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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르크'의 재림? 그건 '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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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다르크'의 재림? 그건 '미망' [김종배의 it] 박근혜, 조기등판이란 '독배'를 어찌할까
홍준표 대표는 오래 가지 못한다. 어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았다고는 하나 그는 어차피 시한부, 내년 예산안 처리를 끝내면 그의 수명은 다 한다. 그럼 그 다음엔? 박근혜 의원의 조기등판이다. 그가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전면에서 당을 추스를 것이다.

일반적인 분석이 이렇다. 정치권이든 언론이든 대개가 이렇게 전망한다. 뒷받침하는 소식도 들려온다. 조기등판을 꺼리던 박근혜 의원이 태도를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그렇다 치자. 내년 1월쯤에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 간판으로 재등장한다고 치자. 그럼 잘 될까? 박근혜 의원은 2004년 탄핵 역풍 때의 '박다르크'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까? 한나라당은 신장개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 박근혜 의원. ⓒ프레시안(손문상)

박근혜 의원이 좋든 싫든 무조건 꺼내들 수밖에 없는 카드는 두 개다. 하나는 정책, 다른 하나는 공천이다.

박근혜 의원이 이미 밝힌 바 있다. 당 쇄신 논란이 나왔을 때 정책 변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옆사람이 말려도 하고 또 할 박근혜 의원이다. 한데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태생적 한계와 환경의 제약이 그의 앞길을 교란할 수 있다.

한국판 버핏세 도입 논란이 불거졌을 때 박근혜 의원이 제동을 걸었다. 소득세 과표구간을 신설해 고소득자에게 더 높은 세율을 매기는 것을 반대하면서 자본이득세 신설이 어떻느냐고 제시했다. 거리가 있는 대안이었다. 민심은 종합소득이든 자본이득이든 더 많이 버는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명목 가리지 않고 걷어야 한다고 보는데 박근혜 의원은 감질 나는 정책을 내놨다. 태생이 보수인 그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정부가 어제 부동산 대책이란 걸 내놨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책이었다. 그러자 당장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한국판 버핏세 도입을 검토하는 마당에 가진 자들에게 세금 혜택을 주는 게 말이 되느냐는 불만이었다. 박근혜 의원을 에워싸고 있는 정부는 이렇게 엇박자를 놓고 있다. 주변환경이 박근혜 의원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공천을 통한 물갈이도 그리 쉽지 않다. 박근혜 의원의 과거와 식구들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누가 봐도 물갈이 최우선 지역은 수도권이다. 반이명박·반한나라당 정서가 가장 극심한 곳이기에, 웬만한 인물 내세워봤자 명함 내밀기도 어려운 지역이기에 정수기로 걸러낸 물을 뿌려도 될까 말까하다. 한데 문제가 있다. 수도권 지역은 친이세력, 반박세력의 본거지다. 그동안 박근혜 의원과 각을 세워온 집단이 웅거하는 곳, 여차하면 앞으로도 박근혜 의원과 각을 세울 집단이 모여있는 곳이다. 이곳에 칼을 대면 정치보복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을 쳐내기 위해 박근혜 의원이 제 손에 피를 묻힌다는 이미지를 뒤집어쓰기 십상이다. 2008년 총선 때의 공천파동이 주체와 객체가 180도 뒤바뀐 채 재현된다. 그의 과거가 족쇄가 되는 것이다.

행여 친이세력이 반발해 탈당 후 독자출마(신당 소속으로 출마하든 무소속으로 출마하든) 하면 한나라당 후보의 표를 갉아 먹는다. 야권이 선거연대를 통해 단일 후보를 낼 것이라고 전제하면 친이세력의 반발 출마가 한나라당 후보의 공멸을 부를 공산이 크다. 식구가 원수가 되는 것이다.

반론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는 게 아니냐는 반론, 2004년 총선 때의 그 엄혹한 상황도 돌파한 박근혜 의원인데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 말이다. 하지만 다르다. 그 때와 지금의 상황은 판이하다.

2004년 총선 때는 그나마 에너지가 있었다. 김대중 정부 5년과 노무현 정부 1년여를 거친 뒤였기 때문에, 탄핵 역풍이 거셌다고는 하나 배면에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한 피로증이 함께 깔려있었기 때문에 박근혜 의원이 비빌 언덕이 있었다. 허나 지금은 아니다.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와 믿음은 거의 소진상태에 달했다. 끌어내고 조직할 에너지가 그때와는 달리 방전 일보직전에 가 있다.

2004년 총선 때는 검증되지 않았다. 박근혜 의원이 갖고 있는 정치철학과 정치행태가 국민에게 각인돼 있지 않았다. 그래서 여지가 있었다. 천막당사를 치는 것에 진정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었다. 허나 지금은 아니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과정을 거쳐 이명박 정권 내내 그가 보인 정치철학과 정치행태를 국민은 지켜볼만큼 지켜봤다. 감성적 호소가 먹혀들 여지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2004년 총선 때는 길을 터줬다. 물갈이 대상이 저항한 게 아니라 자진해서 정수기를 갖다 바쳤다.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하며 공천개혁의 밑자락을 깔았다. 허나 지금은 아니다. 그렇게 호락호락 당할 친이세력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순장 당하는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일 만큼 마음을 비운 사람들이 아니다. 게다가 박근혜 의원이 권위와 파워로 찍어누를만큼 대세론이 크지도 않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독배다. 박근혜 의원에게 조기등판은 집어들고 싶지 않은 독배다. 그래서 밀었을 것이다. 홍준표 체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도 어떻게든 그 체제를 유지시키려 했던 이유가 자신은 성배만 들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위험부담 크고 고된 롱릴리프 역할을 홍준표 대표에게 맡기고 자신은 짧고, 굵고, 빛나는 클로저가 되길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운명이다. 일반적인 전망처럼 박근혜 의원의 조기등판이 불가피해졌다면 그의 장밋빛 로드맵은 파지 처리될 수밖에 없다. 시베리아 벌판에 홀로 서서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게 싫다면 일반적인 전망을 비웃으면서 머리카락 보이지 않게 꼭꼭 숨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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