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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2011…오세훈에게 '감사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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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2011…오세훈에게 '감사패'를 [김종배의 it] 안철수·박원순, 모두 '수혜자'일 뿐
없다. 2011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기사들이 쏟아지지만 어디에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회고하는 기사는 없다. 올해의 인물로 안철수 원장이 등장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얼굴 내미는 와중에도 오세훈 전 시장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모두 '수혜자'다. 안철수 원장이나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오세훈 전 시장의 '헛발질' 덕에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인 사람들이다. 오세훈 전 시장이 길을 열었기에 내달린 사람들이다.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최근에 한나라당을 쇄신하겠다며 부산을 떠는 비상대책위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등장 과정을 짚다보면 최종 귀착되는 지점이 오세훈 전 시장의 '헛발질'이다. 그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도박판'으로 끌고 가지만 않았어도 출현하지 않았을 사람들이다.

오세훈 전 시장은 이렇게 2011년 정치사에 획을 긋고 분수령을 만든 인물이다. 그래서 살펴야 한다. 그의 족적에 돋보기를 들이대야 한다.
▲ 주민투표와 서울시장직 연계 방침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던 오세훈 전 시장. ⓒ연합

'악취미'의 발로가 아니다. 이미 지나간 일을 '오징어 땅콩' 삼으려 함이 아니다. 오세훈 전 시장의 족적은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미래지향형이다. 그의 족적을 반면교사 삼으면 내년이 보인다. 선거의 해에 등장할 수많은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기준이 잡힌다.

오세훈의 실패가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고 했던가. 똑같다. 이미지로 흥한 자, 이미지로 망한다. 오세훈의 '실패'가 전하는 첫 번째 메시지가 바로 이것이다.

'오 변호사'로 등장해 '오세훈 법'을 발판 삼아 '오 시장'이 됐던 그다. 이랬던 그가 결국엔 '오세이돈'을 거쳐 '오세훈이'이란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다. '젠틀'한 이미지에 개혁적 이미지까지 얻었던 그가 결국엔 무능과 투정의 대명사로 인식됐다.

왜였을까? 왜 오세훈 전 시장은 극단의 이미지를 오갔던 것일까? 이 지점에서 오세훈의 실패가 던지는 두 번째 메시지가 나온다.

그가 긍정의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맡겼기 때문이다. 민심의 흐름, 시대정신의 맥락에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맡겼기 때문이다. 그가 부정의 이미지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맞섰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고려해 민심의 흐름, 시대정신의 맥락에 맞섰기 때문이다.

그가 긍정의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벗어났기 때문이다. 정파와 진영에서 벗어나 보편성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그가 부정의 이미지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함몰했기 때문이다. 정파와 진영의 논리에 매몰됐기 때문이다.

그가 긍정의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보여줬기 때문이다. 대중 앞에 서서 자신의 좋은 점만 능동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가 부정의 이미지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던 것은 보여졌기 때문이다. 대중 앞에서 자신의 실체가 피동적으로 공개됐기 때문이다.

확인한다. 오세훈의 실패가 던지는 메시지는 이미지와 실체의 간극이고, 국민여론과 진영논리의 간극이며, 퍼포먼스와 전시회의 간극이다.

만나게 될 것이다. 해를 넘기면 이미지로 연출하고, 진영논리로 무장한 채 퍼포먼스를 펼치는 수많은 후보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확인할 일이다. 이미지 이면의 실체를, 진영논리의 민심 반영 정도를, 퍼포먼스의 위장성을 확인할 일이다. 오세훈의 실패를 상기한다면 확인하고 또 확인할 일이다.

오세훈의 실패가 던지는 메시지는 이처럼 크고 깊다. '감사패'를 선사해도 모자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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