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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김정은, 비핵화 시간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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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김정은, 비핵화 시간표 알고 있다" 강경화 "한미훈련 중단 대화 모멘텀 강화"…日고노 "北 구체적 조치와 연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막전막후를 지휘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4일 한국을 방문, 문재인 대통령 및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연이어 만났다. 폼페이오 장관은 한국 정부에 북미 정상회담의 경과와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특히 '비핵화 시간표'와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 첨예한 사안에 대해 미국 정부의 입장을 정리해 전달한 것으로 관측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먼저 이날 오전 9시부터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회담을 마친 이후 이렇게 한국에 제일 처음 들러 말씀드릴 수 있게 돼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북미)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데는 많은 분들의 공로가 있었지만, 대통령께서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주최하신 노력이 없었다면 저희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서 성공적으로 회담을 가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북미 간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아주 훌륭한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축하드린다"며 "회담 성과에 대해 이런저런 평가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전 세계인들로 하여금 전쟁·핵·장거리미사일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 것만 해도 엄청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가 전쟁과 적대의 시대에서 벗어나 평화와 공동 번영의 시대로 나아가는 아주 역사적인 위업이었다"고 회담 성과를 기렸다.

문 대통령은 이어 폼페이오 장관에게 "트럼프 대통령께서 회담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 속에서 저에게 직접 전화를 주셔서 회담의 결과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을 해 주셨다. 그에 이어 폼페이오 장관께서 직접 한국을 방문해서 더 디테일한 설명을 하고 협의를 할 수 있게 돼서 아주 기쁘다"며 "함께 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또 회담 성과를 함께 평가하고, 나아가서는 그 훌륭한 합의가 아주 신속하고 완전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앞으로 우리가 공조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이후 접견에서 주고받은 대화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접견 결과 브리핑을 오후 2시에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문 대통령이 "디테일한 설명"을 요구한 점이나 청와대가 전날까지 내놓은 입장 등을 종합하면, 북한 비핵화 문제와 함께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상세히 설명하는 자리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문 대통령을 만난 후에는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이동해 강경화 외교장관과의 양자회담, 강 장관 및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의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연달아 가진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미 외교장관 간의 양자회담에는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를 겸하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차석대표인 정연두 북핵외교기획단장이 배석했고, 미국 측에서도 앨리슨 후커 미NSC 한반도보좌관이 배석한 만큼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실질적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자회견에서는 이같은 핵심 의제에 대해 명확한 발언이 나오지는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3국 외교장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늘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정상회담 결과를 논의했으며 3국이 공조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인식을 같이했다"며 "비핵화 과정에서 긴밀하게 공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들로부터 북미 정상회담 공동선언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불가역적 비핵화(CVID)' 표현이 빠졌다는 지적이나, 1994년 제네바합의 및 2005년 9.19 공동성명에 비해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과거 모든 성명의 내용이 판문점 회담에 반영됐고, 판문점 선언이 북미 공동선언에 반영됐지 않느냐"면서 "북한이 시간을 끄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김 위원장도 시간이 시급하며 비핵화를 미룰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래 어느 시점에서는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나,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언급한 데 대한 답은 폼페이오 장관이 아니라 강경화 장관과 고노 외무상의 발언을 통해 일부 나왔다. 강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지난 60년간 유지돼온 한미동맹은 (여전히)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는 점을 나와 폼페이오 장관은 재확인했다"며 "주한미군은 억지력을 확보하고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발언 이전에 미국 측의 사전 설명이 있었는지, 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모든 훈련의 전면 중지를 뜻하는지 아니면 대규모 전략자산 전개 등 일부 훈련에 국한되는 것인지 묻는 질문을 받고 "트럼프 대통령의 말씀은 조성된 대화 모멘텀을 강화하는 의미인 것으로 풀이한다"면서도 "외교장관 사이에는 깊이있게 논의되지 않았다. 군 당국 간 협의·조율할 부분"이라고 했다.

강 장관은 "한미 훈련 문제는 한미동맹 차원의 문제이고, 동맹 차원에서 군 당국 간 협의해서 결정하는 문제다.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설명하면서 다만 "동맹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미 간 철통같은 연합 방위태세 유지를 전제로 모든 이슈를 다루고 있다"고 안보 불안 우려에 선을 그었다.

고노 외무상은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서는 미일동맹 그리고 주일미군의 억제력이야말로 동북아 지역의 억지력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이해한다"며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양국 간에 논의될 것이지만, 어떤 경우에도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구체적 조치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고노 외무상은 "미국은 동맹국을 방어할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미국의 일본에 대한 동맹·안보 보장은 계속되고 있으며 주일미군의 지위도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일본은 이해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전날 한국에 도착한 폼페이오 장관은 입국 직후 와 <로이터> 통신 등 외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에 대한 질문을 받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그 말을 할 때 나도 있었다"며 "대통령은 훈련 중단을 위한 전제조건은 '생산적이고 진지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했다. "대통령의 의도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생산적 대화를 할 기회를 얻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어느 시점에 그렇지 않다고 결론이 난다면 연합훈련을 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 중단시 훈련은 재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시사 발언에 대해,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2일(미국 현지시간) "대통령은 사전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말한 바 있다. 매티스 장관은 이달 하순 방한을 앞두고 있다. 이날 CNN 방송은 미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르면 14일 UFG 훈련 중지 발표가 나올 것'이라는 취지로 보도한 바 있다. 3국 외교장관 공동회견에서 나온 강경화 장관의 "군 당국 간 협의·결정할 문제"라는 말은, 이 CNN 방송 보도에 대한 질문에서 나온 답이기도 하다.

한편 전날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 "(향후) 2년 반 동안 '주요 비핵화'가 달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비핵화 시간표를 2020년 말까지로 제시한 것이다. 이는 '주요 비핵화가 트럼프 대통령 1기 임기 내 완수되기 바라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 틀림없고 분명하다"고 답한 데 이어 나온 말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특히 "시간표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남북 간 이야기해 온 시간표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로, 일정 기간이 소요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했다. '남북한 간 이야기해 온 비핵화 시간표'가 무엇인지가 눈길을 모았는데, 청와대나 정부는 아직 이에 대해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공동성명에 'CVID' 표현이 빠졌다는 외신 기자들의 지적에는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완전한(C)'이라는 말이 '검증 가능(V)'과 '불가역(I)'을 아우르는 것이다. 검증 없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판문점에서 싱가포르까지 60~70시간에 걸쳐 진행된 논의의 모든 것이 다 최종 문서(공동선언)에 담긴 것은 아니다. 암묵적 합의에 도달한 많은 부분이 있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다음 주부터 북한과의 추가 고위급 협상이 진행될 것임을 강조하며 "심도 있는 검증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북한이 이해한다고 확신한다"고 간접 압박에 나섰다. 비핵화와 함께 미국의 주요 관심사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믄제와 관련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미사일 엔진 시험장'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대형 로켓엔진 시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날 알려지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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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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