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한국에서 자연생태의 원형이 그나마 남아있는 드문 땅입니다. 그리고 현재 난개발에 따른 갈등의 섬, 지구온난화로 인한 위기의 섬입니다. 살아야하고 살려야한다는 절박감에 동료 시민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환경부 장관에게 가 닿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인류가 뭇 생명과 더불어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노력만이 아니라 정책과 노선의 전환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임박해 위기의식 가운데 연재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환경부가 동의하고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고시하면 제주 제2공항 사업은 법적 지위를 갖게 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매일 글을 이어갈 것입니다. 제주 제2공항 사업만이 시대와 지역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 구체적인 사안을 배경으로 우리의 제주발 문제의식은 펼쳐질 것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제주 제2공항으로 평생 일궈온 삶의 터전을 빼앗길 운명에 처한 성산읍 난산리 주민 김경배입니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공항 문제로 제 삶도 5년 동안 황폐해졌습니다. 이제 다시 중요한 갈림길에서 훗날 후회하지 않기 위해 다시 누운 몸과 마음을 일으켜 무엇이라도 해보고자 이 글을 씁니다.# 1, 공항이 포화가 아니라 제주 섬 자체가 포화상태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은 2015년 10월, 주민에게도, 도민에게도 묻지 않고, 단 한번의 예고도 없이 일방적으로 예정부지를 선정하고 발표하며 시작됐습니다. 국토부는 그 후 진행된 예비타당성조사와 기본계획수립 또한 막무가내로 진행 시켰습니다. 제2공항은 제주 관광객을 3000만 명 이상으로 늘리기 위함이라 했습니다. 그러나 제주는 1500만 명도 안되는 관광객의 발길에도 제주 곳곳에 난개발문제를 유발하며 하루가 다르게 제주다운 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하수처리 용량이 포화되어 정화되지 않은 오수를 그대로 바다에 쏟아내서 관광객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바다가 썩어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고, 지하수 고갈로 인한 상수도 문제에 교통문제까지 점점 더 심각해져 가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제주공항이 포화가 아니라 제주 섬 자체가 포화상태’인 것입니다. 그런데도 공항을 하나 더 짓고 지금의 두배 이상인 3000만 명의 관광객을 받겠다는 건,집안과 마당에 사람이 더이상 들어갈 수 없을 만큼 들어찼는데, 대문을 하나 더 만들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 좋은 예가 '우도'입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우도는 자연이 잘 보전되어 제주에 온 관광객들이 꼭 한 번씩은 들르는 곳이었습니다. 이랬던 우도가 관광객을 더 많이 받기 위해 도항선 항구가 하나 더 만들어지며, 연간 250만 명이나 되는 관광객이 물밀듯 쏟아져 들어가며 그들을 수용하기 위한 숙박시설, 식당, 카페 등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며 아름다웠던 우도의 모습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이에 실망한 관광객들이 우도를 외면하며 오히려 관광객이 줄고 있습니다. 우도를 다녀온 사람들 중 내가 만난 사람마다 우도를 다시는 안 가겠다 말할 정도입니다. 마찬가지로 제주에 공항이 하나 더 들어서며 3000만 명 관광객이 들어오면 제주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지 너무도 자명한 일입니다.# 2, 제2 공항건설이 확정되면 공군기지도 들어선다
지난 87년 송악산 일대 170만 평의 공군기지 건설 계획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다, 제주도민의 강렬한 반대로 89년 백지화 선언이 됐었습니다. 이에 공군기지 이름으로는 제주 땅 어디에도 가기 어렵게 되자, 1992년, 당시국방장관, 제주도지사, 건교부장관이 민, 군겸용 공항건설 합의를 했습니다. 당시는 제주관광객이 연간 200만 명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민간공항을 확충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도민을 속이고 공군기지를 짓기 위한 꼼수를 쓴 거였습니다. 이후, 계획이 지지부진 하자 2004년 교래리에 있는 대한항공의 정석비행장을 공군기지로 쓰기 위해 국방부가 대한항공과 협의했으나 제동목장포함 500만 평이나 되는 어마한 땅을 전투기 소음으로 모두 버리게 될 걸 우려한 대한항공이 거부했습니다. 이후에도 제주 공군기지 건설계획은 사라지지 않았고, 국방부는 헬기 몇 대, 프로펠러 수송기 몇 대 뜨고 내리는 탐색구조부대라고 이름을 바꾸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 얼마전 까지 국방부 장관이었고 2017년 당시는 공군 참모총장이였던 정경두는 제2공항이 탐색구조부대 유력후보지라고 실토했습니다. 그런데 탐색구조부대는 90만평 남짓의 현 제주공항의 한쪽에서도 운영됩니다.. 제주공항과 마찬가지로 활주로 1본의 제2공항이 170 만 평이나 되는 건 공군활주로까지 염두에 둔 것 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 증거는 '제주특별자치도법 235조'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서귀포시 소재의 국유지 일부를 제주도가 무상 또는 유상으로 양도받고 그 대체부지를 제공한다'라고 되어있습니다. 대체부지가 필요한 서귀포시 소재의 국유지는 앞서 언급한 송악산 공군기지 계획 170만 평에 포함됐던 '알뜨르비행장'을 말하는 것입니다. 알뜨르비행장은 일제 시대 만들어졌고 활주로 길이가 짧아 현재의 제트전투기들이 이착륙할 수 없어서 전투기 접근훈련만 하지만 명색이 군 소유의 공군기지입니다. 1989년 170평으로 확장하려다 실패해서 여의치 않으니 제2공항에 제대로 된 공군기지를 짓고 그 대가로 알뜨르비행장을 제주도로 넘겨주겠다는 겁니다. 2017년 4월에 개정된 '제주특별자치도법 235조'를 모를 리 없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2공항에 공군기지를 허용하지 않겠다며 도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입니다. 이렇듯 제2공항에는 잔혹한 계략이 숨어있는 겁니다. 제2공항이 들어서면 강정해군기지에 이어 공군기지까지 들어서며 제주는 미군을 위한 제2의 오키나와가 되고 표선과 세화는 물론 제주 동부가 모두 소음의 도가니로 전락하며 제주는 시한폭탄을 머리에 이고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그야말로 대재앙의 땅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제2공항은 몇 사람이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막아내야만 합니다. 내가 몇 번에 걸쳐 사선을 넘나드는 투쟁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3. KEI의 제2공항 부지 부적합 의견 무시
전략환경영향평가는 대형개발 사업을 확정하기 전 중대한 환경의 훼손이 우려될 시, 해당 사업을 중단하기 위한 절입니다. 지난 2019년 6월 국토부는 제2공항 예정지와 그 인근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평가서 초안을 환경부에 제출했습니다. 그 평가서 초안은 부실과 허위투성이였고, 제2 공항 건설을 정당화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어 8월에 제출된 본안도 거의 초안 그대로 제출됐습니다. 이에 대해 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는 법정 보호종 조사 누락문제, 철새도래지 훼손 문제, 항공기-조류충돌위험 문제, 주민소음 대책문제, 동굴 문제, 주민 수용성 문제, 주변환경과의 부 조합 문제 등을 제기하며 제2공항 건설계획은 입지타당성이 매우 낮은 계획이라며 부지 부적합의견을 냈습니다. 여기에 KEI의 언급은 없었지만 KDI가 평가한 제주 동부 오름 군락 10개 오름의 공항안전 고도저촉문제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어느 것 하나 해소되지 못할 정도입니다. 환경부는 평가서를 반려하여 제2공항 건설이 백지화되도록 해야 함에도 국토부에 보완요구를 하며 납득 할 수 없는 행보를 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환경보호를 위한 환경부가 아니고 국토부의 국책사업에 대한 환경문제 방패막이입니까? 아니면 국토부의 환경 관련 민원 해결 부서입니까?# 4, 법정 보호종 거짓 조사 실상
국토부는 법정 보호종 조사에서 과거에 서식을 확인한 문헌은 있지만 현재는 계획부지와 그 인근에서는 법정 보호종의 서식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평가서 반려 사안입니다. 환경영향평가법 17조 4항에는 '거짓 또는 허위 평가서 제출 시 평가서를 반려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기간은 2년이었으나 2월과 9월에만 조사해서 양서 파중류, 여름 철새 등의 서식이 쉽게 확인되는 6, 7, 8월 번식기를 피해 조사했습니다. 실제 2019년 6월 초안이 발표된 후, 단 며칠 만에 계획부지와 인근에서 멸종위기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송골매, 멸종위기 2급 맹꽁이, 천연기념물 두견새의 집단서식을 제가 직접 관찰하고 동영상을 촬영했습니다. 법정 보호종 조사 누락문제가 불거지자, 국토부는 8월 말에 조사하고 본안을 제출했습니다. 8월 말에는 송골매와 맹꽁이는 번식을 끝냈기 때문에 거의 노출이 되지 않고, 두견새는 이미 번식을 마치고 남쪽으로 날아간 때였습니다. 법정 보호종을 지정하는 이유도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이유도 모두 법정 보호종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이처럼 중차대한 법정 보호종 조사 누락문제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2019년 12월 환경부 앞에서 노숙단식을 이어갔고, 환경부의 재보완요구가 12월 19일에 있었으나 6, 7, 8월에 대한 보완조사요구는 하지않았고, 봄철조사까지만 요구했습니다. 그다음 날 조명래 환경부장관을 면담했습니다.# 5,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거짓말 대잔치
조명래 환경부장관은 저와의 면담에서 "법정 보호종조사누락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4계절 조사를 철저히 하도록 하겠다. 추가로 재 보완 요구를 할 수 있는지 법적 검토를 하도록 하겠다"며 "환경부의 책임을 다 하겠다" (조명래장관녹취록발췌) 고 약속했으나 이후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고 국토부의 마지막 재보완조사는 5월에 끝났습니다. 이는 환경부와 장관의 심각한 직무유기 행위입니다. 법정 보호종을 지정하고 관리하는 환경부 스스로 법정 보호종에 대한 학살을 자행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면서 환경부 공무원들은 법정 보호종인 수달과 산양의 사진이 박힌 명함을 자랑스럽게 가지고 다닙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6, 조명래 환경부장관님께 간곡히 고합니다
만에 하나 환경부가 너무도 명백하게 직무를 유기하여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동의하면 법정 보호종의 처참한 학살이 벌어지고, 아직은 난개발의 때가 덜 묻어 제주에서 유일하게 제주다운 모습을 간직한 성산 일출봉 일대 170만 평이 찢어발겨져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리되면 이 나라의 모든 법정 보호종의 지정을 해제하고 환경부도 해체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장관님! 이점을 숙고하시어 온 국민의 보물섬 제주를 지켜낸 훌륭한 장관님으로 온 국민의 가슴에 길이 남길 바라고, 제주의 사람과 자연을 살려낸 분으로 대대손손 제주 사람들의 추앙을 받는 길을 택하시길 간곡히 요청합니다.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부동의' 그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설문대 할망님이 창조하신 제주 자연의 은혜를 50년 넘게 누리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 은혜를 갚는 심정으로 이 몸의 살과 뼈가 모두 녹을 때까지 네 번째, 최후의 단식투쟁을 이어갈 것입니다# 7, 문재인 대통령님께 간곡히 진언합니다.
대통령님께서는 대통령이 되시기 전, 첫 발표 다음 해인 2016년 날벼락 같은 제2공항 발표로 온 제주 섬이 들썩일 때 제주에 오셔서 분명히 "제2공항은 주민동의나 도민합의 없이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대통령 출마할 땐 공약으로 "제2공항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조기 개항한다"라고 말을 바꾸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주민동의, 도민합의 이루어졌습니까? 절차적으로 정당합니까? 그런데도 국토부의 만행을 묵인하고 계십니다. "제2공항은 국토부가 하는 일이라 청와대로서도 어쩔 수 없다"라고 시민 사회수석이 말한 적이 있습니다. 시민사회수석이 한 말이 정녕 대통령님의 뜻이 맞습니까? 퇴임 후에도 훌륭하신 대통령으로 남으시려면 한번 한 약속은 지키셔야 하고, 힘없고 소외된 국민이지만 정당한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시어 정의를 바로 세우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문재인 대통령님! 대통령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인 '정의'가 이 나라에 조금만 살아있어도 제주 제2 공항 건설계획은 응당 취소되는 것이 마땅합니다. 부디 제주는 제주답게 지켜질 수 있도록 살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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