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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 군사 훈련인 '맥스 선더'로 인해 미뤄졌던 남북 고위급회담이 1일 재개된 가운데, 양측은 공동 연락사무소 개소를 비롯해 군사 당국 회담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리고 있는 고위급회담의 오전 전체회의가 마무리된 뒤 기자들과 만나 "남북은 분야별 회담 날짜, 6.15 남북 공동 행사, 공동 연락사무소 등에 대한 기본적인 의견을 교환했다"며 "크게 이견이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우리 측은 첫 사업으로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를 개성공단 내에 설치하고 조속히 가동할 것을 북측에 제의했다"며 "이에 대해 북측은 개성공단 내 시설이 상당 기간 사용되지 않아 개‧보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사전 준비를 거쳐 최대한 빨리 개소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6.15 남북 정상선언 18주년 기념식과 관련해 그는 "우리 측은 남과 북의 당국과 민간이 함께 추진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며 "북측은 이에 대해 당국, 민간, 정당‧사회단체, 의회 등의 참여하에 남측 지역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외에 남측은 △동해, 경의선 철도 도로 연결 관련 남북 간 공동 연구‧조사 △장성급 군사 회담 △이산가족 상봉 및 인도적 조치 위한 적십자 회담 △체육 회담 △산림‧철도 실무회담 등 분야별 회담의 조속한 개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북측에 표명했고, 북측은 이날 회담에서 장소와 날짜를 확정하자고 답했다. 남북이 지난 4월 27일 합의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의 이행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이견도 크지 않은 것으로 미뤄보아 이날 회담에서는 판문점 선언 이행과 관련한 다양한 조치들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평화의집에 입장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회담 전망에 대한 질문에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해 회담하려고 왔는데 어떻게 될 것인지 뻔하지 않나? 아주 잘될게 분명하다"고 답했다는 점으로 미뤄보아 남북이 무난히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1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린 고위급회담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오른쪽) 통일부 장관과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리선권, 거듭 회담 공개 요구

이번 고위급회담은 당초 지난 5월 16일로 예정돼있었으나 북한이 회담 당일 한미 연합 공중 군사 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에 반발하며 무기한 연기됐다. 이후 26일 남북 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개최됐고 이 자리에서 6월 1일 고위급회담 재개가 결정됐다.

이와 관련 리선권 위원장은 회담장인 평화의집에 입장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회담이 연기됐던 이유인 '엄중한 사태'는 해결됐냐는 질문에 "엄중한 사태가 어디서 조성됐다는 걸 뻔히 알면서 나한테 해소됐냐고 물어보면 되나"라며 다소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리 위원장은 "역사적인 북남 수뇌 상봉도 열리고 판문점 선언도 채택된 이 마당에 불신을 조장시키고 오도할 수 있는 질문을 하면 되겠나"라며 "앞으로 이런 질문은 무례한 질문으로 치부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열린 고위급회담 오전 전체회의에서 리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회담을 공개로 전환하자고 요구했다.

그는 "판문점 선언이 온 겨레의 지지 찬동은 물론 세계의 환영을 받고 있는 조건에서 선언이행을 위한 첫 북남 고위급회담인만큼 공개적으로 기자선생들이 다 (회담장 안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리 위원장은 "'북남 고위급회담에서 좋은 결실들이 마련되고 있구나'라는 실 상황들을 보도하면 얼마나 좋겠나"라며 "판문점 선언의 공동 책무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에 대한 실무적 논의가 진행되는만큼 오늘만은 회담 문화도 좀 개변하고 과거와도 결별할 겸 새로운 출발을 하는게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남측 수석대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기본 취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회의의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일단 기본적인 의견을 교환한 다음에 중간에라도 기자단이 들어와서 취재하는 방식으로 하면 어떨까 한다"라며 완곡히 거절했다.

하지만 리 위원장은 "신뢰라는 것은 공개하는 것, 내용들을 투명성 있게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한 뒤 "우리 진정(성)이 회담 탁(테이블)에서 다르게 될 수 없다고 본다"면서 회담 공개를 재차 요구했으나 조 장관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리 위원장은 조 장관의 제안대로 입장을 교환한 뒤에 회담 공개 여부를 결정하자는데 동의하면서도 "회담장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그런 문제가 서울에서는 와짝 떠들고, 이게 결국 북남 사이 불신을 조성하는 조건이 됐다"며 "이번에 회담장을 기자 선생들이 다 투시하면 그런게 없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며 거듭 회담 공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앞서 지난 1월 9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고위급회담 때도 리 위원장은 회담의 공개를 요구해 눈길을 끌었던 적이 있다. 당시에도 남측의 반대로 회담은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