명 철회 △정치 보복 중단 △지방선거 중립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해임 등이다.

홍 대표는 현 정국에서 가장 뜨거운 현안이 된 김기식 금감원장 문제에 대해 자신이 "김 원장은 임명을 철회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며 "요청에 대해 (대통령의) 즉답은 없었지만 제가 받은 느낌은 '김 원장은 집에 보내는 게 아닌가' 나는 현장에서 그렇게 느꼈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그 근거에 대해 "(내가) 임명 철회를 하라고 말씀드렸는데, (대통령이) '인사청문회 있을 때 (하는 게) 내정 철회 아니냐'고 하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시더니 '아, 임명 철회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라고 말했다). 그 느낌은 '집에 보내는구나'"였다고 말했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오늘 대화는 남북정상회담 등 외교안보 현안에 집중했고, 홍 대표가 제기한 국내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는 주로 경청했다"고만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홍 대표의 김 원장 사임 촉구에 대해 대통령은 답을 안 하고 경청만 했다"며 "(김 원장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은) 한 마디도 안 했다"고 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홍 대표는 김 원장을 집에 보낼 것으로 느꼈다고 한다'는 기자의 말을 듣고 "그런 말씀을 했느냐?"며 되묻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오늘 영수회담이 전격 추진된 것이 김 원장 관련 사태로 야당 설득 필요성이 높아져서 아니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전혀 관련이 없는 것 같다"며 "이 현안을 가지고 서로 오간 말씀이 없었지 않느냐. 대통령은 경청만 했고. (정상회담 관련)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있으니, (그것이) 더 확대된 측면에서 홍 대표를 만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1시간 20분 회담 동안 김 원장 문제를 논의한 부분은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라는 기자 질문에 "1분"이라고 답했다.

개헌, 적폐청산, 경제정책…洪 주장은?


개헌 등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대화의 구도는 비슷했다고 한다. 홍 대표는 "대통령의 개헌 발의를 철회해 달라"며 "헌법은 제(諸)정치세력 간 타협의 산물이다. 대통령의 일방적 발의로 개헌 절차가 시작되는 것은 우리 헌정사에서 대부분 독재 정권(에서)였다. 개헌 발의를 철회해 주면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서 연내 개헌을 하도록 하겠다"고 자신이 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홍 대표가) 개헌안 전체를 철회해 달라고 했다"며 "국민투표법까지는 얘기를 안 했고, 개헌 내용에 대한 토론도 안 이뤄졌다. 국내 문제에 대해 (홍 대표가) 포괄적으로 말씀을 하고 대통령은 경청했다"고 전했다.

홍 대표는 또 이른바 '정치 보복'론을 다시 제기하면서 문 대통령에게 "MB까지 구속됐으니 이제 그만해 줬으면 한다. 세상에 어느 정권이 대통령 잡아넣고, 수석·비서관·행정관·장관·차관 잡아넣고 이런 식으로 싹쓸이한 정권이 있었느냐. 국민이 납득한다고 보느냐"며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만 보더라도 뇌물 사건인데 추징금이 0원인 사건을 본 일이 있느냐. (박 전 대통령) 나이가 66세인데 24년 살면 90세다. 그럼 죽어서 나오란 말이냐"고 항의성 발언을 했다.

청와대와 홍 대표는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서는 별달리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회담에 배석했던 한국당 강효상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이 부분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 비서실장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이 높다는 이야기나 MB가 구속까지 간 것에 대해 이는 본인의 뜻이 아니며 그래서 "나도 안타깝다"고 하면서도 "우리가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홍 대표는 이어 문 대통령에게 지방선거에서 엄정하게 중립을 지켜 달라고 요구하며 "노무현 대통령 때 선거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아 탄핵 제소된 일이 있다. 지선을 엄중히 중립적으로 관리해 달라. 가능한 한 지방 출장은 삼가시고 선거 관여로 오해받을 일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연한 얘기"라며 "대통령이 선거를 겨냥해 일부러 (출장을) 다니실 계획도, 그럴 생각도 없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탄핵 제소를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특별히 (반응이) 없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홍 대표는 마지막으로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민생이 파탄나고 있다"면서 "이 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해임하는 게 좋겠다. (이는) 민생을 살리고 경제 정책 전환을 가져오기 위해서"라고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역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홍 대표의 요구에 대해 청와대가 수락하는 등 합의가 이뤄진 것은 하나도 없었던 셈이지만, 홍 대표는 "하나도 안 들어줄 거면 왜 불렀겠느냐?"며 "우리 요구가 부당할 때는 안 들어주는 거지만 부당하지 않을 때는 들어주려고 안 부르겠느냐"고 낙관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영수회담에서 안 들어줄 거면 뭐하러 '하자'고 했겠느냐. 그것도 내가 하자는 것도 아니고 저쪽에서 불렀지 않느냐"고 부연했다.

다만 홍 대표는 '문재인 정부 정책이 달라질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답변하기 어렵다"며 "정책이 쉽게 바뀌나? 정책은 그 정권이 데드록(위기·교착)에 처해 빠져나갈 구멍이 없을 때나 바뀐다"고 말하기도 했다.

文의 요구는? 추경, 여야정협의체

거꾸로 문 대통령 역시 홍 대표에게 두 가지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경정(추경) 예산 통과와 여야정협의체 구성에 대해 협조해 달라는 취지의 이야기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회동 마무리 발언에서 "이후에라도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며 "서로 (입장) 차이가 있으면, (예컨대) 청와대에서 하는 상설협의체는 소수정당도 참여하는 것으로 구성하고 정당(국회)에서는 교섭단체로 (제한)하더라도, 여야가 협의체를 상설화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추경 문제에 대해서도 협조 요청을 했고,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추경은 원내대표 사안이기 때문에 내가 왈가왈부할 수 없다. 김성태 원내대표와 의논해 보겠다"고만 답했다. 홍 대표는 기자 간담회에서 이 부분에 대해 "원래 나는 원내 문제는 관여하지 않고, 원내 문제는 김 원내대표가 전권을 쥐고 한다고 답변했는데 (대통령이) 자꾸 말씀하시니, 그래서 '김 원내대표와 의논해 보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한국당 간의 인식 차이에 비해 회담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분위기가 삭막하지 않았다. 홍 대표도 자기 주장을 했고, 대통령도 대통령 주장을 말씀했다"며 "대통령은 반대 의견에 대해서도 직접 듣고, 가장 반대를 많이 한 한국당 대표에게도 우리 생각을 충분히 전달했다. 가장 반대를 많이 한 (정당)대표께 구체적으로 설명을 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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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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