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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기고글 전문] '주한미군 철수' 음모론이 대체 어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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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문정인 기고글 전문] '주한미군 철수' 음모론이 대체 어딨지? 문정인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 읽어보니…
다음은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의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을 번역한 것이다(☞원문 보기). 글의 요지는 한반도에 획기적인 지형 변화를 몰고 온 4.27 판문점 선언을 미국 등 영어권 국가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놓은 일종의 해설서에 가깝다.

글의 말미에 비핵화의 방법론을 둘러싼 북미간의 입장 차이, 남한 내부의 갈등 등을 예상 가능한 장애 요소로 언급했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일부 문구를 떼어내 기사에 인용한 후 "문정인 '평화협정땐 미군 주둔 어렵다'"는 제목으로 신문 1면에 배치하자,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이 이를 꼬투리잡아 마치 문 특보가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한 것처럼 정치 공세를 벌이고 있다.

급기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판문점 선언에 명시한 '각기의 책임과 역할'은 결국 '주한미군 철수'와 '미국의 핵우산 제거'는 아닌지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주장을 했다. 판문점 선언이 주한미군 철수의 사전 포석이라는 식인데, 사실 관계도 맞지 않는 저열한 언론 플레이다.

'음모론'을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 편집자.


▲문정인 특보 ⓒ프레시안 자료사진

원제 : 진정한 한반도 평화의 길 - 문재인·김정은 정상회담의 진전과 약속
(A Real Path to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 The Progress and Promise of the Moon-Kim Summit)

비무장지대(DMZ) 내의 시설로, 오랫동안 분단과 전쟁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에서의 12시간은 예상치 못한 평화의 기적을 낳았다. 남북한의 지도자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에서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했다. 북한의 군사 도발과 핵무장력 증대, 지난해 한국민들을 떨게 했던 극심한 위기감을 고려하면, 이런 반전은 초현실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남북한 간의 정상회담 3회(2000년, 2007년, 2018년)에 모두 참여한 나는 이번 회담이 진정한 진전에 해당하며 항구적 평화의 초석을 놓았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들의 논평(commentary)은 아직 남아 있는 어려움에 더 집중되고 있고, 이 역시 고려할 만한 것이지만, 이들은 지난주 (4.27) 정상회담이 얼마만큼의 성취를 이뤘는지를 간과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높은 수준의 약속을 막 이뤄냈다. 그들은 그 약속을 시행하기 위한 구체적 시간표도 제시했고, (남북 간) 협력을 보장하고 충돌을 방지하는 데 즉각적 효과를 가져올 실체적(concrete) 조치도 취했다. 이 제안들은, 남아 있는 모든 도전 요인(challenge)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를 포함한 포괄적 평화협정이 몇 달 내는 아닐지라도 몇 년 내(in a couple of years)에는 달성 가능하리라는 희망을 제시했다.

한국전쟁의 종전(ENDING THE KOREAN WAR)

정상회담의 명확한 성과들은 의미가 크다. 판문점 선언은 남북관계를 성공적으로 정상화했고, 두 정상은 "고위급 회담을 비롯한 각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빠른 시일안에 개최해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문제들을 실천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하였다"는 데 합의했다. 그들은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그들은 또한 '오는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친척 상봉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2007년 10.4 정상선언에서 합의된 대로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

남북정상회담은 또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데 분수령이 될 중대한 합의를 이뤘다. 양 정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고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그들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로 했다. 그들은 또 '군사적 보장 대책'를 취하기로 약속했고, 여기에는 공동 군사 위원회(joint military committee)를 출범시켜 협력·교류·접촉을 보장하고 '국방부 장관 회담을 비롯한 군사 당국자 회담을 자주 개최'하기로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판문점 선언에는 또한 한국전쟁 중단 후 60여 년 동안 지속된 현재의 정전 상태(armistice)를 끝내고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적극 협력'한다는 역사적 공동 선언도 포함됐다. 이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두 정상은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서로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하기로 했고,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올해 중에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전쟁에 종언을 고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한다는 선언을 최종 목표로 한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도, 남북한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

새로운 장이 열리다(BREAKING GROUND)

남북정상회담이 가지는 중대한 의미는, 이런 합의사항들이 가지는 현실적 중요성 그 이상이다. 남북 간의 지난 합의와 선언들에는 이런 대담한 목표(비핵화)가 포함된 적이 없었다. 두 정상은 오랜 간극을 좁힐 수 있었다. 과거 남측은 "경제 우선"의 논리를 기초로 한 기능주의적 접근을 대체로 선호해온 반면, 북측은 "정치-군사 의제 우선"을 주장해왔다. 판문점 선언은 군사-정치 이슈를 우위에 두고 (제반 합의가) 이에 집중되도록 한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이었다.

'완전한 비핵화'를 협정문에 명시해 채택한 것도 신기원에 가까울 만큼 획기적이었다. 과거에 북한은 핵 이슈를 남북대화의 의제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를 반대했다. (핵 문제는) 오로지 북한과 미국 간에만 다뤄질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북한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는, 김 위원장이 명문(明文) 합의를 했고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완전한 비핵화' 합의를 공개적으로 보도했다.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자신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면서, 여전히 사용 가능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5월 중으로 폐쇄하고,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들을 초청해 이 과정을 지켜보고 검증하게 하겠다고까지 했다.

김 위원장은 회담 전반의 과정에서 실용적이고 현실적 태도를 보였다. 그는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한미동맹 성격(재규정) 문제를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우리와 대화해 보면 내가 남쪽이나 태평양상으로 핵을 쏘거나 미국을 겨냥해서 그럴 사람이 아니란 걸 (미국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또 자신이 미국 정부에 원하는 것은 자주 만나 대화하고 신뢰를 쌓는 것이며 (이를 통한) 한국전쟁의 공식 종전과 불가침 조약이라고 문 대통령에게 확인하면서, 이런 조건이 만족된다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덧붙였다. 이는 김정은이 비핵화를 종전·평화체제 협정과 연계하는 이유다. 최종 선언(판문점 선언)에 나와 있듯이, 종전 및 평화체제 전환 과정이 진행된다면 북한은 비핵화 노력을 가속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거의 남북 간 합의에서 있었던 실수를 거울삼아, 양 정상은 정밀하고 구체적인 합의의 이행을 다짐했다. 고위급 대화와 장성급 군사 회담 일정을 5월로 명시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8.15'에,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가을'로 못박는 등 주요 회담과 일정의 날짜를 선언문에 특정한 것이다.

앞으로의 험난한 길(ROCKY ROAD AHEAD)

이같은 성공을 가능하게 한 것은 무엇일까? 첫째, 남북정상회담은 김정은이 대화 참여(engage)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김정은이 회담을 촉발시켰고 설계했다. 짐작건대 김정은이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한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양보가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핵무기를 대가로 치르더라도 경제 발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부분적 이유는 문 대통령을 트럼프 행정부에 접근하는 연락선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또다른 중요한 요인은 문 대통령의 진실함과 개방적 태도, 북미 사이의 정직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하려는 의지였다. 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서울을 찾은 북한 특사단에게 이같은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었다. 한국 정부는 또한 여러 비공개적 경로로 북한 관계자들을 설득하려 노력해 왔다. 마지막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과 맞물려 시기적절하게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접근이 있었던 것이 두 지도자를 한 자리에 모이게 했다.

하지만 많은 관측자들이 적절히 지적하듯, 앞으로의 길은 험난하다. 판문점 선언이 얼마나 포괄적이든, 오래 지속돼온 한반도에서의 갈등을 항구적 평화로 전환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군사적 긴장 축소, 신뢰 구축, 군축 합의는 도전적이고 시간이 필요한(time-consuming) 과제들이며, 특히나 앙숙지간(archrivals)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

북한 비핵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남북한과 미국은 공히 '비핵화'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해체(CVID)'로 이해하고 있지만, 접근 순서(sequencing)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입장은 "CVID 먼저, 보상은 나중에"인 반면, 북한은 단계적(또는 점증적. incremental)이고 동시이행적(synchronized)으로 비핵화와 그 보상을 교환하기를 원한다. 한국은 절충적 해법을 지지한다. (한국의 입장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약속과 행동을 내놓으면, 그에 이어 (판문점) 선언의 단계적(스텝-바이-스텝) 이행, 핵사찰, 검증 가능한 핵시설 해체가 압축적인 시간표 안에서 뒤따라야(be followed) 한다는 것이다.

핵심적인(critical) 질문은, 과연 김정은이 진정으로 그의 핵시설과 핵물질, 핵폭탄을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 방법으로 제거할 의지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회의론자들은 김정은이 '살라미 전술'을 쓸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정은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그 단계에 해당하는 행동을 취할 때마다 미국에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리라는 것이다. 사실 과거에 북한은 자신들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이득을 얻어냈었다. 북한 내부의 불확실성은 이런 회의론을 강화한다. 북한 군부가 김정은의 무자비한 통치 방식에 얼마나 고분고분해졌든 간에, 북한 군부로서는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합의를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물론 한국 정부도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접근은 받아들일 수 없다. 만약 북한이 단계적 해법을 고집한다면 전체 협상이 파탄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한반도는 또다른 위기 국면을 맞을 것이고 군사력 사용 가능성, 심지어 전면전 가능성마저 제기될 것이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이런 위험성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북한에 명확한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의 지도자는 비핵화로 인해 얻을 것은 많고 핵을 통한 길은 지극히 고통스럽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에, 북한이 고질적 수법(old practice)으로 회귀할 것 같지는 않다.

판문점 선언에서 북한으로부터 "완전한 비핵화"라는 분명한 약속을 받아내면서, 한국은 5월말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의 사전 준비작업을 마쳤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의 세부 사항들을 합의하기 위해 김정은과 맞상대해야 한다. 이 협상에서는 미국 정부가 선호하는 포괄적 '원샷 딜'과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접근 사이에서 타협이 요구될 것이다. 북한을 앞으로 나오게 하려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다루는 더 현실적이고 유연하고 창조적인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역시 국내적 제약들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만약 평화협정이 조인된다면, 주한미군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 협정이 체결된 이후에는 주한미군의 계속적 주둔이 정당화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보수 야당은 주한미군의 감축·철수를 강하게 반대할 것이고, 이는 문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딜레마가 될 것이다. 또한 문 대통령은 정권교체 이후에도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보장할 수 있도록 선언의 국회 비준을 원하고 있지만, 보수 야당은 비준에 반대하며 이행을 지연시키려 할 것이다.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는 대선 이전부터 오랫동안 문 대통령의 목표였다. 판문점 정상회담은 그의 꿈을 실현할 새로운 역사적 기회를 열었지만, 평화의 새 역사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앞길에 놓은 장애물들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고 있고, 신중하고 참을성 있는 자세로 그의 오랜 목표에 접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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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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