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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좌절 엉켰던 법외노조 7년…참교육과 교육개혁 깃발로 다시 일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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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희망‧좌절 엉켰던 법외노조 7년…참교육과 교육개혁 깃발로 다시 일어섭니다” [인터뷰] 전희영 전교조 경남지부 지부장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사실상 합법노조의 지위를 다시 회복했다. 햇수로는 7년, 날수로는 2,506일만이다. 이명박 정부 때 시작된 전교조 법외노조 논란은 박근혜 정부 때 구체화됐고, 2013년 10월 24일 고용노동부가 ‘노조 아님’을 팩스 한 장으로 통보하면서 전교조의 기나긴 투쟁이 시작됐다. 해직교사 9명의 조합원 지위를 지키기 위한 전국 6만 명 전교조 조합원들의 단결로부터 출발한 ‘투쟁’은 숱한 사회적 갈등과 논란, 생채기를 남겼지만 결국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전교조를 법의 테두리에서 보호받는 합법 노동조합으로 원상복귀시켰다. <프레시안>은 이 과정에서 해직교사 34명에 속한 전희영 전교조 경남지부장을 만나 그동안의 과정과 앞으로의 각오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9일 오전 11시 전교조 경남지부에서 진행했다.
▲전희영 전교조 경남지부장이 9일 지부 사무실에서 지난 3일의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그동안의 투쟁 과정과 앞으로의 각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프레시안(김병찬)

프레시안: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와 의미는.

전희영: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저지른 대표적인 교육적폐 중 하나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법외노조 통보의 부당성을 밝힌 이번 대법원 판결은 지난 두 정권이 저지른 교육적폐의 부당성을 밝힌 역사적 사건이며, 문재인 정부에서 내세웠던 대표적인 교육적폐를 청산한 것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또 대법원 판결의 내용을 보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는 법적 근거가 없고, 노조법 시행령을 근거로 해서 헌법적인 권리인 단결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그래서 이번 법외노조 통보 위법 판결은 우리 노동법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것이며, 느리지만 또 한 걸음 나아가 노동법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지난 7년 동안 잘못돼 왔던 것이 바로잡아지는 것이니까 역사적인 의미도 크다고 볼 수 있다. 사실은 지난 7년 동안에 많은 투쟁과 우리들의 이야기들도 있었는데, 그 모든 것들이 옳았고 진실은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보람과 자긍심을 느낀다.

프레시안:전교조는 법외노조화가 잘못된 교원노조법과 사실상 노조해산권의 부활인 노조법 시행령 9조2항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전희영:노조법 시행령 9조2항은 노조 설립을 반려할 사항이 생기면 법외노조로 통보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이것은 실질적으로 노조해산권을 의미한다. 이 노조해산권은 1987년까지 존재하다가 그해 민주항쟁 이후 11월 즈음에 없어졌다. 그런데 당시 노태우 정권이 그 이듬해 봄에 시행령으로 슬그머니 끼워 넣어 부활시킨 것이다. 그러고도 한 번도 적용된 적은 없었다. 이 시행령을 적용한 사례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건밖에 없다. 따라서 시행령이 다시 부활된 취지도 불순했을 뿐만 아니라 전교조를 대상으로 유일하게 적용한 것도 표적으로 삼아 법적 지위를 박탈하려고 했던 것이다.

프레시안:전교조 법외노조 논란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전희영:그렇다.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10년 1월 청와대에 ‘해직자 노조 가입을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을 이유로 불법단체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국정원의 보고에서부터 법외노조화 공작정치가 시작됐다. 이후 실제로 전교조에 규약을 시정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또 국정원이 보수 학부모단체에 전교조에 대한 비판여론을 조성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전교조 본부 앞에서 보수 학부모단체의 시위도 있었으며, 전교조 조합원에게 탈퇴 요구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 당시 국정원이 전교조를 탄압하는 데 지원한 금액이 1억7,000여만 원이었다. 이렇듯 다각도로 노조파괴 공작이 진행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그렇게 이명박 정부 때 시작된 전교조 탄압이 결국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10월 24일 고용노동부로부터 구체적인 법외노조 통보처분이라는 결과로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프레시안:34명이 해직된 과정은.

전희영:지난 2016년 1월 21일 법외노조 통보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낸 것에 대한 2심 판결이 있었다. 물론 1심에서도 패소했었다. 그 2심 판결과 관련해서 교육부에서 여러 가지 후속조치를 내놨었다.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단체협약도 해지했고, 사무실도 나가라고 했다. 그리고 노조에 전임으로 근무하고 있는 교사들은 모두 학교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때 전교조 전임자들을 중심으로 34명이 복귀를 거부했고, 경남에서는 당시 전교조 경남지부장이었던 송영기 전 지부장과 수석부지부장이었던 제가 직권면직으로 해직됐다.
▲"앞으로 진정한 교육개혁과 참교육 실천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전희영 전교조 경남지부장은 그동안 합법노조화를 지지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프레시안(김병찬)

프레시안:대법원이 ‘원천무효’가 아니라 ‘파기환송’을 했다. 이후 진행과정은 어떻게 예상하고 있나.

전희영:대법원이 원천무효 판결이 아니라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을 했지만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고등법원은 귀속당할 수밖에 없다고 알고 있다. 따라서 고등법원도 대법원과 다른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절차상 고등법원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대법원의 판결을 뛰어넘어 설 수는 없다는 것도 법조계의 판단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다음날인 지난 4일 고용노동부에서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때문에 그날로 전교조는 법적 지위를 회복했다. 지금은 합법노조가 이미 됐다. 이 과정을 돌이켜보면 법외노조가 되는 것도, 법적 지위를 회복하는 것도 모두가 팩스로 보낸 공문 한 장으로 이뤄졌다는 게…

프레시안:해직자 복직과 배상, 노동3권 보장 등 후속조치의 빠른 실행도 요구하고 있다.

전희영:고용노동부의 직권취소 통보 이후 교육부에서 법외노조 통보처분 당시 시행했던 단체협약 해지 등 후속조치들을 모두 취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미 고용노동부가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하면 지체 없이 해직교사 복직을 비롯한 후속조치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 해직 교사들의 복직 문제인데, 이것 또한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어제(8일) 전교조 본부와 교육부가 실무협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조만간에 교육부 차원의 구체적인 입장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레시안:해직교사 복직뿐만 아니라 피해배상 문제 등도 있을 텐데.

전희영:정부의 잘못된 조치로 인해 전교조가 입은 피해에 대한 정확한 사과와 배상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해직교사들에 대해서는 지난 5년 동안의 경력과 호봉, 연금 등을 그대로 복원하고 배상해야 한다. 또 법외노조의 족쇄를 채우고 해직교사를 만듦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들, 가령 심적인 고통이라거나 각종 소송과 집회 등으로 인한 여러 가지 피해들에 대해 정부의 공식사과와 충분한 배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프레시안:해고자 34명 중 한 명은 이미 정년을 맞이했고, 세 명은 곧 정년이다.

전희영:그만큼 시간이 길었다는 것이다.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단에서 쫓겨난다는 것은 사실 굉장한 슬픔이다. 당시 해직된 34명 모두 그 아픔을 가지고 있다. 학교 앞을 지나가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고 하는 해직교사들도 있다. 2016년 1월과 2월에 해직돼 벌써 5년째인데, 현재 대부분의 해직교사들은 심리치료를 받고 있을 정도이다.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치유는 교단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세 분이 정년을 앞두고 있는데, 하루빨리 복직돼 아이들에게 돌아가고, 그동안의 아픔들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프레시안:경남에서도 지부장을 포함해 해직교사가 2명이다. 지난 7년간의 과정을 짧게 회고해본다면.

전희영:우선 해직교사 9명을 전교조에서 내치라는 정부의 요구에 대해 조합원들이 총투표를 통해 거부의사를 표했다. 법외노조 7년, 2,506일의 시발점이었지만 정말 교사다운 결정이었다고 본다. 조합원 9명을 지키기 위해 전국 6만 명의 권리가 박탈될 수도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 뒤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고, 이에 대해 취소소송을 냈다. 통보에 대해 잠시 중지해달라는 가처분소송도 냈다. 하지만 가처분소송에서 승소하고도 1심에서 패소했고, 다시 가처분소송에서 승소한 뒤 2심에서 패소하는 과정을 거쳤다. 정말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했던 거다. 지난 7년의 시간은 희망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농성과 단식, 삭발, 수천 명의 상경투쟁, 청와대 민원 제출, 법원 탄원서 제출, 1인 시위 등등 지난 7년 동안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던 것 같다. 결국 오늘이 있을 수 있었던 건 애초에 9명을 지켜내기 위해 합심하고 싸워왔던 6만 명 조합원들의 단결된 힘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어쨌든 지난 7년 동안의 결과가 이렇게 맺어지고 끝나서 정말 다행이다.

프레시안:한국교원단체총연합과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에서는 비판적 입장을 내놓았다.

전희영:한마디로 안타까웠다. 특히 교총은 교원단체이다. 경총은 그렇다 치더라도. 교총이 같은 교원단체인 전교조의 법적 지위 회복과 관련해 우려를 표할 게 아니라 환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과거에 잘못된 여러 가지 것들을 청산하는 의미에서 앞으로 힘을 합쳐 나아가자고 하는 입장을 냈으면 좋았을 텐데, 여전히 시대에 걸맞지 않게 전교조의 정치성과 편향성 등 이런 것들을 고치라고 훈수까지 두었더라. 이런 부분은 정말 안타깝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하는데, 대법관 12명이 이번 판결에 참석해 10대 2로 법외노조 통보처분 위법 판결을 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박근혜 정권 때 임명된 대법관이 4명이다. 또 이번 판결에서 반대를 했던 두 명 중 한 명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한 대법관이다. 때문에 일부 보수진영 측에서 이야기하는 이번 판결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사실 억지일 뿐이다. 경총의 경우는 이번 판결이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더 강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다소 불편한 심기에서 그런 입장을 내놓았던 게 아닐까 하고 나름 생각하고 있다.

프레시안:전교조 내부에서도 쇄신의 목소리가 높다. 현 집행부도 이를 표방하고 있는데.

전희영:조직은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혁신하지 않고 바뀌지 않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다. 현 전교조 집행부가 주목했던 것은 교사들이 마주하고 있는 학교 현실의 문제이다. 참교육에 대한 이념과 지향도 중요하고 국가에서 추진하는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과 대안제시 등도 중요하다. 하지만, 학생 지도와 학교의 책임영역 확대, 교사의 업무와 역할 확대 등 학교현장의 현실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 교사들의 현실을 전교조가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 현재 전교조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제는 교사들의 일상에 주목하는 전교조가 돼야 하고, 그렇게 하려 한다. 교사들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해질 수 있다. 교사는 교육을 바꿔나가는 실제적인 한 주체이다. 전교조는 교사들이 교육현장에서 그런 역할들을 잘할 수 있도록 역할과 기능을 해나가야 한다.

프레시안:전교조가 새로운 합법화의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나아가야 할 방향과 중점을 둬야 할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전희영:그동안 법외노조 굴레로 인해 전교조는 참교육 활동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써왔던 모든 역량을 조직을 정비하고, 교육을 바꾸는 데 매진해야 할 때이다. 당면해서 이야기한다면, 첫째는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로 줄이는 문제가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이지만 농어촌을 제외하면 대부분 과밀학급이라 학교에서는 물리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다. 감염병이 일상화 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데, 과밀학급을 해소하지 않으면 코로나19 같은 사태가 다시 닥칠 경우 대응이 불가능하다. 또 학령인구 감소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 둘째는 학교자치법 제정 문제이다. 앞으로 각 단위 학교가 스스로 교육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구조가 돼야 교육이 발전할 수 있다. 코로나19 대응력만 봐도 학교별 특성에 맞는 대책을 스스로 찾아낸 학교가 훨씬 대응력이 높았다. 전국의 만개 학교가 각각 여건이 다른 조건에서 교육부가 내리는 지침은 현장과 너무나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관된 지침을 내리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기본적인 방침은 교육부가 세우더라도, 각 학교에 맞는 특수한 지침은 학교 구성원이 만들어야 한다. 결국,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 자율적 논의가 활성화돼야 이번 같은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다.

프레시안:마지막으로 교육공동체에 포함된 모든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희영:지난 7년 세월 동안 가장 힘들었던 분들도, 가장 열심히 싸웠던 분들도 전교조 조합원 선생님들이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 또 전교조 지키기 경남대책위원회에 함께 해주신 75개 시민사회단체들과 학부모님들, 사랑하는 학생들, 전교조를 지지해주신 도민들과 국민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 진정한 교육개혁과 참교육 실천으로 보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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