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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적(敵) 아닌 북한'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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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적(敵) 아닌 북한'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이혜정-구갑우 대담] 남북 합작 '평화 공세' 닻 올랐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손을 맞잡았다. 양측 정상은 이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채택,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28일 2018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를 짚어보는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의 사회로, 이혜정 중앙대학교 교수와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패널로 함께했다.

이혜정 중앙대학교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로 나온 판문점 선언에 대해 남북이 한반도와 관련한 사안을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이 종전을 선언한 것에 대해 "한국이 정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것은 중요한 사항이 아니며, 전쟁 여부는 우리가 결정한다는 '당사자주의'를 확실히 못 박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또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라는 말을 공식 선언에 담은 것 역시 중국에 '너희들이 오면 4자로 가고 오지 않으면 3자로 간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남북은 개성에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이건 연락사무소가 굴러가기만 하면 경협도 언제든 재개하겠다는 의미다. 또 철도 연결을 비롯한 교류 사업들도 선언에 명시했다"며 "이를 종합했을 때 이번 선언은 남북이 평화라는 무기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최대 압박을 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남북)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한다, 국제 공조가 바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준비는 해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판문점 선언은) 북한의 평화 공세가 아니라 남북이 평화 공세를 통해 미국과 중국에 최대의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남북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올해 내로 평화협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대목에 대해 비핵화보다 평화협정 체결을 먼저 실행하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는 평화협정을 북핵 문제 해결의 입구로 삼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비핵화와 관련해 일괄 타결을 한 뒤에 남북미든 남북미중이든 평화협정이 올해 체결된다면 순서로 봤을 때 평화협정이 반드시 입구는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북한과 미국이 일괄타결을 이루면 그 이후 순서가 '신고 → 검증 → 폐기'로 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검증, 즉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을 사찰하는 것은 실시할 수 있다. 이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평화협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물론 북한은 평화협정을 먼저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 교수는 "북한은 이미 2015년 10월 17일 외무성 담화에서 선 평화협정 이야기를 언급한 바 있다"며 북한이 평화협정 '입구론'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판문점 선언에서는 평화협정을 비핵화와의 관계보다는 정전협정 65주년과 연관시켰다. 이와 관련 구 교수는 "정전협정 65주년이라는 점이 언급돼있는데, 이는 선 비핵화냐 선 평화협정이냐의 논쟁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평화협정의 지속성과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을 개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교수는 "정상 간 회담을 통해 4개국 모두 평화협정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유도해야 한다. 동북아 차원에서 평화적인 메커니즘이 전개되지 않는 한 한반도 평화는 굉장히 연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좌담회 주요 내용이다.

▲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 앞에서 정상회담 이후 판문점 선언을 공동 발표하고 있는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판문점 공동 취재단

프레시안 : 남북 정상이 11년 만에 만나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기존에 북핵 문제는 북미가 선도해서 남한이 따라가는 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이 앞장서고 미국을 끌어들이는 것 같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이 있었다면?

이혜정 : 선언 제목을 보니까 2000년 6.15 정상회담의 경우 공식 명칭이 '남북 공동 선언'이었고 내용에서 남북 간 통일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2007년 정상회담의 경우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 공식 명칭이었다.

위 두 정상회담의 공통점은 선언의 제목에 '한반도'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반도라는 단어가 명시됐다. 주어가 '남북'이었는데 '한반도'로 옮겨간 것이다. 남북 간 합의에서 한반도를 합의서의 제목에 띄운 건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외에 전례를 찾기 어렵다.

또 이번 선언의 서문에는 "양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하였다"라고 명시돼있다. 이건 일종의 '한반도 운명공동체 선언'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판문점 선언의 영문판에는 '우리 겨레'가 'Korean People'이라고 적혀있는데 남북의 정권 문제가 아니라 모든 겨레가 전쟁이 없는 한반도를 꿈꾸며 평화와 번영‧통일을 염원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1항의 첫 번째 조항에서는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으며"라고 말했다. 이건 7.4 남북 공동성명에서도 맨 처음에 나왔던 이야기인데, 그 때의 자주가 통일과 관련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전쟁과 평화의 문제를 비롯해 한반도의 진로를 남북이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선언에 통일과 관련한 내용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제목을 보더라도 이번 선언은 통일보다는 평화와 번영이 앞서있기도 하다.

이번 선언의 평화협정 부분도 주도적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라고 말했는데 이건 한국이 정전협정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중요한 사항이 아니며, 전쟁 여부는 우리가 결정한다는 '당사자주의'를 확실히 못 박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3자, 4자를 언급한 것 역시 중국에 너희들이 오면 4자로 가고 오지 않으면 3자로 간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남북은 개성에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이건 연락사무소가 굴러가기만 하면 경협도 언제든 재개하겠다는 의미다. 또 철도 연결을 비롯한 교류 사업들도 선언에 명시했다. 이를 종합했을 때 이번 선언은 남북이 평화라는 무기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최대 압박을 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한다, 국제 공조가 바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준비는 해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평화 공세가 아니라 남북이 평화 공세를 통해 미국과 중국에 최대의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갑우 : 선언의 제목만 보면 '통일'을 뽑았다는 것이 인상 깊고 노무현 정부가 하고자 했던 이른바 '평화 번영 정책'과도 유사해 보인다. 여기에 핵 문제가 개입되면서 '노무현 정부 2.0'과 같은 느낌이 든다.

또 선언 첫 문장이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은"이라고 돼 있다. 지금까지 남북 정상 간 합의문에서 양쪽의 정식 국가 명칭과 정상 이름은 맨 마지막 서명 부분에만 나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런 대목이 남북이 '두 국가 관계'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즉 예전에는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한 관계'라는 점을 강조한 것과 차이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특수관계 요소가 강하다. 즉 앞에는 두 국가 이야기를 하지만 전반적인 내용은 특수관계적 내용을 담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 남북관계 발전 등 세 가지 주요 의제 가운데 남북 관계가 전면에 등장하고, 그 다음에 남북간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와 군축 등 군사 문제를, 그리고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를 묶어서 맨 마지막에 배치했다. 당초 정부는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남북관계 발전의 순서로 의제를 제시했는데 이와는 반대가 됐다. 이는 남북이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문제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즉 북한이 원하는 것과 남한이 원하는 것이 일치할 수 없는 조건 하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 불가 및 평화 구축이라는 문제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그 경로에 대한 생각이 남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걸 조정하는 과정에서 남북관계가 전면에 등장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북한이 핵 문제와 관련한 남한의 발언권을 인정했다는 점도 놀라운 대목이다.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가기 전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는 공개 질문장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중단 용의가 있냐고 물었다. 또 그 때 핵 문제는 남북대화의 의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런 입장을 밝혔던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명시했다. 이건 핵 문제에 대한 남한의 발언권을 인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 엄청난 변화다.

이혜정 : 가장 극단에 있는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북한에 핵을 내놓으라고 한다. 북한이 핵을 내놓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면서, 이번 회담이 지난 2005년 9.19 공동성명보다 후퇴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원래 북한은 남북 간에는 핵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남북 간 핵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건 큰 변화다.

▲ 이혜정 중앙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이재호)

또 보수측 인사들은 북핵의 조속한 폐기를 주장하고 있는데, 실제 북한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북핵의 일방적 폐기를 약속한 적이 없다. 1994년 제네바 합의의 경우 북한이 플루토늄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핵 사찰은 경수로가 다 완성돼서 핵심 부품이 들어갈 때 받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기간 동안 중유가 들어가지 않았고 9.11 테러가 나면서 합의가 깨졌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북한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절이 있긴 하다. 이 합의에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내용을 추진한다는 구절이 하나 있다.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완벽한 비핵화 선언이다. 따라서 그 문구의 정신에 따라 북한이 미국을 속였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네바 합의의 실제 내용은 북한의 전력 사정을 인정해준 것이고 경수로를 지어주겠다고 약속한 부분이다. 건설하는 기간 동안 북한의 전력수요에 맞춰 중유를 제공하고 미국과 관계정상화 해주겠다고 했는데 이걸 미국이 다 안한 것이다.

제네바합의 뿐만 아니라 6자회담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이야기하면서 단 한 번도 북핵에 대한 일방적 폐기를 합의한 바가 없다. 그런데 최근에는 북핵의 일방적 폐기를 이야기하면서 그게 없으면 실패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구갑우 : 이번 선언은 남북 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10.4 공동선언이 섞여 있는 것 같다. 현재 국면도 지난 1991년과 비슷하다.

1991년 9월 당시 아버지 부시 미국 행정부는 남한에서 전술핵을 빼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이후 10월에 실제로 한미가 전술핵 철수에 합의했다. 그리고 12윌 13일 남북기본합의서가, 12월 31일에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채택됐다. 그리고 이 와중에 북한은 12월 28일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한다. 비핵화 문제에 북한판 개혁‧개방 선언까지 묶여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2018년 4월 20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중지하겠다면서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가 경제 건설이라면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이는 불가능하다. 이런 조건 하에서 남북이 만났을 때 북한 입장에서는 대북제재를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싶어 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4월 20일 전원회의가 일종의 내부적 전환점이라고 한다면,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정상선언에서는 남북교류 부분이 앞부분에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 것 아닌가 싶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3월 말 중국을 방문했던 이유도 이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물론 이를 '북한판 균형외교'의 실시로 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대북제재의 실질적 행위자가 중국인 상황이고 빠른 시일 내에 제재가 해제되기는 어려운 조건이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북한은 방중을 통해 사실상의 대북제재 해제를 의도한 것이었다고 보인다.

북한은 이번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중국식 개혁개방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경제에 올인 하겠다는 의지를 당 차원에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1979년 미국과 수교하고 1980년에 국제통화기금(IMF) 가입을 통해 세계 경제에 참여했고 경제적인 지원을 받았다. 이게 중국이 갔던 개혁 개방의 길인데 북한이 이제 자신들이 그 길을 가겠다고 3월 말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걸 위해서는 북미 수교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IMF에 가입할 수 있고, 그래야 경제건설에 필요한 자본과 기술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제 정상적 국제 경제에 참여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 같다. 지난해 12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NBC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은 한미 연합훈련의 연기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 것이 결정적인 분기점이 된 것 같다. 즉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하면서 평화의 길이 열린 것이다. 이후 북한은 12월 23일 평양에 강남 경제 개발 지구를 지정했다. 이것이 북한의 노선 전환을 확실히 보여주는 증거라는 해석도 있다.

프레시안 : 지금까지 남북관계라는 게 한쪽이 무릎을 꿇든가, 아니면 망하든가 둘 중 하나였다. 즉 상대방이 우리의 체제를 따르든가, 아니면 사라지라는 것이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도도 이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선언을 통해 적어도 남북간에는 '너희는 너희 식대로 살고 우리는 우리 식대로 살자, 대신 전쟁을 하지는 말자'라는 합의를 했다고도 볼 수 있나?

구갑우 :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이지만 통일을 지향할 수도 있는, 이게 문재인 대통령의 '따로 살든, 같이 살든'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디테일적인 측면에서는 따로 사는 것보다는 같이 살자는 의도가 담긴 측면도 있다. 개성에 설치하기로 한 남북 공동 연락 사무소가 대표적인 사례다.

▲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이재호)
이게 국가연합은 아니지만 국가연합적 거버넌스를 시작할 수 있는 씨앗 같은 걸로 평가받고 있다. 국가연합적 거버넌스가 무엇이냐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하지만 서로 주권을 인정하면서도 일종의 공동관리기구를 만드는 셈이다.

영어 표현을 보면 '연방 통치'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영문판에는 'a joint liaison office with resident representatives of both sides', 즉 '양쪽의 대표들이 상주하는 공동연락사무소'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게 남북 간 '평화공존 제도화'의 상징이 될 수도 있다. 이 사무소가 잘 운영되고 남북관계가 발전하면 남북이 양측에 상호 연락사무소를 둘 수도 있다.

이 사무소에 어느 급의 대표를 보낼 것이냐도 중요하다. 국장이나 과장이 아니라 차관급이 소장으로 부임한다고 하면 상당히 의미가 커지는 것이다.

하나 더 주목되는 것은 이 사무소를 개성에 만들겠다고 한 점이다. 판문점도 아니고. 개성은 남북 경협의 상징적인 지역이다. 그렇다면 개성에 이것만 놔두게 될까?

이혜정 : 그러니까 남북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은 '평화 압박 외교'다. 개성공단이 폐쇄됐고 경제 교류는 다 막혀있는데 이걸 하겠다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으면서 사무소를 가져다 놓는 식이다. 미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에 대해 남북이 평화공존 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이다.

구갑우 : 그리고 남북이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군축은 사실 북한의 의제였는데 한국도 이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제, 킬 체인 등이 전부 문제시될 수 있다. 즉 이런 것들이 계속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또 이 문제는 확대해석하면 군축의 비용이 복지로 전이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복지국가 문제를 의제화시키지 못하고 있는데, 군축을 통해 복지를 만드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올해 안으로 평화협정 전환, 가능할까?

프레시안 :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은 올해 안에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비핵화는 그 시한이 제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보수 측 인사들은 북한에 놀아난 것이라고 비판한다. 비핵화가 완료된 시점에 평화협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올해 안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이혜정 : 평화협정 입구론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북핵 문제 해결 과정의 출발점에서 평화협정을 맺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핵화의 검증 작업이 매우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1980년 말에서 1990년대 초에 걸쳐 남아공은 비밀리에 비핵화를 했다. 흑인 정권의 탄생을 우려한 미국이 압력을 넣은 결과였다. 당시 남아공 정부는 미국 및 사찰기구에 전폭 협력했음에도 불구하고 2년 반이 걸렸다고 한다. 상호 불신이 심한 북미 간의 비핵화 작업은 더 오래 걸리지 않을까.

이건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국무장관이 했던 이야기와도 비슷하다. 그는 지난 12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이 '종잇조각'(평화협정) 이상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같은 입장을 보이는 핵심은 미국이 자신들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실질적으로 폐기하라는 것이다. 평화협정만으로는 평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완전한 비핵화는 입구가 아니라 출구에 이뤄질 수밖에 없다.

구갑우 :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비핵화와 관련해 일괄 타결을 한 뒤에 남북미든 남북미중이든 평화협정이 올해 체결된다면 순서로 봤을 때 평화협정이 반드시 입구는 아닐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실제로 비핵화 실행 단계는 평화협정 뒤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북한과 미국이 일괄타결을 이루면 그 이후 순서가 '신고 → 검증 → 폐기'로 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검증, 즉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을 사찰하는 것은 실시할 수 있다. 이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평화협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

또 북한은 이미 2015년 10월 17일 외무성 담화에서 선 평화협정 이야기를 언급한 바 있다. 한반도에서 평화를 보장하는 방법은 두 가지 뿐이라면서, 자신들의 핵 억제력을 강화하거나 아니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북한은 양자 및 다자구도에서 비핵화를 선행하거나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동시에 협상했던 경험이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제대로 합의가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즉 선 비핵화도, 동시 비핵화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 선언은 절충에 가깝다. 정전협정 65주년이라는 점이 판문점 선언에 언급돼있는데, 이것은 선 비핵화냐 선 평화협정이냐의 논쟁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뒤 포옹하고 있다. ⓒ판문점 공동 취재단

프레시안 : 평화협정이 먼저 이뤄져야 비핵화를 하겠다는 주장이 미국 사회에서 통할 수 있을까?

구갑우 : 북미가 일괄타결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이 도출되는 그 기간 내에 북한의 비핵화 실행 조치가 어느 정도 나온다면 가능할 수 있다.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 중에 검증(Verifiable)과 불가역적(Irreversible)인 부분은 남한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아니다. 일단 검증의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IAEA 사찰단이 들어가든 아니면 다른 방식의 검증을 하든 해야 한다. 또 불가역적인 조치 역시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정치‧군사적‧경제적 조건을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역시 미국에 공을 넘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비핵화와 체제 안전을 교환하는 방식은 지난 3월 김정은 위원장이 남한의 대북 특사단에게도 이야기했던 내용이다. 이번 선언의 영문판에는 핵 없는 한반도를 'a nuclear-free Korean Peninsula'라고 표현했는데, 북한이 1980년에는 공식적으로 '비핵지대화'를 이야기했다. 그 뒤에 북한도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말을 쓰고 있다. 2016년 7월 북한 정부 대변인 성명에서는 비핵화가 김일성-김정일 유훈이고 김정은의 의지라면서 핵 사용권을 쥐고 있는 주한미군의 철수를 선포하라고 주장했다.

결국 북한이 비핵화와 교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가 문제인데,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는 조건 하에 핵 관련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문제가 의제가 될 수 있다. 전략 핵무기의 한반도 전개, 참수작전, 강습작전은 최소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일 것이다. 그랬을 때 미국이 이를 받아줄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다.

물론 주한미군 주둔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평화협정 체결된 상태에서 주한미군과 한미 동맹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 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에서는 북한을 명명하지 않고 위협이 해소되면 태평양 동맹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면 이 때 존재하는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안정자나 동북아 평화유지군같은 성격을 띠게 되는데 그건 현실 국제정치에서 상대방에게 견제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프레시안 : 남북미가 중국을 봉쇄할 수 있다는 뜻인가?

구갑우 : 자칫하면 그럴 수 있다. 그래서 평화협정은 4자회담으로 가야 한다. 북한은 1958년 중국군이 철수했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야기하는 데 있어 중국은 당사자가 아니라면서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지난 3월 말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에 가면서 중국의 당사자 지위를 복원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과 관계가 아무리 안 좋더라도 경제 문제를 생각한다면 중국과 잘 지낼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제재 주체인 중국이 유엔 결의안을 명시적으로 위반하지는 않겠지만 대북 제재를 느슨하게 해주면 북한 입장에서는 사실상의 대북제재 해제 효과를 얻는 셈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그런데 주한미군이나 한미동맹의 성격을 바꾼다고 하면 보수층이나 국민들이 평화협정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구갑우 : 핵 관련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 정도로 범위가 좁혀져 있는 상황이다. 주한미군 철수 자체를 아예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물론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이제는 북한을 상대로 하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미국이 이러한 조건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혜정 : 북한은 비핵화를 의제로 올릴 수 있고 핵을 가지지 않을 수 있는데, 대신 군사적인 위협을 해소하고 체제의 안정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에 대해 한미 양국의 가장 보수적인 인사들은 북한은 체제 성격 상 남한 혁명화와 군사적 도발을 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전쟁이 없으면, 즉 외부의 적이 없으면 유지되지 않는 국가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북한의 말을 믿지 않고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 이혜정 중앙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이재호)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남북간 대립의 역사를 끝내겠다는 선언을 그대로 이행한다면 보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이 정말 비핵화를 실행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이 적이 아닌 한반도'를 보수는 상상할 수 있을까?

어제 두 정상이 설명할 때 문 대통령이 "남북이 적대관계를 해소한다는 것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합의"라고 했는데 이 말 그대로인 것 같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을 적대시하는 체제에 맞게 모든 시스템이 굴러가고 있다. 남북이 적대한다는 시스템에 맞춰서 미국의 한미 동맹도 있고 일본도 그걸로 먹고 살고 있다.

노무현 때 냉전체제 해체를 주로 말했지만 지금은 비핵화에 이걸 다 집어넣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북한이 남한과 화해하고 비핵화고 뭐고 다 한다면? 그건 냉전 및 분단체제 해체다.

남북의 화해는 주한미군의 존재 근거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남한에 적대적인 북한의 군사력으로부터 남한을 지키는 것이 주한미군의 1차적 임무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비핵화하면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MD) 계획도 일정하게 존재 근거가 사라진다. 애당초 미국이 MD를 시작한 명분이 19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실험이었기 때문이다.

남북 화해로 주한미군의 존재 근거가 사라지고 북한 비핵화로 MD의 명분이 약화된다면 이는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정치적 영향력이 약화됨을 의미한다. 대중국 봉쇄의 명분도 사라진다. 즉 남북 화해 및 비핵화의 국제정치적 파장이 엄청날 것이란 얘기다.

프레시안 :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내 주류 언론과 제도권 지식인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협상을 비판하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인가?

이혜정 : 그렇다. 이들은 트럼프의 어설픈 대북 협상으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살아남는 한편 한미동맹의 약화, 즉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해체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우선 이들은 북한을 전혀 믿지 않는다.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한이 미국을 속여 왔다고 생각한다. 1994년 제네바합의나 2005년 9.19공동성명, 2007년 2.13합의, 2012년 2.29합의 등이 깨진 것은 전적으로 북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3월 23일 <워싱턴포스트>의 리처드 코언 논설위원은 "핵무기 없는 북한은 석유 없는 사우디와 같다"면서 북한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칼럼의 제목은 "트럼프, 정상회담에서 실패할 것"이었다.

그 정도로 대북 불신이 강하다. 또한 트럼프에 대한 혐오와 불신도 강하다. 믿을 수 없는 지도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대외전략을 망쳐 놓고 있다는 게 미국 주류 언론, 지식인들의 판단인 것 같다.

게다가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의 두 지도자가 감동적 평화외교를 전 세계에 선보이면서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온 '최대의 압박'이 이미 이완되고 있으며 군사적 압박도 어렵게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세계인들이 남북의 화해 무드를 목격한 마당에 군사적 카드를 꺼내기가 쉽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북미 협상은 트럼프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이들 주류 언론이나 제도권 지식인의 비판이 협상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협상 이후 이행 과정에서는 상당한 비판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프레시안 : 지난 20일 북은 경제 건설 집중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는 자력으로는 불가능하다. 경제 건설에 필요한 자본과 기술 조달을 위해 국제 경제에 진입해야만 한다. 그런데 현재 북은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국제 경제 참여는커녕 정상적 경제활동도 불가능한 상태다. 북미 수교와 북에 대한 경제제재 해소 및 세계시장 참여의 선후관계는 어떻게 진행될까?

이혜정 : 일단 지금은 안보 대 안보의 교환으로 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북한이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과 비슷하게 가고 있다고 하면, 일단 내부에서 제기될 수 있는 정치적인 문제는 20일 노동당 전원회의로 끝낸 것 같다. 이제는 북미 수교가 이뤄져야 하고 그 다음에는 국제기구에 가입해야 한다. 여기에는 비핵화에 대한 일정한 진전이 있어야 한다.

북한으로써도 이번에 통 큰 전략적 결단을 했다면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 지금 상태에서 경제 제재나 국제기구에 가입하는 문제까지 이야기할지는 의문이다. 평화협정이든 북미수교든 최소한의 군사적인 위협 해소부터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되면 일정한 로드맵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

구갑우 : 중국과 비슷한 길을 걸었던 베트남의 경우 IMF에 먼저 가입하고 이후 '도이모이'라는 개혁개방정책을 선언했다. 그 후 미국과 수교했다.

상황이 구체화되면 북한에 대량의 자본이 투입되는 문제가 나올 텐데 AIIB(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과 ADB(아시아 개발은행) 등의 역할이 필요하다. 사실 북한과 남북 경협에서 한국이 모든 자본을 투자하는 형태가 적절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만약 개성공단에 다국적 자본이 들어갔다면 남북 어디도 이런 방식으로 문을 닫지는 못했을 것이다.

지금 그 씨앗이 태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AIIB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면서 철도 이야기를 슬며시 꺼내 놓았다. 우리는 AIIB와 ADB 모두에 일정한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지향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혜정 : 국제사회가 보증해야 비가역적으로 갈 수 있다. 이런 큰 그림을 가지고 있어야 북한에도 비핵화에 대한 성의와 실체적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또 미국에 대해서도 북한의 전략적 결단이 크고 미래의 생존을 걸고 모험을 하는 것이니 이번에는 믿어달라고 설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구갑우 : 이러한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이야기했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중요한 합의'가 될 수 있다. 정치군사적 질서를 넘어서 정치경제를 포괄할 수 있다면 실제로 북한에 대한 체제 안전 보장도 가능할 것이다.

▲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이재호)

프레시안 :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비핵화는 가능할까?

이혜정 : 비핵화 문제를 기술적인 측면으로만 보면 이란과 많이 비교한다. 버락 오바마 전 믹국 행정부가 북한을 거의 방치한 반면, 이란은 핵 개발의 초기 단계인데 굉장히 장기적인 협상을 했다. 비핵화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미국 외교의 목표라면 이건 말이 안 되는 행태다.

당시 이란 핵 협상은 협상에만 20개월이 걸렸고 핵 물질을 외부로 빼내는데 최소 6개월 정도가 걸렸다고 한다. 북한에 지금 핵탄두가 최소 20기 있다고 하는데 이걸 다 신고하고 사찰단이 들어와서 다 찾아서 빼내는 것만 해도 2년은 넘게 걸릴 것 같다.

이를 액면 그대로 보면 비핵화의 기술적인 측면만 보더라도 최소 2년이 걸린다고 하니까 협상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결국 창의적인 대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미국과 만난 문재인 대통령, 중국도 만나야

프레시안 : 한중일 정상회담이 5월 초에 열린다. 이 자리도 북핵 국면에서 중요한 기점이 될 것 같은데?

구갑우 :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당사자 문제를 다시 한 번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은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이라고 국가를 아예 박아 버렸다(2007년 10.4 정상회담에서는 3자 또는 4자라고 표기). 그런데 5월 회담에는 시진핑 주석이 아니라 리커창 총리가 참석한다.

그래서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할 필요가 있다.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과 당사자 문제를 확실히 이야기해야 한다.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협정에 참가하라고 설득해야 한다. 만약 남북미 3자로 진행해서 중국을 견제하면 굉장히 피곤해진다. 중국이 소외될 경우 동아시아 평화와 안정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미중 4개국이 각각 양자 정상회담을 가져야 한다. 지금 한중 정상회담과 함께 또 미중 정상회담도 계획이 없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하고 그 뒤에 미중 정상회담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렇게 정상 간 회담을 통해 4개국 모두 평화협정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유도해야 한다. 동북아 차원에서 평화적인 메커니즘이 전개되지 않는 한 한반도 평화는 굉장히 연약할 수밖에 없다.

이혜정 : 일종의 복합 거버넌스인데 한반도 운명공동체로는 한반도의 운명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공동안보든 다자안보든 안보와 경제가 같이 가는 정치경제적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은 무조건 들어와야 한다.

정상선언에는 남북이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맨 앞으로 올라왔지만, 사실 한반도의 운명을 정말 남북이 자주적으로 가져가려면 구체적인 보장이 필요하다. 따라서 자주를 위해서도 자주만으로는 일이 성사될 수 없다. 4자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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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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