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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긴급조치 피해자들, '양승태 공범' 권순일 대법관 탄핵 요구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이 양승태 전 대법관 공소장에 '공범'으로 명시된 권순일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민주인권평화를 실천하는 긴급조치사람들(이하 긴급조치사람들)은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 권순일 대법관의 즉각 사퇴 △ 권순일 대법관 등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 발의 △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의 국가배상 소송 전원합의체 회부 △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의 재판 배제 등을 요구했다.

긴급조치사람들은 "4.15 총선에서 민주개혁 진영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둠에 따라 지지부진하던 사법적폐의 실질적 청산과 사법개혁이 재추진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우리는 사법농단의 척결과 사법개혁의 완수가 새로 구성될 국회에서 반드시 실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동안 대한민국 사법부는 독재권력의 충견 역할을 수행한 대가로 각종 특혜를 누려왔으며 감시견제 세력이 없는 개혁의 무풍지대로 사법적폐가 누적되어 왔다"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극소수 추종 판사들이 자행한 사법농단은 누적된 적폐가 곪아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사법적폐의 청산은 재판을 정치적 뒷거래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위헌적 행위를 범하고서도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재판 업무를 하고 있는 비위 판사들에 대한 탄핵소추가 그 첫걸음"이자 "사법부가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에 대한 제재를 사실상 무산시킨 상황에서 국회의 탄핵소추만이 이들을 제재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면서 "사법 적폐의 암세포를 과감하게 도려내지 않는 한 사법부가 사회 정의의 진정한 수호자로 거듭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긴급조치사람들은 국회 탄핵소추 대상자로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난 권순일 대법관을 지목했다.

이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공범'으로서 적시된 바 있으면서도 기소는 물론이고 징계도 피해간 권 대법관이 법원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대법원의 대법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현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권 대법관은 유신독재에 면죄부를 부여한 판결을 선도한 대법관으로서도 악명이 높다"고 전했다.

권 대법관은 2015년 3월 26일 대법원 민사 제3부 주심으로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이 청구한 국가배상소송(2012다48824판결)에서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 행위로서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하여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이 아니므로 민사상 불법행위가 아니다"라며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긴급조치사람들은 해당 판결에 대해 "긴급조치는 위헌이지만 이를 집행한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이 아니므로 배상 책임이 없다는 궤변"이라면서 "이 판결은 이후 1000여 명에 달하는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이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의 지침으로 작동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은 한 푼도 배상 받을 수 없게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당시) 이 판결을 지시했던 양승태 대법원장은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 판결로 5000억 원의 국고를 절약했다고 '보고'"했으며 "양승태의 충실한 하수인이었던 권순일 판사는 그 충성의 대가로 대법관에 발탁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사법부가 얼마나 도적적으로 타락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권 대법관은 또 법원행정처의 차장으로서 상고법원 신설에 반대하는 현직 판사들에 대한 사찰, 법원 내 진보 성향의 연구단체인 국제인권법 연구회 해산 시도, 법관의 해외파견을 위해 청와대와 뒷거래 의혹, 일제 강제징용 소송의 지연 등 비위가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라고 덧붙였다.

긴급조치사람들은 따라서 "대법원이 민주적 국가에 걸맞는 사법부로 거듭 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에 계류 중인 긴급조치 9호 국가배상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긴급조치 9호의 불법행위에 대해서 국가배상의 책임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이 겪은 투옥과 각종 정치적 탄압은 유엔인권이사회가 규정하는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며 "긴급조치 9호 피해자에 대한 국가배상책임 면탈은 법률에 의거한 인권탄압은 허용된다는 반인륜적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권 대법관의 "궤변"대로라면, "일제가 자행했던 강제 징용에 대해 한국의 피해자들의 배상 요구는 어렵"게 된다며 "이게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긴급조치사람들은 "사법부의 시대착오적인 가치관은 인권이 보장되고 자유가 살아 숨 쉬는 선진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중대한 걸림돌"이라면서 "우리는 어둠의 독재시대를 찬양하고 정당화하는 사법부 내부의 유신 잔재 세력의 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또 긴급조치 9호 국가배상 소송의 진행을 주시하는 한편 반민주 판사들의 삐뚤어진 판결을 역사의 기록으로 남길 것"이라고 밝혔다.


▲ 권순일 대법관 사퇴 촉구 기자회견. ⓒ긴급조치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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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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